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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더 파인 노·정 갈등의 골…안전운임제 ‘동상이몽’ 불씨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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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없이 끝난 파업이 남긴 것

경향신문

다시… 화물연대가 파업 종료 찬반투표를 통해 총파업을 중단하기로 한 9일 경기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 2터미널에 화물차들이 분주하게 운행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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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몰 눈앞 “유지 총력”…빈손 복귀
‘차종·품목 확대’ 논의될지 미지수
“조폭” 등 노조 혐오 부추긴 정부
1차 파업 때와는 달리 여론도 싸늘
“나쁜 정부 프레임 넘는 전략 필요”

지난달 24일 시작된 화물연대 총파업이 16일 만에 끝났다. 화물연대는 9일 조합원 총투표를 통해 파업 중단을 결정했다. 파업이 길어지면서 조합원들도 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또 현행 안전운임제의 일몰 시한이 당장 올해 12월로 종료되기에 우선 이를 유지하는 데 뜻을 모은 것으로 보인다.

파업의 주된 이유였던 안전운임제 지속 추진은 ‘일몰 시한 3년 연장’으로 결론 날 가능성이 커졌다. ‘품목 확대 없는 3년 연장안’은 파업 돌입 전 정부가 제시한 안이다. 화물연대는 ‘일몰 시한 폐지’를 내세우며 파업에 나섰지만 지난 8일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정부안을 수용하면서 힘이 빠졌다. 민주당은 이날 일몰 3년 연장안을 담은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교통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단독 의결했다.

화물연대가 일몰 시한 폐지와 함께 요구한 ‘차종·품목 확대’는 논의 테이블에 올라갈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민주당이 ‘여야 동수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지만 국민의힘은 이를 선뜻 받아들이지 않았다. 화물연대는 당장 올해 안에 논의가 진행되기엔 한계가 있다고 본다. 다만 올해를 넘겨도 관련 논의를 이어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화물연대는 파업 종료 이후에 더 많은 숙제를 안았다. 우선 강경 일변도의 정부를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윤석열 정부는 화물연대 파업을 시작 전부터 ‘정치투쟁’이라 규정하고 ‘불법’ ‘조폭’ ‘귀족노조’ 프레임을 씌웠다. 법과 원칙만을 강조하며 노조를 ‘제압 대상’으로 여겼다. 윤 대통령은 화물연대의 파업을 “북핵 위협”에 비유하기도 했다. 정부와 여당 인사들도 앞다퉈 노조 혐오 발언을 이어갔다.

정부는 결집한 화물노동자들에게는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 대응했다. 업무개시명령부터 행정 처분, 경찰 수사,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등 온 부처가 달려들었다. 총파업이 시작되고 일주일도 안 된 지난달 29일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지난달 28일과 30일, 화물연대와 두 차례 짧은 만남 이후에는 아예 대화의 문을 닫아버렸다. 국제노동기구(ILO)가 화물연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의 ‘긴급 개입’ 요청을 받아 한국 정부에 공문을 보냈지만, 이를 단칼에 무시했다.

대통령실은 9일 화물연대 총파업 중단에 대해 천문학적 경제적 피해가 발생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부가 이번 화물연대 파업 대응에서 보여준 방식은 앞으로 다른 노·정 갈등에서도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스스로 운신의 폭을 좁히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윤석열 정부는 이를 수정할 의사가 없어 보인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좋든 싫든 노동계와 함께 나아가야 하는데, 힘겨루기로 기세 싸움에 나선 것은 갈등만 부추기게 된다”고 했다. 갈수록 심해지는 ‘노조 혐오’ 분위기를 어떻게 돌파할지도 관건이다. 지난 6월 화물연대가 1차 총파업을 벌였을 때 시민들은 기름값 폭등으로 직접 영향을 받는 화물노동자들의 어려움에 공감했다. 그러나 이번 2차 파업에서 화물연대는 싸늘한 여론을 확인했다. 한국 사회 전체에 ‘노조에 대한 적대감’이 만연한 상황에서 이를 타개할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화물연대 관계자는 “ ‘강경 탄압’ ‘나쁜 정부’ 그 이상의 것을 지적할 수 있는, 총체적 정책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정부의 대화 상대로 나설 조직의 정비가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안전운임제’에 대한 연구도 꾸준히 이어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선희·조해람 기자 y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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