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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전교조 색깔론 탄압"… 이혼 요구·자살소동 종용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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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화해위, 33년 만에 국가의 인권침해 인정
안기부·보안사·검찰 등 11개 기관 색깔론 탄압
동사무소 직원 동원 이혼요구·자살소동 종용도
전교조 "국가가 가해자임을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국일보

전교조 관계자들이 9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전교조 교사 해직은 국가에 의한 인권침해였음을 인정한 진실화해위 결정을 환영하며 정부의 사과를 촉구하고 있다. 전교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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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결성 직후 국가가 전교조를 와해하려고 부당하게 공권력을 사용해 교원들 인권을 침해했다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판단이 나왔다. 전교조가 결성된 후 33년 만에 국가로부터 인권침해를 받았다고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진실화해위는 9일 “국가는 전교조 참여 교사인 이부영 외 247명에게 사찰, 불법감금, 사법처리, 해직 등 전방위적 탈퇴를 종용했다”며 “노동의 자유와 행복추구권, 사생활 및 직업 자유를 침해한 인권침해 사건”이라고 결론 내렸다. 그러면서 “국가는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배·보상을 포함하는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안기부 등 11개 기관이 색깔론 제기하며 와해 시도


전교조는 민주화 운동의 여파로 1989년 5월 28일 첫발을 내디뎠지만, 노태우 당시 대통령은 “체제 수호 차원에서 대처하라”며 좌익 색깔론을 제기해 전교조를 와해하려고 했다. 이 과정에서 1,500명이 넘는 전교조 교원이 해직됐다.

진실화해위는 안기부와 문교부를 포함해 11개 국가기관이 공권력을 위법하게 사용해 전교조 교사들을 탄압했다고 봤다. 컨트롤타워는 안기부였다. 1989년 8월 ‘전교조 징계조치 이후 전망과 대책’ 문건에선 “악화되고 있는 여론을 반전시키기 위해선 전교조 결성 목표가 ‘참교육’을 빙자해 좌익이념인 ‘민중교육론’을 교육계에 확산시키는 데 있음을 홍보해야 한다”고 적었다.

대검찰청은 8월 5일 전교조 가담자 수사에 착수하면서 전교조 문제를 공안사건화해 231명을 입건하고 41명을 구속했다. 민간인 사찰이 금지된 보안사가 대공 혐의점을 찾기 위해 가택 침입한 사실도 확인됐다. 보안사가 만든 문건인 ‘진드기공작철’에는 교사를 미행하거나 가택을 수색하고 몰래 촬영한 사진도 담았다. 진실화해위는 “모두 영장 등의 근거가 없는 중대 불법행위”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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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사가 전교조 가입교원 사찰을 위해 생산한 문건 '진드기공작철'의 일부. 전교조 회원을 미행하며 찍은 사진이 포함돼 있다. 진실화해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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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일일 가입 현황 관리... 동사무소 직원도 동원


경찰은 전교조 교사들의 집회시위를 방해하고 해산하는 역할을 맡았다. 전교조 행사에 참여하는 교사들을 영장 없이 감금하거나 임의동행했고, 광주광역시 등 일선 지역 경찰청은 전교조 가입 및 탈퇴 현황을 일일 단위로 관리했다.

문교부 역시 전교조 결성 전부터 ‘교원전담실’이라는 사찰기구를 만들어 교사와 가족, 학부모를 사찰해 정보·수사기관에 자료를 제공했다. 전교조 교사들이 행정·민사소송, 위헌법률심판 등을 제기하자 정부에 유리한 방향으로 판결을 이끌어내기 위해 헌재나 법원에 로비한 정황도 확인됐다.

지자체와 동사무소 직원이 동원되기도 했다. 진실화해위는 “일선 경찰과 동장까지 나서 전교조 교사 가족들을 회유하고 협박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혼을 요구하거나 자살소동을 종용하는 등 탈법적 방법도 사용됐다”고 밝혔다.

전교조 "국가가 가해자... 인정하고 사과하라"


전교조는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폭력 가해자였음을 인정하고 사과 및 피해 회복에 나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1989년 해직당한 김민곤(69) 전 전교조 부위원장은 “당시 한밤중에 괴한 2명이 집에 들어와서 뭔가를 휘젓고 다녔다는 얘길 아내에게 들었는데, 그들이 보안사 요원이었다는 걸 이번에 알게 됐다”며 “화해를 위해선 국가가 가해자였음을 고백하고 피해자인 교사에게 정중히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교조는 국회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인 '해직교원 및 임용제외 교원의 지위 원상회복에 관한 특별법'을 통과시킬 것도 요구했다. 해직 기간을 경력으로 인정해 해직 교사가 호봉·연금 등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전교조는 “해직 교사들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하고 가족까지 빨갱이로 낙인찍혀 파탄에 이른 일상을 겪었는데도 지금껏 피해 교사 지원 방안은 전무했다”고 밝혔다.

박지영 기자 jypark@hankookilbo.com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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