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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30년 후 수도권…일산 신도시가 매년 사라진다 [나기자의 데이터로 세상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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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장래가구 추계 살펴보니
수도권서만 2050년 7만 가구 줄어
일산 신도시(6.9만 가구)랑 맞먹어

수도권 주택 10년간 250만 준공돼
이대로 갈시 20년 후 주택부족 없어
그 이후엔 가구 감소로 빈집 두드러져

일본처럼 외곽지 깡통집 많이 발생할듯
돈의 흐름 주식·벤처로 바꾸는 제도 필요


[나기자의 데이터로 세상읽기-23]

민족의 명절 설날에도 역시 화두는 부동산이었죠. 지난해 금리인상발 경기침체로 인해서 수도권 아파트가 20~50% 가량 가격 조정을 받았습니다. 올해 역시 부동산 전문가들 대다수가 하락을 점치고 있고요.

이번 기획선 주택 수요의 핵심 중 하나인 가구수와 주택수를 분석해보고자 합니다. 앞으로 수도권 가구수는 얼마나 더 늘어나게 될까요? 집은 얼마나 더 필요할까요? 지금대로 주택을 지으면 언제부터 집이 부족해지지 않는걸까요? 이 같은 의문점을 모두 따져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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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찍은 경기 고양시 일산신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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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150만 가구 증가 … 70%가 1인 가구
통계청 장래가구 추계를 살펴봤습니다.

지난해 기준 수도권 가구는 총 16.3만 가구가 증가했습니다. 문제는 앞으로 입니다. 2029년이 되면 9.9만 가구로 증가분이 감소합니다. 2042년이 되면 수도권 가구수가 처음으로 감소하기 시작합니다.

2041년까지는 수도권 가구수가 총 152만 가구가 증가합니다. 문제는 이 중 70%(약 106만 가구)가 1인 가구라는 겁니다. 배우자 사별로 인한 노인 1인가구, 비혼 증가로 인한 1인 청년 가구가 급등해서죠. 아파트를 살 수 있는 여력이 되는 2인 이상 가구는 순증가분이 앞으로 약 20년 간 46만 가구에 불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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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가구수 증가분. 2042년부터 가구수가 감소하기 시작한다. 2050년 되면 수도권 가구수가 한 해 7.7만 가구가 줄어드는데 이는 일산 신도시(6.8만 가구)랑 비슷한 수치다. <자료 = 통계청·Canva로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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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2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하는 수도권 가구수는 2050년 한 해만 7.7만 가구가 감소하게 되는데요. 이는 일산 신도시(6.9만 가구)랑 거의 비견되는 규모입니다. 30년 후인 2050년 부터는 수도권에서만 매년 ‘일산 신도시’ 하나 분량의 가구가 줄어든다고 보시면 됩니다.

멸실과 준공실적 보니 … “집이 안 부족해진다”
이젠 주택수를 따져보겠습니다. 수도권 주택보급률은 가장 최신 통계자료인 2020년 기준 98%입니다. 아직 100%를 채 채우지 못했습니다. 아직은 수도권 전체로 봤을 때 집이 부족한 상황이죠. (서울서만 20만 가구가 부족합니다)

아울러 주택이 노후화돼서 멸실되는 규모는 수도권서 매년 약 7만 가구(2019~2020년 기준)에 달하는데요. 점점 노후주택이 많아지면서 멸실 주택도 수도권서 덩달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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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멸실 가구수. 주택 노후화 때문에 계속 멸실 주택수가 늘고 있다. <자료 = 국토교통부, Canva로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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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가구수와 주택수를 합쳐서 계산해보겠습니다. 수도권 가구수는 앞으로 20년 간 150만 가구(1인 가구 106만 가구)가 증가합니다. 그리고 주택은 노후주택 멸실 규모를 평균 매년 약 10만 가구로 잡으면, 약 200만 가구가 멸실이 되죠. 이것만 해도 350만 가구가 필요합니다.

주택 보급률도 현재 98%서 주택이 부족하지 않은 숫자로 추정되는 105% 정도까진 올려야겠죠? 그렇다면 추가로 지어져야 하는 가구는 약 100만 가구입니다. 앞으로 20년간의 수요를 계산하면, 450만 가구가 수도권서 더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그래야 증가하는 가구수도 채우면서 노후주택 멸실분도 어느 정도 충당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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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찍은 둔촌주공재건축 건설공사 현장 [이승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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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주택 준공실적을 따져볼까요?

수도권 기준으로 지난 10년(2012~2021년) 주택 준공실적은 약 240만 가구입니다. 매년 약 24만 가구가 지어졌죠. 아파트는 이 중 약 60%(2022년 1~10월 기준)로 추정됩니다. 사람들이 선호하는 아파트가 주로 건설되고 있습니다.

만일 지난 10년의 주택 준공실적대로 20년을 이어간다면? 그렇다면 수도권선 주택 부족현상이 더 이상 없어지게 됩니다. 정부는 지난해 수도권에만 5년 동안 158만 가구를 임기 내 인허가해주겠다고 했죠. 20년이면 정권이 4번 바뀔 시기입니다. 이 흐름대로 진행이 되면 수도권선 집이 부족하진 않을듯 합니다. 오히려 2042년 이후는 집이 남아돌면서 빈 집 현상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수도권 외곽지 빈 집 현상 두드러진다
2040년 이후 가구수마저 꺾이면 ‘빈 집 현상’이 두드러질 것으로 보입니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건설업계 총 수주액이 212조원인데 이 중 주거용 건설은 83조원(약 4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건설사 입장에선 매출액의 약 40%를 주거용 건축서 벌어들입니다. 국내 건설업 자체가 쪼그라들 수 있습니다. 국내 GDP의 약 13%를 차지하는 건설투자 부문이 영향을 받으니, GDP 성장 측면에서도 마이너스 요인입니다.

수도권 외곽지는 빈 집 현상이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대표적으로 국내 언론에 소개되는 곳이 일본의 다마 신도시 (일본 서쪽·긴자역까지 대중교통으로 1시간 10분)죠. 노인만 남았다는 다마 신도시는 1층에 1가구만 살 정도로 빈 집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수도권 외곽지역이 이처럼 될 가능성이 현재로선 높아 보입니다. 직주근접이 안되는 곳들은 더더욱 그렇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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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집값 현황. 1991년 고점을 30년이 지난 현재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출처 = 국제결제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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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와 서울을 일률적으로 비교하긴 어렵지만 도쿄의 경험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도쿄 주택 가격을 보면 1991년 고점을 아직도 회복을 못했죠. 물론 일본만큼 거품이 아니다, 그때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반박도 많지만, ‘정해진 미래’를 봤을 때 그다지 희망적인 상황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수도권 아파트는 하나의 커다란 시장으로서 서로 유기적으로 엮여있기 때문입니다. 검단신도시 입주장으로 검단신도시 신축아파트 30평대 전세가 1억대 중반까지 낮아지자 서울 서쪽 일대 전세가도 덩달아서 낮아지는 효과가 발생했습니다. 개포동 등 강남 아파트 입주장이 올해 내년에 펼쳐질 것으로 보이면서 벌써부터 강남발 전세가 하락 이야기도 나옵니다. 전세가가 하락하면 덩달아서 매매가도 대폭 오르긴 힘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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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치 미도아파트 전경. [김호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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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는 철저히 인구·가구수 및 주택건설로 살펴본 결과입니다. 수도권이란 큰 범위를 놓고 살펴본 결과여서 미래는 다를 수 있습니다. 도쿄만 해도 핵심지역은 가격이 2010년대 일본판 양적완화가 진행된 이후 1.6배 가량 뛴 것으로 알려져 있죠. 20년 후 금리·경제상황 등을 모르는 상황서 지금 함부로 예단하긴 어렵습니다.

사람들이 선호하는 지역(서울 핵심지)과 선호하는 주택유형(아파트)은 여전히 사람들의 수요가 있을 겁니다. 경기도서 서울로 통근하는 가구만 150만 가구에 달합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인서울을 꿈꾸고 있으니깐요.

다만 정부 계획대로 주택 공급이 될 경우, 전월세 가격은 안정화될 가능성이 큽니다. 집이 부족하진 않고 교통망도 수도권 전역에 걸쳐서 깔리게 될테니깐요. GTX 노선이 들어서는 2030년대 되면 직주근접의 범위가 더 넓어지게 됩니다.

개인 입장선 무턱대고 수도권 외곽지에 많은 대출을 봤다간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 30년 만기 대출을 통해 착실히 빚을 갚아왔는데 은퇴할 때 즘 돼서 빈 집 현상을 겪게 된다면? 노후 자산이 없어서 매우 힘들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부, 기업 키워서 부동산 몰빵구조 바꿔야
그렇다면 정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일 좋은 건 인구수 가구수를 늘릴만한 본질적인 정책(출산율 제고)을 쓰는겁니다. 이민자를 받아들이는 것도 방법이죠.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부동산서 주식 등 더 생산적인 분야로 돈의 흐름을 바꿔야 한다는 겁니다. 그래야 가구수 감소로 인한 빈집 현상이 예고된 상황에서, 부동산 투자로 내몰렸다가 국민 상당수가 빈털털이가 되는 상황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지난 2021년 기준 주택 시가총액은 6534조원으로 국내 GDP 대비 3.2배에 달했습니다. 반면 국내 주식시장 시가총액은 약 2600조원에 불과했습니다. GDP의 1.4배입니다. 지난 10년을 보면 한마디로 수출로 돈을 벌어들여서 국내 땅값 올리는데에만 썼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반면 2021년 기준 미국의 경우 GDP(23.3억 달러) 대비 주택은 1.8배(43.4억 달러), 주식 시장은 2.2배(52.2억 달러)로 주식시장 규모가 주택 시장보다 더 큽니다. 우량기업이 몰려 있는 미국 주식시장의 특징을 반영한 결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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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DP 대비 시가총액. 한국은 주택에 너무 많은 돈이 몰려 있다. 반면 미국은 주식시장이 주택시장보다 더 크다. 2021년 기준이어서 지난해를 겪은 뒤 해당 수치는 20~30% 가량 조정 받았을 예정이다. 다만 한국의 주택시장이 과도하게 크다는 것은 변치 않은 상황이다. <나현준 기자·Canva로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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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중요한 건 국내 주식시장으로 돈이 돌게끔, 좋은 기업을 많이 육성하는 겁니다. 세금 정책이 가장 핵심입니다. 법인세 완화 및 각종 특례를 신기술 기업들한테 대폭 부여해줘야 합니다. 그리고 이들 기업에 투자한 사람들에게 더 많은 세제 혜택을 줘야 합니다. 아울러 해외투자를 비롯한 대체투자에도 돈이 흐를 수 있도록 정부가 관련 세제혜택을 대폭 늘릴 필요가 있습니다.

기획재정부는 부동산 연착륙이란 명분 하에 양도세 종부세 완화 등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단기적으론 부동산 급락을 막는 효과가 있을 수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 봤을 땐 또 부동산 몰빵 구조로 가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세제 혜택은 기업, 그리고 미래세대가 볼 수 있도록 기획재정부가 큰 그림을 그려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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