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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사과 한 마디 없었다"…농협 '괴롭힘 사망' 그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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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슬링 주장·과대표 했던 형

즐거웠던 직장생활, 갑자기 악몽으로

증거 담긴 컴퓨터, 휴가 이후 사라져

괴롭힘에도 불구…조사 결과 '무혐의'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개정되길"

CBS 정다운의 뉴스톡 530
■ 방송 : CBS 라디오 '정다운의 뉴스톡 530'
■ 채널 : 표준FM 98.1 (17:30~18:00)
■ 진행 : 정다운 앵커
■ 연결: 이진 씨(고 이용문 씨 동생)


◇정다운> 상관의 괴롭힘과 폭행을 당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김홍영 검사. 이 사건의 가해자인 전직 부장검사가 최근 항소심에서도 징역 8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는데요. 이처럼 직장 내 괴롭힘은 범죄를 수사하는 검찰 조직은 물론이고 우리가 생각하는 많은 번듯한 직장에도 예외 없이 존재합니다. 지난 12일 전북 장수의 한 농협에서 계장으로 일하던 고 이용문 씨도 그렇게 세상을 등졌습니다. 이 씨는 유서에서 센터장인 권모씨 등으로부터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해왔다고 적었습니다. 고 이용문 씨의 동생 이진 씨 연결해서 어떤 일이 있었던 건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동생분 나와 계신가요?

◆이진> 네 안녕하세요. 고인분 동생인 이진이라고 합니다.

◇정다운> 네 안녕하십니까. 먼저 고인께 애도의 마음을 표합니다.

◆이진> 네

◇정다운> 형님 소식 먼저 여쭤봐야 될 것 같아요. 이용문 씨가 어디에서 처음 발견되신 거죠?

◆이진> 처음으로 발견된 곳은 본인의 근무지 앞인 장수농협 영농자재 센터 잡곡처리장 앞에서 차에서 이제 극단적 선택을 했습니다.

◇정다운> 근무지에서 발견이 되신 건데, 가족분들이 처음에 그 소식 전해 듣고 얼마나 놀라셨어요.

◆이진> 처음에는 꿈인가 싶어서 이제 달려갔는데 그게 사실이더라고요 그래서 참 참담한 마음밖에는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정다운> '어떤 이유였을 거다'라는 생각이 퍼뜩 드셨나요. 아니면 전혀 예측을 못하셨나요.

◆이진> 저희는 어떠한 이유 때문일 거라고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왜냐하면 '1차 사건'이 일어났을 때에도 그런 이유로 많이 호소를 했었고요. 평소에도 이런 이유로 많이 호소를 했었습니다.

◇정다운> '1차 사건'이라는 말씀을 먼저 해주셨어요. 차근차근 어떤 일이 있었는지부터 짚어가면서 그 사건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해야 될 것 같습니다.

◆이진> 2022년도부터 권○○ 센터장이 부임하면서 그때부터 지속적인 괴롭힘은 시작됐습니다.

◇정다운> 센터장 권모 씨.

◆이진> 그로 인해서 9월 27일 날에 결혼을 2주 앞둔 앞에서 1차적인 자살 사건이 있었습니다.

◇정다운> 작년 9월에 결혼을 2주 앞두고 그렇게 힘든 선택을 먼저 한 번 하셨던 적이 있었던 거예요.

◆이진> 예 맞습니다.

노컷뉴스

전북 장수의 한 농협에서 발생한 '직장내 괴롭힘'으로 계장이던 이용문씨가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유족들이 기자 회견을 열었다. 김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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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운> 어떤 식의 괴롭힘이 있었던 거죠?

◆이진> 일단은 인격 모독과 그냥 조롱 등은 기본이고요. 상하 관계를 확실히 하기 위해서 찍어 누르는 등…. 금품 갈취 정황도 있었고요.

◇정다운> 금품 갈취 사례를 좀 보니까. 전북 장수에 있는데 서울 노량진 가서 킹크랩을 사 와라 이런 지시를 했다면서요.

◆이진> 네 그런 지시도 있었던 걸로 유언장에서 확인이 되고.

◇정다운> 실제로 가서 본인 사비로 사 온 건가요?

◆이진> 예 그런 걸로 확인했습니다.

◇정다운> 택시를 타고 직접 가서….

◆이진> 맞습니다.

◇정다운> 아니 그럼 주변 직원들은 그때 뭐 했다. 이런 얘기 혹시 들으신 거 있어요?

◆이진> 그거에 대해서는 저희도 확실하게 얘기 들은 바는 없습니다.

◇정다운> 그럼 다른 직원들 앞에서 그렇게 모욕을 주고 질책하고 따돌렸다. 이 정도의 지금 분위기를 들으셨다는 거네요.

◆이진> 예 맞습니다.

◇정다운> 또 다른 상황들이 있었을까요.

◆이진> 예를 들어서 이제 평소 고인께서는 대장이랑 항문 질환이 있었는데. 그런 이유로 cctv로 개인 동선까지 파악하고 모든 것을 파악을 했습니다. 사생활마저 없었고 인격을 모독을 하는 행위라고 볼 수가 있는 거죠.

◇정다운> 그렇네요. 오늘 가족분들이 경찰 조사를 다녀오신 건가요? 진정서를 내셨다고요.

◆이진> 네 오늘은 노동부에 가서 진정서 제출하고요 농협 중앙회 감사실 가서 진정서 제출하고 왔습니다.

◇정다운> 어떤 내용을 위주로 좀 적으셨을까요.

◆이진>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 분들이랑 직장 내 괴롭힘 방관 및 묵인죄로, 책임자들 상대로 진정서 제출하고 왔습니다.

◇정다운> 사실 직장인 분들 중에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 같아요. 우려스러운 건데요. 어린 학생도 아니고 다 큰 어른이 왜 대처를 못 했을까 이런 생각하시는 분들 아직도 계실 수 있거든요. 그래서 동생분이 기억하는, 친구분들이 기억하는 이용문 씨. 형님은 어떤 분이셨는 지도 말씀해 주시죠.

◆이진> 제가 생각하는 저희 형은 일단은 순진하고 정이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본인이 좋아한다고 하면 뭐든지 퍼주려고 하고 본인 것도 아끼지 않고 나눠주는 사람이었고. 군대에 가서도 열심히 하다 다쳐서 국가유공자가 되기도 하였고. 초중고 다 운동을 했습니다. 레슬링을.

◇정다운> 레슬링 선수셨어요.

◆이진> 네. 주장도 하고 전국 체전에서 메달도 많이 땄습니다.

◇정다운> 주장까지 하셨군요.

◆이진> 네 그리고 대학교 가서는 과대까지 하는 등 리더십이 있고 자신감 있는 모습을 항상 보였습니다.

◇정다운> 이 농협에서도 5년간 별 문제없이 근무하셨던 거잖아요.

◆이진> 권○○ 센터장이 부임하기 전까지는 직원들도 같이 저희 집에 와서 같이 놀고 부모님 얼굴도 같이 보고 매일 소개를 해주는 등 재밌게 회사 생활을 했습니다.

◇정다운> 아니 그런데 그렇게 분위기가 좋았다가 갑자기 한 사람이 옴으로 인해서 상황이 이렇게 바뀌었습니다. 그래서 형님분도 문제를 제기하셨다고 들었는데요. 회사에서 징계나 분리 조치가 제대로 안 됐습니까?

◆이진> 분리 조치 행위가 되지 않았습니다. 정식적인 인사 발령을 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구조적인 지시만 했으며 결국 사망 전인 2주 전부터는 가해자들과 어떠한 분리도 되지 않았고요.

◇정다운> 계속 (가해자와) 같이 일하신 거예요. 2주 전부터?

◆이진> 예 맞습니다. 형이 평소 카톡을 보면은 그분들의 이름 세 글자만 봐도 치가 떨리고 온몸이 떨린다고 카톡으로 남겨놨어요.

◇정다운> 조사 기간 동안은 잠깐 떨어져 있긴 한 거였습니까?

◆이진> 조사 기간에는 저희 형이 그때 신혼 여행 기간이랑 맞물려서 휴가를 보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정다운> 조사 결과는 좀 어땠습니까?

◆이진> 조사 결과로는 무혐의로 났습니다.

◇정다운> 이런 식의 행위들이 있었는데 무혐의가 났어요?

◆이진> 이런 사실들을 모두 다 노무사에게 진술했음에도 불구하고…. 노무사와 가해자가 서로 지인 사이라는 것을 노무사 분이 인정을 하셨습니다.

◇정다운> 노무사와 가해자가 아는 사이였고 그래서 조사 내용을 지금 믿을 수 없는 상황이시겠네요.

◆이진> 예 맞습니다. 그리고 증거도 같이 인멸시켰다고 저희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정다운> 증거까지 인멸했다는 건 무슨 말씀이시죠?

◆이진> 형이 확실한 증거를 찾기 위해서 본인 업무용 PC에다가 시간, 날짜, 초 단위까지 세세하게 어떠한 행동들 어떠한 말투까지도 세세하게 기록을 해놓은 일기장이 있었습니다.

◇정다운> 가해자가 자신에게 억압적인 행동을 할 때마다 그것을 꼼꼼히 적어 놓았는데. 그 컴퓨터가 어디로 사라졌나요?

◆이진> 그 사실을 노무사분을 믿고 다 모두 다 이야기하자마자. 유급 휴가를 들어가기 전에 컴퓨터가 잘 있는지 확인하고 갔지만 휴가를 돌아온 후에는 컴퓨터가 모두 다 폐기 처분되어서 없어진 상태였습니다.

◇정다운> 그 컴퓨터에 그런 걸 적어놨다는 걸 노무사에게 말했는데, 휴가를 다녀왔더니 없어져 있었다고요?

◆이진> 예 맞습니다.

◇정다운> 정말 의심을 하실 수밖에 없는 상황일 것 같습니다. 지금 이런 사건이 발생한 후에 가해자나 혹은 조사를 담당한 노무사가 유가족에게 어떤 입장 표명, 사과했습니까?

◆이진> 일절 없었습니다 가해자는 물론이고 조합장, 노무사까지 어떠한 입장 표명도 연락도 고인의 명복을 빈다는 어떠한 단어도 없었습니다.

노컷뉴스

이씨와 권씨의 조사 결과가 담긴 회의록 등. 모두 무혐의로 결론났다. 김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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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운> 마지막으로 이제 수사도 진행이 될 거잖아요. 방송을 통해서 이진 씨께서 하고 싶은 말씀 있으시다면 해주시죠.

◆이진> 저도 직장을 다니는 직장인으로서 상당히 조그만한 혹은 큰 직장 내 괴롭힘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인정되지 않아서 저희 형처럼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물리적인 폭력도 있겠지만 정신적인 고통이 가장 심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서 직장 내 괴롭힘 법이 확실히 개정되어서 모든 사람이 피해 보지 않고 웃으면서 재미있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습니다.

◇정다운>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어려운 상황에서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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