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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남아공서 '전력난 항의' 대규모 시위…"참을만큼 참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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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시간만 휴대전화 충전·요리 가능"·'국민에게 전력을' 피켓 들고 행진

연합뉴스

남아공 '전력난 항의' 대규모 시위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유현민 특파원 = 남아프리카공화국 주요 도시 곳곳에서 최근 더 악화한 전력난에 항의하는 야당 주도의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대는 남아공 전력 공급의 90%를 담당하는 국영전력공사 에스콤은 물론 30년 가까이 집권한 여당 아프리카민족회의(ANC)와 정부도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26일 현지 일간 더시티즌과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경제 중심지 요하네스버그와 의회가 있는 케이프타운 등 주요 도시에서 일제히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를 주도한 야당 민주동맹(DA)은 최근 더 늘어난 순환단전(로드셰딩)과 정부의 전기 요금 인상 방침에 항의하며 정부와 ANC의 부패와 무능이 에너지 위기를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요하네스버그에서는 2천여 명의 시위대가 DA를 상징하는 파란색 티셔츠를 입고 메리 피츠제럴드 광장에서 ANC 당사인 '루툴리 하우스'를 향해 행진하며 분노를 표출했다.

존 스틴헤이즌 DA 대표는 이 자리에서 "에스콤과 에너지 관련 정부 부처에 무능한 인사를 '돌려막기'식으로 배치해 온 ANC와 ANC의 부패가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근본 원인을 찾아가야 한다"며 "'루툴리 하우스'가 바로 '그라운드 제로'"라고 덧붙였다.

DA 지지자인 제니퍼 랭은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통제할 수 있는 게 중요한데 정부와 ANC, 에스콤은 국민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있다"며 "DA는 당이 아니라 국가를 위해 나선 것으로 남아공에 필요한 변화를 가져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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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 '전력난 항의' 대규모 시위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다른 시위 참가자 마리노 휴즈는 "우리는 특정 시간에만 휴대전화를 충전하거나 요리해야 한다"면서 "남아공에서 이런 식의 삶이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남아공 당국은 ANC 당사 주변에 경찰을 배치해 시위대의 '루툴리 하우스' 접근을 막았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케이프타운에서도 1천500여 명의 시위대가 '참을 만큼 참았다', '국민에게 전력을', '로드셰딩이 일자리를 죽이고 있다' 등의 문구가 쓰인 피켓을 들고 행진했다.

남아공은 에스콤이 노후화한 화력발전 시설을 제때 정비하지 못하면서 10년 넘게 전력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에스콤은 전면적인 '블랙아웃'을 예방하기 위해 최근 수년간 지역별로 시간대를 나눠 단전하는 방식으로 부하를 조정하는 로드셰딩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1년간 상황은 더욱 악화해 최근에는 지역에 따라 하루 최장 11∼12시간의 단전을 감당해야 하는 등 전력난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한편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은 금주 초 "전력난에 지친 사람들이 들고 일어서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하루아침에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에스콤에 전기 요금 인상 중단을 고려해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주변국에서 전기를 수입하고 재생에너지원의 전력 생산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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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 '전력난 항의' 대규모 시위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hyunmin6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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