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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미국서 석방된 러시아 죽음의 상인 "서방, 러 붕괴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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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 귀국 후 자국서 인터뷰
"수감 중 러시아 혐오 안 겪어"
한국일보

미국에서 구금돼 왔던 러시아 무기상인 빅토르 부트가 러시아에 구금됐던 미국 농구선수 브리트니 그라이너와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공항에서 교환된 뒤 러시아행 항공기에 앉아있다. 사진은 9일 러시아 RU-24 방송영상 캡처. 아부다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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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여자 프로농구 선수 브리트니 그라이너와 죄수 교환을 통해 석방된 러시아 무기상 빅토르 부트가 “서방이 러시아 붕괴를 추진한다”고 비난했다.

부트는 9일(현지시간) 러시아 귀국 후 현지 국영 방송 RT 인터뷰에서 “서방은 소비에트연방이 붕괴하기 시작한 1990년대에 우리를 끝내지 못했다고 생각한다”며 “그들은 이제 다시 우리를 붕괴시키고 러시아를 분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그는 미국 내 수감 생활에 대해선 나쁜 평가를 하지 않았다. “수감자나 간수들로부터 러시아 혐오에 직면하지 않았다”거나 “기본적으로 대부분 수감자가 러시아에 대해 동정적이었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석방 후 귀국한 소감으로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감정”이라고 밝혔다. 부트의 아내는 그가 정신ㆍ육체적으로 완전히 고갈된 상태라고 전했다. 이어 “3년 전 딸과 함께 그를 만나기 위해 한 달간 미국에서 지냈을 때와 비교하면 지금 그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라며 “그 동안 우리는 서로 보지 못한 채 전화로만 연락해왔다”고 말했다.

부트는 아프가니스탄과 아프리카 등 분쟁지역의 무기 밀매에 깊숙이 관여한 인물로 ‘죽음의 상인’으로 불린다. 수백만 달러 상당의 무기를 불법적으로 판매한 혐의로 2012년 미국에서 25년의 징역을 선고 받고 수감됐으며, 전날 러시아와 미국의 죄수교환 합의에 따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공항을 거쳐 러시아로 돌아왔다.

미국은 부트를 석방한 대신 올해 2월 대마초 추출 오일이 함유된 전자담배 카트리지를 들고 러시아에 입국하다 징역 9년을 선고 받고 러시아 감옥에 수감된 그라이너를 돌려받았다. 이후 미국에서는 거센 역풍이 불고 있다.

미국인의 죽음에 책임 있는 악명 높은 무기상을 미국 정부가 너무 쉽게 풀어준데다, 그라이너의 경우 지은 죄가 부트의 범죄 행위에 비해 경미한 탓이다. 미국 의회전문매체 더힐은 “이번 맞교환은 러시아에 더 유리했다”고 꼬집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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