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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단독] 감사원 유병호 "기본 임무인데 정치 감사? 코미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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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해 10월 국회 법사위 회의실에서 열린 2022년 감사원 국정감사에서 유병호 사무총장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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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임무에 대해 정치적 논란이라는 말은 코미디다.”

이달 초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감사원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신년 강연에서 했다는 말이다. 당시 강의를 들은 감사원 직원들에 따르면 유 총장은 윤석열 정부에서 진행된 감사를 감사원의 기본 임무라 설명한 뒤 “정치적 논란이란 말에 부화뇌동하지 말라. 그냥 2+2=4”라며 이같이 말했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 관련 감사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이 “정치 감사”라며 비판하자 유 총장이 감사원의 기본임무라고 반박한 셈이다.

1시간가량 진행된 강연에서 유 총장은 직접 준비한 10여장의 PT(프레젠테이션)를 통해 자신의 감사 기법과 올해 감사의 밑그림도 일부 공개했다고 한다.

유 총장은 강연에서 감사원 감사를 “바이러스나 암세포를 제거하고 예방하는 절차”라고 규정하면서 “공직사회의 중증질환을 신속하게 진단하고 처방하는 명의가 되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감사를 언제, 그리고 어떻게 할지는 오로지 국익에 따라 결정할 것”이라며 “감사원의 임무는 계속될 것”이라 강조했다고 한다. 올해도 고강도 감사가 이어질 것을 예고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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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의원들이 지난 10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유병호 감사원사무총장 등을 직권남용 및 개인정보보호위반 등으로 고발하기에 앞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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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총장은 취임 뒤 비교적 작은 사건에 대한 감사는 피라미로, 주요 사건 감사는 고래에 빗대 “피라미가 아닌 고래에 집중하라”라고 강조해왔다. 또한 감사 대상을 “접시 위 광어”로 지칭했다. 이날 강연에서도 “광어와 관련해선 어려운 일에도 꺾이지 않은 의지와 배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유 총장은 감사 절차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어떤 경우에도 법과 원칙 및 상식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피조사자의 인권은 존중하되 끌려다니지 말라”라면서 “위법 부당한 감사 저항엔 대비해야 한다”는 취지의 언급도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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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지난달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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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은 민주당이 당론으로 채택한 감사원법 개정안에 대해 지난 17일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감사원은 감사 개시와 감사 계획 변경 등에 대해 감사위원회의 사전 승인을 골자로 민주당 법안에 “일부 내용이 감사원의 독립성을 훼손하고 헌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은 올해 감사계획도 최근 확정하고 곧 본격적인 감사에 돌입할 예정이다. 통상 2~3년 전 업무를 들여다보는 감사원의 특성상 주요 감사 대상 대부분은 문재인 정부 관련 내용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통계조작 의혹 감사는 현재 진행형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사무총장의 신년 강연은 감사원의 오랜 관례”라며 “감사원법 개정안에 대한 입장도 감사위원회의 정식 절차를 거쳐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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