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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베일에 싸인 ‘둔촌주공 계약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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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지역 해제로 공개 의무 없어

67%·48% 등 각종 추측 난무

분양 침체기, 공개 땐 위험 부담

예비입주자 미분양 우려 ‘초조’

경향신문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올림픽파크포레온) 정당계약 마감일인 지난 17일 시민들이 견본주택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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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시장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올림픽파크 포레온)의 1·2순위 당첨자들의 최종 계약률을 놓고 갖가지 추측이 나오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올림픽파크 포레온 홈페이지에 공지된 예비순번을 역산해 계약률이 67.53%라는 분석을 내놨지만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계약률 48.4%라는 추정 글도 공유되고 있다.

둔촌주공 재건축은 단군 이래 최대 규모(1만2032가구) 재건축인 데다 향후 분양시장의 가늠자가 된다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이 높다. 그럼에도 확정된 계약률이 공개되지 않는 것은 서울 강동구가 규제지역에서 해제되며 계약률 공개 의무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1·3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면서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를 제외한 서울 전 지역을 규제지역에서 해제했다. 현행법상 규제 지역은 민간 아파트의 계약률과 잔여 가구 공개가 의무 사항이지만 비규제 지역이 되면 이 의무 사항에서 모두 벗어난다. 건설사가 판단했을 때 향후 예비당첨자, 무순위 추첨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면 계약률을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둔촌주공 재건축 시공사업단은 정당계약 마감일인 지난 17일 1·2순위 당첨자들의 최종 계약률을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소형 평형의 계약률이 저조했으며 59㎡ 및 84㎡는 70% 이상의 계약률을 보였다는 정도의 두루뭉술한 수치만 흘렸다. 당초 40% 수준까지도 예상했던 비관적인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는 정도의 정보만 제공한 셈이다. 시공사업단 관계자는 26일 “계약률과 관련해서는 어떤 말도 해줄 수 없으며 무순위 청약이 종료되기 전까지 계약률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입장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계약률을 밝혀봤자 향후 분양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분양시장이 호황기일 때는 계약률이 민감한 정보가 아니지만 불황에는 아주 민감한 정보가 된다.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입지나 분양가와 관계없이 ‘묻지마 청약’이 성행했고, 경쟁률도 몇 천 대 1에 달하는 등 건설사가 계약률 공개에 부담을 느끼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분양시장 침체기에는 계약률 공개가 청약의 성패를 가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1·2순위 당첨자 계약률이 저조하면 이후 진행되는 예비입주자 계약 및 무순위 추첨도 저조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경쟁률 및 계약률이 높으면 비규제 지역이라도 건설사가 계약률 공개를 꺼릴 이유가 없다.

정확한 계약률을 모르는 것은 예비입주자 입장에서는 불안요인이다. 덜컥 계약을 했다가 입주 전까지 미분양 물량이 대거 남아있다면 자산가치 하락으로 연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건설사가 미분양 해소를 위해 잔여물량의 할인 분양에 들어가도 기존 계약자들이 감액된 분양가만큼 돈을 돌려달라고 할 수도 없다.

한편 올림픽파크 포레온은 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예비당첨자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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