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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애플, 새 암호시스템 도입 추진...각국 정부와 충돌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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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파이낸셜뉴스

애플이 사용자 정보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데이터에 이전보다 더 강력한 암호를 거는 새 암호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했다고 7일(현지시간) 밝혔다. 사진은 2019년 10월 16일 미국 뉴욕 맨해튼 5번가의 애플스토어. 로이터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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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데이터를 대량으로 암호화하는 새 암호시스템을 도입할 방침이다.

아이폰 해킹을 둘러싸고 각국 정부, 사법당국과 긴장이 고조될 전망이다.

대규모 암호화는 해커를 막는데 도움이 되지만 반대로 범죄자들이나 반체제 인사들의 데이터에 접근하는 것이 지금보다 더 어려워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개인정보보호와 공공질서 유지를 위한 노력을 놓고 다시 논란이 거세질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일(이하 현지시간) 애플이 종단간암호화(end-to-end encryption system)를 확장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애플의 종단간암호화는 첨단데이터보호(ADP)라고 부른다.

애플 사용자들이 사진이나 자신의 아이폰 백업, 또는 아이노트, 아이메시지 등의 데이터가 저장되는 아이클라우드에 보관된 데이터 대부분을 보호하는 시스템이다.

애플은 자체 서버가 해킹을 당해도 데이터가 보호받도록 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영장이 있더라도 사법당국이 이 데이터에 접근할 수 없다.

애플은 미국 연방수사국(FBI) 등 법 집행당국이 잠금이 풀리지 않은 아이폰을 갖고 있더라도 영장이 있으면 아이클라우드 백업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었지만 새 암호시스템을 도입하면 적법한 절차를 밟아도 데이터에 접근할 수가 없다.

애플에 따르면 지난해 애플은 미 당국으로부터 수천건의 요청을 받았다.

그러나 새 암호화 기법이 도입되면 애플은 더 이상 기술적으로 FBI 등의 요구에 응할 방법이 없어진다.

일례로 아이메시지 채팅 로그 기록과 관련 내용 등을 보고 싶어도 볼 수 없게 된다.

애플은 이날 이같은 암호화 강화는 애플 사용자들을 정교한 해킹 공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크레이그 페더리지 애플 소프트웨어 기술 부문 선임 부사장은 "고객들이 개인정보들을 점점 더 많이 기기에 저장하고 있다"면서 "이 정보들은 첨단 해커들의 공격에 점점 더 노출되고 있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미 당국자들은 그러나 애플이 이전에 약속한 것과 다른 행동을 지속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애플이 아이클라우드를 통해 범죄 정보를 수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계당국에 설명했지만 정작 자료 제출을 요구하면 비협조적이었고, 이제는 아예 데이터에 접근하는 것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애플의 자체 범죄 억제 노력도 이런저런 이유로 후퇴하고 있다.

애플은 지난해 아이폰에서 아동성착취물을 찾아낼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겠다고 밝혔지만 지금은 개발을 중단한 상태다. 정보보호, 보안 연구자들이 이 소프트웨어가 자칫 정부의 검열도구로 악용될 수도 있고, 해커들이 민감한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장치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데 따른 것이다.

일부 국가에서는 애플의 데이터 암호화 강화 자체를 법으로 금지할 것으로도 보인다.

영국 국가사이버안보센터장을 지낸 키런 마틴은 애플의 새 정책이 여러 민주주의 국가들의 정책과 충돌할 수 있다면서 호주는 이를 막을 수 있는 입법을 완료한 상태고, 영국도 이를 저지할 수 있는 입법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호주와 영국에서는 사용자들의 데이터 암호화 확대가 금지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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