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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 드러낸 英 女스파이 ‘캐시’…외교관 꿈꾼 문학 박사는 왜 비밀정보국으로 틀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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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영와 ‘007 시리즈’ 오프닝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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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처음으로 영국 비밀정보국 소속 여성 스파이들의 이야기가 공개됐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8일(현지시각) “MI6 최고의 여성 스파이들의 비밀스러운 삶”이라는 제목의 인터뷰 기사를 통해 MI6라고도 알려진 영국 비밀정보국(SIS‧Secret Intelligence Service) 소속 여성 스파이들의 삶을 조명했다.

인터뷰를 진행한 헬렌 워렐 기자는 이 기사에서 전세계 SIS 요원과 작전을 담당하는 ‘캐시’의 이야기를 전했다.

워렐 기자는 SIS에는 ‘C’로 알려진 국장이 있으며, 그에게 보고하는 모 4명의 책임자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터뷰를 진행했을 당시 4명 중 작전 책임자인 캐시, 전략 담당 ‘레베카’, 기술 담당 ‘아다’ 등 3명이 여성이었다고 전했다.

워렐 기자는 “MI6 국장이 요원들 중 공식석상에서 발언하도록 허가를 받거나 지명된 유일한 이였는데, 지금까지는 이들이 모두 남성이었다”며 “그렇기 때문에 SIS 소속 여성이 대외적으로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고 자신의 이야기를 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캐시는 30년 전 SIS 본부 문턱을 넘어 스파이 생활을 시작했다. 20대였던 캐시는 문학 박사학위를 딴 뒤 외무부 대학원 교육 프로그램에 지원했고, 대사가 되길 원했지만, ‘다른 기회’를 위한 면접 요청 편지를 받았다. 그는 그렇게 ‘스파이 트랙’으로 방향을 틀게 됐다.

당시 면접관이 “걱정하지 말라. 총을 쏠 필요가 없고 헬리콥터에서 뛰어내리지 않을 거다. 이건 ‘제임스 본드’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렇지만 캐시는 전쟁 지역에 배치돼 군인들과 함께 일했고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총기를 다루는 훈련을 받았다고 말했다.

4년 전 SIS는 더 많은 여성과 소수민족 직원을 모집하기 위해 TV 광고를 시작했다. 이 광고의 마지막에는 “비밀스럽지만, 우리는 여러분과 똑같습니다”라는 문구가 삽입됐는데, 워렐 기자는 엄밀히 말하자면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그 이유는 정보국의 비밀스러운 근무환경 탓이다.

정보국 요원들은 가까운 가족 외 고용주가 누구인지 알릴 수 없다.

캐시도 역시 마찬가지다. 캐시는 다른 SIS 요원들과 마찬가지로 ‘외무부 직원’의 탈을 쓰고 친구들을 만난다고 했다.

그는 “너무 지루한 얘기만 했다”라며 “친구들이 나를 불쌍히 여기는 것 같다”고 했다.

워렐 기자는 정보국 내에 여전히 남아있는 여성 차별적 시선을 지적했다.

워렐은 “과거에는 여성들이 무시당하거나 비서직으로 밀려났고, 때로는 적들을 함정에 빠뜨리기 위한 ‘미인계’로만 쓰이기도 했다”고 했다.

그는 영화 ‘007 시리즈’ 원작을 쓴 이안 플레밍을 언급하면서 “영화에서 ‘본드걸’을 인간이 아닌 정복 대상으로만 그렸다”면서 “성차별적 묘사는 영화에만 국한되지 않고 현실에서 더 중요하게 작동한다”고 했다.

워렐은 “이런 문화 레퍼런스를 통해 축적된 인식은 장단점이 있다. 여성 스파이에 대한 인식 부족은 심각한 문제이면서 비밀 무기가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남성중심적인 문화에서는 여성이 과소평가되는 경향이 있어 덜 위협적인 존재로 인식된다”며 “그들은 종종 내가 접근하는 것을 보지 못하기도 했다. 그건 내게는 이점이었다”고 했다. “이는 SIS에 대한 그들의 인식과도 연결돼있다”며 “상대는 젊은 여성이 자신들을 노릴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는 확실히 비밀무기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이윤오 온라인 뉴스 기자 only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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