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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차 시동 걸어주고 운동까지 시켜주는 내 집?... 최신판 스마트홈 가 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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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미(홈 로봇), 이번 주 스케줄 보여줘”

“네. 이번 주 토요일에 가족 모임이 있습니다”

지난 8일 찾은 서울 송파구 문정동 래미안 갤러리. 아파트에 인공지능(AI)을 적용한 최신 스마트홈 기술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스마트폰처럼 안면 인식으로 현관문을 열고 들어간 후, 홈 로봇에게 “스케줄을 보여달라”고 하자 가족모임 스케줄을 브리핑했다. 홈 로봇 ‘테미’에게 “’파티 무드’로 바꿔달라”고 부탁하니 주백색 조명이 어두운 파티 조명으로 바뀌었고, 곧이어 음악이 흘러나왔다.



방 안에 설치돼있는 ‘스마트미러’로 가서 “운동이 하고 싶다”고 했더니 집에서 할 수 있는 필라테스 동작 가이드가 수십 개 나왔다. 카메라를 이용해 기자가 잘 따라 하는지 인식하고, 카운트를 세어 주기도 했다. “차 시동을 걸어달라”고 하면 30초 안에 시동이 걸렸다. 이어 침실에서 인공지능 스피커에 ‘영화관 모드로 해 달라’고 이야기하자 조명이 꺼지고 커튼이 자동으로 닫히며 영화를 볼 수 있도록 침대 상부가 소파처럼 올라왔다.

이들 기술은 삼성물산의 아파트 브랜드 ‘래미안’에 적용 중이거나 적용 예정인 스마트홈 기술이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등과 협업해 기술 기반의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를 ‘스마트싱스’ 원년으로 선포하고 래미안을 비롯해 18개 건설사와 협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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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실 안에 설치된 '스마트미러'에 필라테스 동작을 알려주는 화면이 떠 있다. /백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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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주거환경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커진 가운데, 스마트홈 시장이 스마트폰 만큼이나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건설사들은 이미 연구소를 설립해 자체 연구를 이어가는 한편, 스타트업과 협업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스마트홈 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LG전자 등 통신·가전 기업까지 스마트홈 사업에 뛰어들면서 스마트홈 기술이 닿는 주거환경의 영역은 더욱 확장되고 있다.

스마트홈 시장은 규모가 날로 커지고 있다. 한국AI스마트홈산업협회가 지난해 발표한 ‘국내 스마트홈 산업 동향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스마트홈 시장은 지난해 85조7048억원에서 내년에 약 100조 4455억원으로 커질 전망이다. 뿐만 아니라 2025년까지 연평균 8.4%의 높은 성장률이 예상되고 있다.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스마트홈 관련 국내 출원도 크게 늘었다. 특허청에 따르면 2009년 56건에 불과했던 스마트홈 관련 국내 출원은 지난해 140건으로 뛰었다. 세부 기술 분야에서 누적된 특허 규모를 살펴보면 ‘스마트홈 가전’이 510건(40.5%)으로 가장 많았고, ‘건강관리’ 289건(23.0%), ‘보안 서비스’ 254건(20.2%), ‘스마트 전력제어’가 205건(16.3%)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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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 이불 밑에 설치된 '슬립센서'. 코골이, 수면 시간 등을 스마트폰 앱 '삼성 헬스'와 연동해 집 안 '스마트미러'에 표시해준다. /백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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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아파트는 결국 스마트홈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지하고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면서 “스마트홈 기기들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만 하면 계속 새것처럼 쓸 수 있는 장점도 있어 범용성도 좋다”고 했다.

자사에 스마트홈 개발 연구소를 둘 정도의 여력이 되지 않는 중견건설사들은 다른 방식으로 스마트홈 시대에 대비하고 있다. 호반건설은 프롭테크 스타트업과 협업을 택했다. 자회사 ‘플랜에이치벤처스’를 설립하고 스타트업을 발굴·육성하고 있다. 최근에는 프롭테크와 스마트시티 관련 투자도 지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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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에 특화해 설계된 방. /백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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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반건설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 등 경쟁사들도 스마트홈 기술에 매진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도 규모와 상황에 맞춰 대응하고 있다”면서 “어찌 보면 궁여지책으로 선택한 방향이지만, 결국 스타트업과 상생하는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스마트홈 시장이 애플이나 구글 등 스마트폰 마켓 만큼이나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건설사 뿐만 아니라 통신·가전 기업까지 스마트홈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1일부터 자사 스마트홈 플랫폼인 ‘LG씽큐’ 앱을 전담하는 조직을 플랫폼사업센터로 일원화했다. 씽큐를 중심으로 스마트홈 연결을 가전 사업의 주요 전략으로 삼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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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이 자라는 욕실. 삼성전자의 사내 스타트업이 개발한 태양광 기술을 접목했다. /백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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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간 협업도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를 포함해 GE, 하이얼, 일렉트로룩스 등 글로벌 가전업체 13곳은 ‘홈 연결성 연합(HCA)’을 결성해 서로 다른 브랜드의 가전제품들을 하나의 스마트홈 플랫폼으로 연결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년 상반기 출시할 예정이다.

부동산 업계에서도 스마트홈으로의 발전이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발전된 정보기술(IT) 통신망 등의 덕분에 신기술을 받아들이는 속도가 빠른 한국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맞추려면 건설업계도 발 빠르게 기술을 개발하고 상품에 적용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명예교수는 “건설사들이 초반에는 하나의 판매 전략으로 스마트홈 기술을 개발하기 시작했지만, 이제는 대세가 됐다”면서 “거기에 기술 융합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통신 등 신기술이 아파트에도 침투하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백윤미 기자(yu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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