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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0 (토)

"이란, 여성 시위자 얼굴·성기 고의 사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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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력 잃은 시위자도 많아"
유엔 인권이사회 조사 추진
한국일보

7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이란 반정부 시위 지지 집회에서 한 시민이 '이슬람 공화국에 반대한다'고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헤이그=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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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보안군이 반정부 시위에 참여한 여성들의 얼굴과 가슴, 성기를 노려 산탄총을 발사하고 있다는 증언이 나왔다. 남성과 어린이의 경우 눈에 총을 맞은 사례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위대에 공포심을 조성해 저항 열기를 꺾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란 당국의 감시망을 피해 몰래 반정부 시위대 부상자를 치료한 의료진 10명을 인터뷰한 내용을 토대로 현지 참상을 보도했다. 인터넷 차단으로 유혈 진압 실상이 상당 부분 가려졌지만, 의료진이 제공한 사진에는 가까운 거리에서 온몸에 산탄총을 맞은 시위 참가자 등 부상자들의 처참한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의료진은 한 목소리로 이란의 젊은이 수백 명이 부상으로 평생 후유증을 겪을 수 있다며 유혈 진압의 심각성을 경고했다. 이란 중부 이스파한주(州) 한 의사는 당국이 여성을 남성과 다르게 겨냥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성기에 2발의 총상을 입은 20대 초반의 여성 부상자 사례를 소개했다.

해당 여성의 경우 군경 약 10명에 둘러싸인 채 성기와 허벅지에 총을 맞았다. 의사는 “(당국이) 여성들의 아름다움을 파괴하기를 원했기 때문에 남녀를 다른 방식으로 겨냥하고 있다고 본다”며 “허벅지 안쪽에 박힌 10개의 파편은 쉽게 제거했지만, 2발은 요도와 질 사이에 끼어 있어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른 의료진들 역시 친정부 성향 민병대를 포함한 군경이 강경 진압 시 중요한 장기를 피해 발이나 다리를 사격하는 관행을 무시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테헤란의 한 외과 전문의는 시위가 처음 발생한 날인 9월 16일 시위 현장을 지나가다가 얼굴에 총을 맞은 25세의 부상자를 치료한 사례를 전했다. 그는 “파편이 (부상자) 눈과 머리, 얼굴에 박혀 있었다”며 “양쪽 두 눈이 거의 실명해 빛과 밝기만 감지할 수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는 시위 현장에서 가까운 거리에서 쏜 총에 맞아 시력을 잃은 수백 명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는 게 가디언의 설명이다.

400명이 넘는 이란 안과 전문의들은 마흐무드 자바르반드 이란 안과학회 사무총장에게 강경 진압으로 인한 시위대의 실명을 경고하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서명에 참여한 한 안과 전문의는 엑스레이(X-ray) 상 머리와 얼굴에 18개의 파편이 박힌 20세 남성을 비롯해 시력의 일부 또는 전부를 잃은 환자 4명을 치료했다고 말했다.

그는 “눈은 신체의 가장 민감한 부분인데 남은 평생 제대로 보지 못하고 살아야 하는 젊은이들을 보면 너무 화가 나 눈물이 난다”며 “최근 동료 의사들한테 들은 사례까지 포함하면 시위 현장에서 눈을 다친 사례는 1,000건이 넘는다”고도 말했다.

이란에서는 지난 9월 중순 히잡 사이로 머리카락이 보인다는 복장 규정 위반을 이유로 붙잡힌 22세 여성 마흐사 아미니의 의문사에 항의하며 여성 중심으로 시작된 시위가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로 확대돼 3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에 따르면 이란 정부의 일관된 강경 진압으로 지금까지 40명 이상의 어린이를 포함해 300명 넘게 목숨을 잃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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