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풀리고 또 풀리는 규제…'최후 보루' 토지거래허가구역도 풀릴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핵심요약
규제 완화 마지막 남은 고리로 토허제 시장 주목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선 거래량 급감하고 집값도 급락
"다른 지역보다 집값 더 내려"…해당 지역 집주인들 부글부글
"토허제 풀면 거래는 늘겠지만"…전문가 사이에서도 의견 분분
노컷뉴스

황진환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 경착륙을 막기 위해 잇따라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있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후속 조치를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마지막 남은 규제로 꼽히는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가 거래를 위축시키는 가장 큰 걸림돌이기 때문에 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이 역시 풀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해당 지역에서는 "토허제 때문에 다른 지역보다 집값이 더 많이 내렸다"며 토허제 해지 당위성에 힘을 싣고있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토허제 해제 필요성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규제당국 역시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토지거래허가구역 연장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에 목동 거래량 77% 뚝…잠실은 '신저가'

노컷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6일 서울시에 따르면 오는 29일 용산 이태원·강동 천호·명일동 등을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기한 만료가 도래한다.

앞서 서울시는 2020년 6월 국제교류복합지구 및 인근 지역인 강남구 청담·대치·삼성동, 송파구 잠실동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 데 이어, 2021년 4월에는 주요 재건축 단지가 밀집한 강남구 압구정동과 영등포구 여의도동, 성동구 성수동, 양천구 목동 일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신속통합기획 재개발 후보지와 공공재개발 후보지 등도 대상이 됐다. 이들 지역은 1년 단위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연장돼 왔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은 본래 신도시 등 대규모 개발이 예정된 지역의 땅 투기를 막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구역으로 지정되면 일정 규모 이상의 토지를 매매할 때 관할 기초단체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허가없이 계약을 체결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토지가격 30% 상당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특히 주거용 토지는 매수자가 2년간 실거주용으로 이용해야 하므로 '갭투자(전세를 끼고 매입)'가 불가능하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2월 말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 대상을 서울 등 수도권 주거지역은 18㎡에서 6㎡로, 상업지역은 20㎡에서 15㎡ 등으로 각각 확대하면서 소규모 주택조차 갭투자가 원천불가능해졌다.

하지만 금리인상의 여파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서울 아파트값이 급락했고, 경기침체 우려가 더해지며 거래절벽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토지거래허가제라는 규제가 더해지며 해당 지역들의 불만은 고조되는 상황이다. 특히 양천구 목동과 송파구 잠실동 등 갭투자로 집을 선점한 뒤 추후 이주하려는 수요가 적지 않은 학군지 주민들의 원성이 거세다.

목동 신시가지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학군지의 특성상 아이가 어릴때 전세를 끼고 집을 사놓았다가 학원가를 이용해야 할때 이사하려는 수요가 적지 않은데 이런 거래는 완전히 막혔다"며 "고금리를 감안하고라도 움직일 의사가 있지만 살고있는 집이 처분되지 않아서 이사오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 토허제가 남아있는 한 이 지역 거래가 정상화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잠실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 역시 "15억원 초과 주택 주택담보대출은 풀렸지만 여전히 규제지역으로 남아있는데다 토허제까지 더해져 이중규제를 적용받는 셈"이라며 "학군지에는 전세를 끼고 집을 미리 사뒀다가 나중에 이사하려는 수요도 상당한데 사실상 이런 실수요들까지 투기수요로 간주되며 주택매매를 금지하는 '주택거래허가제'가 적용되고 있어 다른 지역보다 집값 하락폭이 더 컸다는 집주인들의 불만이 많다"고 전했다.

노컷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실제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목동신시가지 아파트 14개 단지는 2021년 385건이 거래됐지만, 지난해에는 77.7% 감소한 86건만 거래되는게 그쳤고, 잠실동 역시 거래량이 급감(323→161건)했다.

'신저가' 거래도 이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목동 신시가지9단지 전용면적 100.33㎡은 지난달 29일 15억6천만원에 거래되며 2년 만에 최저가를 기록했다. 잠실동 잠실엘스 59.96㎡도 지난달 27일 14억9천만원에 거래되며 2년 만에 최저가를 갈아치웠다.

매물 적체도 뚜렷하다. 지난 5일 정부가 강남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서울 등 전국을 규제지역에서 해제한 뒤 서울의 아파트 매물은 26일 기준 3.1%(5만1180건→4만9644건), 양천구의 매물은 5.3%(5745건→5441건)가 각각 줄었는데 목동의 매물은 1.4%(591건→583건) 줄어드는데 그쳤다.

"'주택거래허가제'로 변질된 역차별 규제" vs "집값 약세, 해제 명분 아냐"

전문가들도 토지거래허가구역이 해당 지역의 거래 위축에 일조하고 있다는 점에는 의견을 같이 한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이 해제될 경우 해당 지역의 거래는 다소 회복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직방 빅데이터랩 함영진 랩장은 "현재시점 거래가 많이 제한적인 분위기라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푼다고 해서 (해당 지역의) 큰폭의 거래상승을 기대하는 것 보다는 낙폭둔화 정도로 해석해야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 박원갑 부동산수석전문위원도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할 경우 해당 지역의 거래가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노컷뉴스

서울 송파구 잠실동 일대 아파트 단지 전경. 김수영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다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필요성을 두고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미국 IAU 부동산학과 심형석 교수(우대빵연구소장)는 "토지거래허가구역과 규제지역은 시장 과열 방지 등 지정 목적이 같다"며 "강남·서초·송파·용산을 제외한 전국을 규제지역에서 해제한 상황에서 '이중규제'격인 토허제를 유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상황은 누가봐도 해제를 해야하는 상황이고, 금리가 지배하는 현재 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토허제를 해제한다고 해서 집값이 다시 급등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향후 시장 불안 등 문제가 생긴다면 다시 지정하면 된다"고 말했다.

투미부동산컨설팅 김제경 소장도 "현재 토지거래허가제는 사실상 주택거래허가제 역할을 하는 말도 안 되는 반시장적인 정책"이라며 "세금은 일시적1가구2주택이나 봉향을 위한 합가, 해외이민 등 예외가 있는데 토허제는 어떤 예외도 없는 과잉규제였는데 시장이 더 무너지기 전에 해제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밝혔다.

노컷뉴스

서울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7단지 전경. 김수영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반면 NH농협은행 김효선 부동산수석위원은 "토허제를 이중규제나 재산권 침해라고 볼 수도 있지만 국내는 개발계획이 있으면 차액을 노리고 투기하는 사례가 너무 많기 때문에 공공적인 측면이 더 강조돼야한다고 생각한다"며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된다고 집값 급등 등 부작용이 있을 가능성은 제한적으로 보고 있지만 해당 지역이 허가구역에서 해제된다고 해도 실수요자보다는 투자목적의 접근이 더 많을 상황인만큼 허가구역 해제는 시기상조라고 보고 있고, 해제 여부에 대해 보다 면밀하게 검토해야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 김규정 소장도 "토지거래거허가구역은 대규모 지역 개발이나 정비사업에 투기수요가 대거 유입되면 사업진행상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부분 등을 감안해서 지정했기 때문에 해당 지역의 아파트값 급락만으로 해제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닌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집값 급락세가 둔화된 상황을 감안하면 목동과 여의도, 삼성동 등의 허가구역 연장 여부가 결정되는 오는 4월과 6월의 집값 상황, 향후 금리 안정화에 따른 가격 흐름을 종합했을때 토허제가 연장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신한은행 투자자문센터 우병탁 부동산팀장은 "함께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있지만 용산과 여의도 등 개발 이슈가 명확한 지역과 주택이 중심이 되는 지역은 결이 다르다"며 "당초 토허제가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투기수요 억제를 위해서 도입되었다가 대지지분 기준을 크게 줄이며 주택을 포함해 대상이 크게 늘어났는데 최근 강화했던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오세훈 서울시장은 최근 "토지거래허가구역은 (다른 지역과 비교해) 많이 올랐던 지역이기 때문에 해제를 고려할 타이밍이 아니라고 본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어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추가 규제 완화 카드'로 사용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 이메일 : jebo@cbs.co.kr
  • 카카오톡 : @노컷뉴스
  • 사이트 : https://url.kr/b71afn


저작권자 © CBS 노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