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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지역농협, 10%대 특판 팔았다가…"제발 해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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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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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치없이 안내드립니다" 지역 상호금융기관이 고객들에게 특판 적금을 해지해달라고 요청하는 일이 발생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남해축산농협은 이날 고객들에게 "한순간의 직원 실수로 인해 적금 10%가 비대면으로 열리면서 우리 농협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예수금이 들어왔다"며 "너무 많은 이자를 지급해야 하기에 경영의 어려움에 봉착했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

급하게 유동성을 마련하려고 고금리 특판을 내놨다가 수천억 원대 예금이 쏟아지면서 막대한 예금이자 지출을 부담하게 되자 고객들에게 '읍소 문자'를 보내게 된 것이다.

앞서 1일 남해축산농협은 최고 연 10.25% 금리를 적용하는 NH여행적금으로 당초 대면으로 100억 원을 판매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상품 가입이 이날 약 2시간가량 비대면으로 가능해지면서 이를 알게 된 고객들은 순식간에 적금에 가입했다. 이는 직원의 실수라는 게 남해축산농협 측의 설명이다.

가입 금액 제한이 없다 보니 목표치의 100배인 1000억 원 규모의 자금이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농협의 출자금은 지난 6월 말 기준 73억5300만 원, 현금 자산은 3억2900만 원에 불과하다.

경북 경주시 동경주동협과 제주 사라 신협, 경남 합천군의 합천농협도 똑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동경주농협은 최고 연 8.2% 금리의 정기적금 특판 상품을 비대면으로 내놨다가 지난달 25일 하루 동안 상품 가입을 열어놨다가 만기 시 돌려줘야 할 금액이 5000억 원에 달할 정도로 예금이 쏟아졌다. 이에 동경주농협은 "한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우리 농협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너무 많은 적금이 가입됐다"며 "작년까지 이월 결손금을 정리하고 올해 경영정상화를 목전에 두고 있는 시점에 또다시 이번 특판으로 인해 경영 악화로 인한 부실이 심히 우려스러워 염치불구하고 고객님들에게 해지를 호소드린다"고 사과했다. 이어 "다시 한번 머리 숙여 사죄드리오니 부디 너그러운 마음으로 양해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제주 사라 신협과 합천농협은 각각 연 7.5% 특판 자유적립식 적금(12~23개월 만기)과 연 9.7% 특판적금을 출시했다가 항복을 선언했다. 최대가입금액이 없고 비대면으로 계좌개설이 가능하면서 예금이 쏟아졌다.

한편, 지역 농협이 파산하면 상호금융 예금자 보호기금에 따라 5000만 원까지 보장이 가능하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사태를 파악하고 관련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투데이/기정아 기자 (kki@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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