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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0 (토)

이슈 중대재해법 시행 후

“금융판 중대재해법 위반 1호 피하자”…은행권 사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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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령·불완전판매 CEO 책임…개정안 마련

새해 키워드 ‘내부통제’… 금융당국 압박↑

한국금융신문

[한국금융신문 김관주 기자] 조만간 ‘금융판 중대재해처벌법’이 베일을 벗는다. 은행권에서 수백억원 규모의 횡령, 이상 외환송금 거래 사태, 펀드 불완전 판매, 전산 장애 등 금융사고가 이어지자 금융당국이 칼을 빼들어서다.

금융당국은 앞으로 금융회사에 이러한 중대 사고가 발생할 경우 최고경영자(CEO)는 물론 금융지주 회장까지 책임을 묻기로 했다. 산업 현장에서 시행 중인 중대재해법의 원칙을 금융권에 그대로 적용하는 셈이다.

횡령·금융사고에 신뢰 ‘흔들’
지난해 은행권은 내부통제 이슈로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냈다. 작년 4월 우리은행에서 700억원 규모의 횡령 사고가 나면서, 허술한 내부통제는 도마 위에 올랐다. BNK부산은행(15억원)과 신한은행(2억원) 등에서도 직원의 횡령 사실이 적발됐다. 올 초 국민은행은 업무상 배임 등으로 120억원대 금융사고가 났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7월에는 금융권의 이상 외환송금 거래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당초 수천억원이었던 규모는 금융감독원의 검사와 검찰 수사가 이어지면서 은행권에서만 10조원, NH선물에서 7조원으로 불어났다.

같은 시기 신한은행과 하나은행, 기업은행은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았다. 금감원은 라임펀드를 불완전판매한 신한은행에 일부 업무정지 조치를 내렸다. 하나은행은 옵티머스펀드 돌려막기 및 이상 외환 거래로 2건의 중징계를 받았다. 기업은행은 디스커버리펀드 불완전판매 및 공시 위반에 따른 제재를 받은 바 있다.

금융위원회는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의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해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문책 경고 상당의 중징계를 의결했다. 우리은행에는 사모펀드의 신규 판매 3개월 정지라는 제재를 내렸다.

이에 따라 신한은행과 우리금융지주, 우리은행, 하나은행, 기업은행의 한국ESG기준원 지배구조 등급은 지난해 B+로 전년도 A에 비해 한 단계 하락했다.

작년 10월에는 카카오 전산센터 화재사고로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 등의 서비스에 장시간 장애가 발생했다.

“회장님 몰랐어요” 안 통한다
상황이 이렇자, 금융당국은 작년 8월부터 ‘금융권 내부통제 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며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마련하고 있다. 법리 검토와 의견 수렴을 거쳐 올해 1분기 중 법령 개정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앞서 TF는 지난해 11월 29일 중간발표에서 중대 금융사고에 한해 CEO에게 내부통제 관리 의무를 부여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CEO 범위에는 금융지주 회장도 포함된다.

당시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소비자들에게 직접적인 손해를 끼치는 대규모 금융사고에 대해 대표이사, 이사회, 임원 등 통제 권한을 가진 사람들의 최종 책임을 강화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며 “추후 관련 법령을 확정하고 가능한 한 빨리 시행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금융사고 발견 시점이 아닌 발생 시점의 경영진이 책임을 지기로 했다. 중대 금융사고의 범위는 횡령, 불법외환 거래, 일정 금액 또는 일정 기간 이상의 불완전 판매, IT 전산사고, 등으로 제한됐다. 대표가 금융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비했고 정상 관리했다면 책임은 경감된다.

이사회의 내부통제 감시·감독 의무도 명문화한다. 이사회는 CEO의 내부통제 관리 업무를 감독하고 관련 의무 이행 현황에 대해 보고할 권한을 갖게 될 예정이다.

다만 금융업계는 실효성을 위해서 명확한 기준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대표이사와 이사회의 구체적 역할과 책무, 담당 임원 간 업무 분장 규정화, 금융사고 방지를 위한 임원별 책무·기준, 중대 금융사고의 대상과 적용 범위, 구체적인 면책기준 등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 규제 압박 수위 높여
최근 금융당국은 조직개편을 통해 금융사 대상 검사 기능을 강화했다. 지난달 금융위는 불공정 거래를 조사하는 자본시장조사단과 자본시장제도를 만드는 자본시장정책관을 통합해 자본시장국으로 격상하는 직제개편을 추진했다. 자본시장국은 2018년 7월 이후 4년 만에 부활하게 됐다.

또, 증권 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자본시장조사 전담 부서를 자본시장조사총괄과, 자본시장조사과 2개 부서로 확대했다. 기존에는 자본시장조사 업무를 자본시장조사단에서 전담했다. 그간 자본시장 규모와 참여자 수가 늘어난 데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용 등 복잡해진 증권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자본시장조사총괄과는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조사의 기획·총괄 및 조정, 사건의 분류, 자본시장사법경찰관리의 직무 집행, 자본시장조사 관련 대외협력 등 업무를 담당하게 된다. 자본시장조사과는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조사 및 조치, 허위공시·중요 사실 누락 등에 대한 조사 및 조치 업무를 맡는다.

금감원 역시 자본시장의 불공정·불건전 행위 근절과 내부통제 개선을 위해 관련 담당 조직을 확대했다. 은행검사국을 기존 2국에서 3국 체계로, 외환검사팀을 2개에서 3개로 늘리는 등 내부통제 개선을 위한 검사 역량을 강화하는 데 주력했다.

은행검사국은 1국이 시중은행을, 2국이 지방·특수은행을, 3국이 외국계·리스크검사 등 은행별로 영위하는 영업형태 및 리스크 유형 등을 고려해 업무가 배분된다.

은행권, 내부통제 고삐 죈다
시중은행 수장들은 올해 내부통제 강화에 방점을 찍고 조직개편을 마무리했다. 우선 국민은행은 소비자보호본부를 그룹으로 격상했다. 또, 이상 징후 해외송금의 선제적 차단을 위해 외환 거래 모니터링 전담팀을 새로 만든다.

신한은행도 내부통제 체계 혁신 컨트롤타워인 준법경영부를 신설했다. 영업점 사고를 막기 위해 준법감시 인력을 지역본부에 배치하기로 했다.

이달 취임한 한용구 행장은 “더욱 확장된 고객 중심의 내부통제 체계는 금융 소비자와 직원 여러분을 보호하며 상호 신뢰를 두텁게 쌓아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은행은 내부감사 조직인 검사실의 기능 중 본부조직 감사 기능을 분리해 본부감사부를 만들었다. 본부감사부는 본부조직 전담 상시 감사 업무와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체계를 구축하는 역할을 한다. 여신 사후관리를 총괄하는 여신관리본부도 신설했다. 여신관리본부는 아래에 관리기업심사부와 여신관리부를 두고 연체 여신을 중점 관리한다. 채권 회수, 기업 개선 활동 등 여신관리 강화를 통해 은행의 자산건전성을 철저히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이원덕 우리은행장은 신년사를 통해 “위험이 없는 사업은 없으나 그 위험은 통제돼야 한다. 위험을 통제하는 시스템과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면서 “무엇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의 윤리의식과 준법정신”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농협은행은 금융소비자보호법 준수 여부를 점검하는 전산 모니터링 프로세스를 도입했다. 위험지표에는 ▲꺾기 의심거래 ▲고령 투자자의 고위험 등급 투자 상품 가입 비율 ▲해피콜 결과 ‘미흡’으로 영업점 이첩된 건 등 금융소비자들의 피해가 우려되는 항목들이 선정됐다.

아울러 투자자 보호장치인 대면 상품 판매 녹취 분석 시스템을 개발 중으로 내년 초 본격 적용을 앞두고 있다.

지난 4일 이석용 농협은행장은 취임사를 통해 “한순간의 방심으로 고객의 신뢰가 무너질 수 있는 만큼, 각종 사고와 부실을 예방하기 위한 내부통제 및 소비자보호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며 “국내를 넘어 글로벌 기준에도 부합하는 관리 체계를 갖춰 주시기 바란다”고 직원들에게 당부했다.

김관주 기자 gjoo@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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