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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황희찬도 조규성도 아니었다... 尹 테이블에 백업 선수들 앉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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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8일 영빈관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환영 만찬. 윤석열 대통령(가운데부터 오른쪽으로), 김건희 여사, 손흥민, 조현우, 백승호, 오현규, 세르지우 코스타 수석코치, 통역사, 파울루 벤투 감독.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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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 월드컵 16강에 오른 축구 국가대표팀 환영 만찬이 열린 8일 청와대 영빈관. 선수단과 코치진, 조리사와 팀 닥터 등은 각자 자신의 이름이 적힌 자리에 찾아가 앉았다. 몇 명의 선수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윤 대통령 테이블에 앉게 된 이들이었다. 모두가 이날의 주인공이지만, 아무래도 초청자인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테이블에 앉는 이들의 무게감은 다른 이들의 그것보다 더 중하게 여겨진다. 게다가 이번 월드컵은 국민적 사랑을 받는 스타들을 여럿 탄생시켰다. 그런데 의외라고 생각될만한 이들이 윤 대통령 테이블에 함께했다.

이날 윤 대통령 오른쪽에는 대표팀을 이끈 파울루 벤투 감독이 자리했다. 그 옆자리에는 통역사가 앉았다. 김 여사 왼쪽 자리에는 ‘캡틴’ 손흥민 선수가 앉았다. 통역 옆자리에 앉은 이는 세르지우 코스타 수석코치였다. 코스타 수석코치는 벤투 감독이 가나전에서 경기 종료 시점과 관련해 주심에게 항의하다 퇴장당한 후 포르투갈전을 대신 이끌었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예상할만한 인물이었다.

손흥민 옆에는 골키퍼 조현우가 자리했다. 조현우는 이번 대회 1분도 뛰지 못하고 백업 골키퍼로 생애 두 번째 월드컵을 마쳤다. 그럼에도 소셜미디어에 “무엇보다 포기하지 않고 달렸기 때문에 16강 진출을 했다”며 “지금 이 순간 다시 시작이라 생각한다”는 글을 올렸었다.

조현우 옆자리에는 백승호가 앉았다. 가나전 멀티골의 주인공 조규성도, 포르투갈전 역전골의 주역 황희찬도 아니었다. 백승호는 이번 월드컵에서 내내 벤치를 지키다가 브라질과의 16강전에 교체로 출전했고, 한국에 마지막 골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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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전(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3차전 대한민국과 포르투갈 경기가 끝난 뒤 대표팀 김영권과 오현규(오른쪽)가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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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한 자리는 오현규가 차지했다. 오현규는 카타르 월드컵 최종 명단 26명에 들지 못했지만, 도하로 떠난 ‘예비 명단’에 있는 선수다. 손흥민이 안와 골절 부상을 입어 월드컵 출전 여부가 불확실해지면서 벤투 감독은 오현규를 발탁했다. 하지만 손흥민이 마스크를 쓰고라도 경기를 소화하겠다고 했고, 오현규는 벤치에 앉을 기회도 얻지 못하게 됐다. 그러나 오현규는 좌절하지 않았다. 현지에서 지원 스태프로 대표팀의 궂은일을 도왔다. 손흥민은 귀국 인터뷰에서 “현규에게 너무나도 고맙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며 “저 때문에 희생했다. 어린 선수임에도 불구하고 이 팀에 무엇이 필요한지 정확히 알고 그 역할을 충실히 해줬다. 제게 있어서는 이번 월드컵을 같이 한 선수 중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선수”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 테이블에는 감독, 코치, 주장, 후보선수, 골을 넣은 선수, 예비선수가 한자리에 모였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손흥민부터 예비선수까지 모두 우리의 자랑이라는 의미”라며 “당신들 모두가 우리의 영웅이라는 대통령의 뜻이 자리 선정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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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8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카타르 월드컵 축구 국가대표팀 환영 만찬에서 파울루 벤투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 및 선수들과 셀카를 찍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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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만찬의 초청자 명단도 윤 대통령의 이러한 생각을 반영했다고 한다. 팀 닥터, 조리사 등 카타르 현지에서 묵묵히 선수들과 함께 고생했던 이들은 만찬에 초청됐지만, 소위 ‘높은 분들’인 대한축구협회 간부들은 자리하지 않았다. “대통령과의 식사 자리가 힘 있는 사람들만의 자리는 아니지 않느냐”는 게 윤 대통령의 평소 생각이라고 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통상 국제 경기에서 좋은 성과를 거둔 후 만찬을 하면 유명한 선수 몇 명과 협회 간부들이 대통령 테이블을 채우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는 일부러 협회 관계자들은 부르지 않았다”고 했다.

김 여사는 한 시간 전 리셉션장을 미리 찾아 준비가 잘 되었는지 살펴보는 등 이날 만찬에 신경을 기울인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선수들을 향해 “국민을 대표해 고생하고 오신 여러분에게 소찬이나마 함께하고 고생한 얘기를 좀 듣는 것이 하나의 도리가 아닌가 생각한다”며 “2026년 북중미 월드컵에선 더욱 좋은 조건에서 더욱 자신감을 갖고 마음껏 뛸 수 있도록 정부를 대표해 여러분을 더 강력하게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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