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장헌권 목사의 얼굴 스케치 그림. |
광주기독교협의회 인권위원장이자 시인인 장헌권(65)씨가 <발로 쓰는 편지>(심미안 냄)를 출간했다. 사람들은 그를 ‘길 위의 목사’로 호명한다. 그는 “5·18과 세월호 참사를 목도한 뒤 광장과 골방을 오가는 현장의 목자가 되었다”고 고백한다. 김준태 시인은 추천사를 통해 “교회 안에서 기도하는 목사가 아니라, 하나님이 부르는 곳이라면 언제 어디든지 찾아가서 진리와 정의, 사랑과 평화의 편에 서는 목자”라고 밝혔다.
이번 책 1부엔 2017년부터 광주 한 지역신문에 편지 형식으로 쓴 글 48편을 모았다. 장 목사가 쓴 편지를 받는 수취인은 매우 다양하다. 세월호 선장과 선원 15명, 오월 어머니, 강제동원 피해자 등에게 손편지를 써서 보냈다. 2021년 8월31일엔 고 조비오 신부 명예훼손 혐의로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고 항소심 세번째 재판에 출석한 전두환씨에게도 편지를 띄웠다. “존경을 받지 못했다 할지라도 모든 인간이 바라듯 품위 있는 마지막을 위해서 용서를 구하십시오.”
2부는 <한겨레> 기고면에 실린 글 19편으로 엮었다. 세월호 참사 진실규명을 촉구하고 사형제도 폐지를 지지하며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바라는 등 소재가 다양하다. 이 가운데 한국 교회의 담임목사 세습 세태를 엄중하게 꾸짖는 글은 서늘하다. 그는 ‘세상이 교회를 염려하는 시대’(2018년 8월10일)라는 기고문에서 “교회 세습 문제는 부와 성도 숫자 등 대단한 권력을 형성하고 있는 집단에서 이뤄진다”며 부자간의 담임 목사직 세습으로 비난이 된 서울의 한 대형 교회의 문제점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있다. 또 ‘국가조찬기도회 유감’이라는 글에서 그는 한국 교회 지도자들이 대통령 등 정치인과 호화로운 분위기에서 기도회를 하는 것이 기독교 정신에 맞는 것인지 따져 묻는다.
3부는 평화·통일·인권을 향한 길 위에 섰다가 세상을 뜬 이들의 영전에 바치는 추모 글과 추모 시를 모았다. 고 정의행·서유진·서옥렬·임동규·강신석·이금주·배은심·정동년 등을 추모하는 시엔 고인의 생애를 촘촘하게 떠올리게 하는 울림이 스며 있다.
그는 시인이자 영화평론가, 다큐멘터리 제작자이다. 2008년 월간 <문학공간> 시 부문 신인문학상에 당선해 등단한 장 목사는 <차마 부를 수 없는 꽃>, <서울가는 예레미야> 등의 시집을 냈다. 또 다큐멘터리 영화 <술잔의 고백>, <빗자루 도사와 동지들>, <헌책방에서 만난 사람들>을 제작했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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