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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팩트체크] 대전, 실내마스크 의무화 먼저 푼다는데…마스크 언제 벗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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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충남도 "감염병예방법상 시·도지사, 자율적으로 마스크 의무화 해제 가능"

질병청은 "재난안전법상 방역조치에 대해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지휘권한 가져"

정부가 마스크 벗는 시기 앞당기기로 하자 대전·충남 "중대본 입장 따를 것"

연합뉴스

서울 시내 쇼핑몰서 마스크 쓴 시민들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마지막까지 남은 코로나19 방역조치 중 하나인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 해제 논의가 재점화된 가운데 5일 서울의 한 쇼핑몰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방역당국 등에 따르면 대전시는 최근 '오는 15일까지 정부 차원에서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를 해제하지 않으면 자체 행정명령을 발동해 시행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전달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이아미 인턴기자 = 코로나19 사태로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된 지 약 2년 만에 실내 마스크 해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난 9월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이미 해제된 데 이어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벗자는 것이다.

실내 마스크 해제 논의에 본격적으로 불을 지핀 것은 대전시다. 대전시는 2일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실내 마스크 해제 방안을 공식화했다. 내년 1월 1일부터 자체적으로 실내 마스크 의무화를 풀겠다는 것이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5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법으로는 (대전시가) 독자적으로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를) 추진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며 "중대본(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과 협의해 나가는 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대전시에 이어 충남도도 5일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를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중앙정부는 아직 실내 마스크 해제의 시간표조차 내놓지 않은 상황에서 몇몇 지자체가 먼저 마스크를 벗겠다는 방침을 내놓은 것이다.

이장우 시장의 발언처럼 지자체장들은 자율적으로 판단해 마스크 의무화를 해제할 법적 권한을 갖고 있을까? 그렇다면 앞으로 실내에서 마스크를 벗게 될 시점은 지역별로 제각각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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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대전과 충남도가 독자적으로 실내 마스크 의무화를 해제하겠다는 법적 근거는 2020년 10월 코로나19로 인해 전국적으로 실내외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될 당시 개정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이다.

이 법 제49조를 보면 질병관리청장이나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은 감염병 전파 위험이 있는 장소나 시설에서 마스크를 착용하라고 명령할 수 있다. 다만 이 조항은 이 같은 방역지침의 도입에 관한 권한만 규정하고 있을 뿐 해제·철회에 대한 권한은 명시적으로 담지 않았다.

그러나 대전시는 해당 조문에 명문화돼 있지 않을 뿐 방역조치의 시행·해제에 대한 포괄적 권한을 지자체에 부여한 것이란 입장이다. 대전시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감염병예방법에 근거해 (지자체는) 방역 지침을 완화 또는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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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아래) 중대본 총리 주재 정례회의 자료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및 국무조정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반면 보건복지부 산하 질병관리청은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재난안전법)에 따라 방역조치와 관련해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대한 지휘 권한을 갖는다고 밝히고 있다.

재난안전법 15조 3항은 '중앙대책본부장이 재난을 수습하는 데 필요한 범위에서 시·도, 시·군·구의 지역대책본부장을 지휘할 수 있다'고 중대본부장의 지휘 권한을 규정하고 있다.

질병청은 이에 보태 작년 10월 국무총리 주재 중대본 정례회의에서 방역조치 시행과 관련해 이뤄진 합의도 이런 지휘권의 근거라고 제시하고 있다.

당시 합의 내용을 보면 방역조치 '강화'는 지역별 유행 상황 등을 고려해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방역 '완화'의 경우 중대본이 지자체의 재량 범위를 제시하고, 지자체는 중대본과 사전보고·협의를 거치도록 했다.

질병청은 대전시가 근거로 내세우는 감염병예방법 49조에 대해 "지자체가 감염병과 관련해 다양한 조치를 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 조항은 방역조치 강화에 대한 자율권을 명시한 것일 뿐 방역조치 완화는 지난해 10월 중대본의 회의 결과를 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마스크 착용 의무화 해제 권한을 둘러싼 이번 갈등이 더 이상 확전 양상을 띠지는 않을 전망이다. 여당 소속 지자체장이 있는 대전시·충남도가 모두 독자적인 마스크 해제 강행에 나서는 대신 원만하게 중대본의 의견을 따르겠다며 한발 물러섰기 때문이다.

여기엔 당초 실내 마스크 해제 시점을 '이르면 내년 3월'로 제시했던 정부가 이 일정표를 앞당기기로 한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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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대형서점에 설치된 마스크 착용 안내문


한덕수 총리는 6일 "전문가들이 (코로나19 관련) 지표들이 (내년) 1월 말쯤 (해제가 가능한) 요건에 달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현 단계에서 선제적으로 생각하는 정도 단계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이어 9일에는 이달 중 중대본 회의를 거쳐 실내 마스크 착용 해제 시점을 결정할 판단 기준을 확정하겠다고 발표했다.

대전시 관계자는 "마스크 자유화는 법률적 책임 관계를 두고 싸우자는 것이 아니다"라며 "시민들이 (마스크 착용 의무화의) 실효성을 느끼지 못하는 점도 있고, 아이들의 발달 문제 등 종합적인 고려를 거쳐 지자체 차원의 의견 제시를 한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대본의 답변과 상관없이 해제를 강행하려는 것은 아니다"라며 "열흘 정도 논의 상황을 더 지켜보며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충남도 관계자는 "(의무화 해제 방침은) 방역에 혼란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일차적으로 중앙정부에서 (국민에게) 가이드라인을 주고, 국민적 자율방역 체제로 넘어가자는 게 목표"라며 중대본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내년 3월을 넘어서도 (해제) 가이드라인이 정해지지 않으면 시·도지사 권한으로 하겠다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정부와 지자체 간 마스크 의무화 해제 권한을 둘러싼 갈등이 이처럼 봉합되는 흐름을 보이면서 마스크를 벗는 시점은 결국 중대본과 지자체 간 협의 결과에 따라 전국에 걸쳐 일률적으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갈등에서 노정됐듯, 지자체가 자율적인 마스크 의무화 해제 권한을 갖는지는 여전히 논란의 소지가 남은 상황이다. 따라서 다른 지자체가 또다시 독자 해제에 나설 경우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볼 수 있다.

meteor30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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