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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법과 원칙의 승리” 자화자찬 정부, ‘노조 길들이기’ 가속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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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밝혔지만 특고 노동자 언급 없어

보수층 결집 국면 전환 성공…야당·언론에 대한 강경 기조 강화될 듯

경향신문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가 9일 총파업을 철회하면서 대통령실과 정부·여당은 ‘법과 원칙’에 따른 승리라고 평가하는 분위기다. 강경 일변도로 몰아붙이면서 거대 노조의 백기투항을 끌어냈고, 보수층 결집을 통한 국면 전환에도 일정 부분 성공했다고 자평한다. 향후 파업 노동자에 대한 대대적 수사 등 공안정국 조성은 물론 언론, 야당에 대한 강경 대응 기조가 더욱 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비서관은 화물연대 총파업 철회와 관련해 “화물연대 집단 운송거부는 천문학적인 피해를 줬다”며 “그렇지만 우리 모두 화물업계 제도 개선을 모색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수석은 “정부는 노사문제에 법과 원칙을 지켜나가며 청년세대 일자리 확보와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공정하고 미래지향적인 노사문화 조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을 밝히고도 정작 노동시장 하층위에 있는 특수고용 노동자인 화물기사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대통령실과 정부는 지난달 24일 화물연대 총파업 돌입 직후부터 강경 일변도로 파상 공세를 폈다. 지난달 29일 사상 초유의 업무개시명령을 시멘트 분야 화물운송 노동자들에게 발동했고, 전날 철강·석유화학 분야로 확대했다. 유가보조금 지급 중단, 고속도로 통행료 감면 중지 등 압박책도 이어졌다.

강경 드라이브를 진두지휘한 것은 윤석열 대통령이었다. 윤 대통령은 파업 돌입 24시간도 지나지 않은 지난달 2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운송거부를 지속한다면 업무개시명령을 포함하여 여러 대책들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엄포를 놨다. 지난 2일 참모진 회의에서 파업을 “불법과 범죄를 기반으로 하는 쟁위 행위”로 규정하고 “끝까지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도 했다. 총파업을 “북핵 위협”이라고까지 했다. 국민의힘은 화물연대와 민주노총을 향해 “폭력집단” “조선노동당 2중대”라고 비난했다.

대통령실과 정부·여당이 윤 대통령 순방 중 비속어 논란, 이태원 핼러윈 참사 여파로 허덕이던 상황에서 국면전환 카드로 화물연대 총파업을 활용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노동 이슈는 안보와 함께 보수 지지층 결집 소재였다. 윤 대통령의 적대적 노동관이 결합하면서 강경 일변도 기조로 이어졌다는 해석이다.

정부의 노조 몰아붙이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며 “폭력과 불법에 타협하지 않고 단호히 대응하여, 법과 원칙이 확고히 지켜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SNS에 “ ‘선 복귀, 후 대화’라는 정부 입장은 확고하며, 어떠한 조건도 있을 수 없다”고 적었다. 그는 안전운임제 3년 연장에 대해서도 “정부·여당이 집단 운송거부로 인한 국가적 피해를 막기 위해 제안한 적은 있으나, 화물연대가 집단 운송거부에 돌입하였기 때문에 제안은 무효화된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과 정부는 업무개시명령 불이행자에 대한 처벌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원 장관은 이날 한 아파트 건설현장 간담회에서 화물연대 동조파업에 나선 건설노조를 비판하며 “화물연대 악습, 건설노조 관행은 운송거부가 철회된 이후에도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도 “복귀하더라도 모든 피해에 엄정 책임을 물어야 한다(김석기 사무총장)” “정부는 업무개시명령 미이행자 처벌을 엄정하게 집행해야 한다(김정재 국토교통위 여당 간사)” 등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강경 대응으로 보수층 결집 효과를 확인하면서 대통령실도 같은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한국갤럽 여론조사(지난 6~8일 전국 성인 1000명 대상 조사·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에서 윤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긍정평가)은 33%로 3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긍정 응답자들은 ‘노조 대응’(24%)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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