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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시진핑, 걸프 정상에 "석유·가스 위안화 결제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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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패권에 정면 도전
한국일보

9일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이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리야드=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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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걸프 지역 아랍 국가 지도자들과 회동한 자리에서 석유·천연 가스 수입에 대한 위안화 결제 시행 의지를 내비쳤다. 혹여 미국이 제재에 나서더라도 끊어지지 않는 에너지 도입선을 확보하겠다는 뜻을 공공연하게 밝힌 셈이다. 글로벌 석유 시장에서 공고했던 달러화 지배력이 약해질 수 있는 탓에 미국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중국 관영 중앙TV에 따르면 시 주석은 9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중국-걸프 아랍국가협력위원회 정상회의 기조 연설을 통해 향후 3∼5년간 중점적으로 추진할 협력 사안에 대해 언급하며 이 같은 구상을 밝혔다.

시 주석은 “중국은 걸프협력회의(GCC·사우디·UAE·쿠웨이트·카타르·오만·바레인 참여) 국가로부터 원유와 액화천연가스 수입을 계속 확대하고 석유 및 가스 개발, 청정 저탄소 에너지 기술 협력을 강화하며 석유 및 가스 무역에 대해 위안화를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은 시 주석이 이 대목에서 ‘상하이 석유·가스 거래소’를 위안화 결제의 플랫폼으로 충분히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시 주석은 또 “중국과 걸프 국가 간 평화적 핵이용 기술 포럼을 설립하고 핵안보 시범센터를 공동으로 건설해 GCC 국가들의 평화적 핵이용과 핵기술 분야 인재를 양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석유 및 가스 수입에 대한 위안화 결제 추진은 미국 등 서방이 중국에 대한 에너지 공급을 제약하는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우회할 수 있는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전략적 의미가 작지 않다.

그러나 미국 입장에서는 달러 패권에 정면 도전하는 셈이어서 거센 반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1974년 석유 파동 이후 지금까지 석유 대금의 달러 결제는 전 세계 경제 불문율이었다. 사우디 등 걸프 지역 아랍 국가들이 위안화를 기준으로 원유 가격을 매기고 결제할 경우, 글로벌 석유 시장에서 공고했던 ‘달러 지배력’에 금이 가게 된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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