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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사설] 정기국회 마지막날까지 국민 짜증나게 한 여야 예산안 소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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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부터 작년까지 지난 8년간 다음해 예산안이 정기국회 회기를 넘겨 처리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여야 이견 탓에 예산심의를 못 끝내더라도 무조건 그해 12월 1일 0시에 정부 예산안이 국회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 것으로 간주하고, 본회의를 열어 의결하도록 한 국회선진화법(개정국회법) 85조 덕분이다. 그런데 올해 정기국회 내 예산안 처리가 불발되면서 이 같은 전통이 깨지게 됐다. 해를 넘기기도 했던 예산 늑장 처리를 막으려 만든 게 국회선진화법이다.

하지만 여야가 정기국회가 끝나는 9일까지도 예산안을 놓고 극한 대치 소모전을 이어가면서 이 법마저 무용지물이 된 것이다. 의회정치의 심각한 퇴행이다. 여야 모두 입으로는 민생을 떠들지만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행태다. 국민 인내심의 한계를 시험하는 듯하다. 예산 파행과 이에 따른 국민의 분노와 짜증을 정치권이 어떻게 감당할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과 예산안 중 뭐가 더 시급한가. 내년 나라 살림살이를 조금이라도 걱정한다면 당연히 후자다. 그런데도 더불어민주당이 해임안부터 처리하자고 하는 건 정부 예산에 파투를 놓고 국정운영 발목을 잡으려는 정치 공세로 볼 수밖에 없다. 여야가 합의한 국정조사를 통해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책임 소재를 파악한 뒤 처리하면 될 일이다. 민주당 탓만 하는 국민의힘도 한심하긴 마찬가지다. 해임건의안을 접지 않으면 예산안 처리도 없다는 식의 비타협적 행태는 바람직하지 않다. 대통령과 함께 국정을 운영하는 집권여당의 책임 있는 자세로 보기 힘들다. 야당 설득이 정 어렵다면 대안을 찾아야 한다. 앞서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밀어붙인 민주당이 구속력 없는 해임안을 또 단독 처리하겠다고 하면 막을 방법은 없다. 억지스러운 해임안 강행에 대한 심판은 국민에게 맡기고, 국민의힘은 예산안 처리에 방점을 찍는 게 순리다. 입법과 예산안 처리는 국회의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책무다. 그런데도 민생은 외면한 채 법인세·해임안을 놓고 이전투구를 벌이며 국민 짜증만 키우는 막장극과 직무유기를 이제는 끝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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