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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공개 매물’ 오스템임플란트, 대주주는 누가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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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CK-MBK 사모펀드 연합, 창업자 최 회장과 ‘동맹’

강성부펀드·국민연금·소액주주, 저마다 복잡한 셈법


한겨레

서울 강서구에 있는 오스템임플란트 본사 사옥. 제공 오스템임플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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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월 초유의 2215억원 자금횡령 사건이 터져 상장폐지 위기까지 갔던 국내 임플란트 1위 업체 오스템임플란트의 경영권 분쟁이 점입가경으로 전개되고 있다. 갑자기 새로 등장한 대형 사모펀드 연합군과 최근 지분을 더 늘린 행동주의 펀드, 국민연금 등 기존 기관투자자, 창업자이자 최대주주인 최규옥 회장, 소액주주 등 업체에 투자한 이해관계자들이 경영권 향배와 ‘공개매수’ 카드에 응할지 여부, 향후 주가 동향, 인수 이후 상장폐지 추진 여부 등을 놓고 복잡한 셈법을 굴리는 양상이다.

토종 사모펀드(PEF) 운용사 유니슨캐피탈코리아(UCK)는 지난 25일 아시아권 최대 사모펀드인 엠비케이(MBK)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기업 인수합병을 위한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하고 오스템임플란트 인수를 위해 장외에서 주식 공개매수(주당 19만원)를 진행한다고 전격 공시했다. 공개매수는 매수 가격·기간·수량 따위를 미리 공개적으로 알려 해당 기업의 불특정 여러 주주들로부터 청약을 받아 주식을 장외 매수하는 것이다. 대주주가 외부 경영권 위협에 대항하기 위한 목적에서 활용하는 일도 흔하다.

이 컨소시엄은 앞서 지난 21일 오스템임플란트 최 회장의 보유 주식 294만여주(18.9%) 중 144만여주(9.3%)를 공개매수 가격과 동일한 가격으로 매수하는 주식매매계약 및 투자합의서를 체결했다. 공개매수가 성공하면 유니슨-엠비케이 컨소시엄은 오스템임플란트의 1대 주주가 되고 최 회장은 지분 9.6%를 보유한 2대 주주로 물러나게 된다. 오스템임플란트의 2022년 연결 기준 실적은 매출액 1조600억원, 영업이익 2202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번 공개매수 발표 이전에 행동주의 펀드인 강성부펀드(KCGI)는 지난해 말 경영참여 목적으로 오스템임플란트 지분 5% 이상을 확보한 뒤 최근 6.57%(3대 주주)로 지분을 더 늘린 바 있다. 한달 전 강성부펀드가 최 회장 퇴진과 이사회 독립성 등 지배구조 재편을 요구하며 경영권을 공격하고 나선 가운데, 유니슨-엠비케이 연합이 최 회장의 ‘백기사’를 자처하며 전격 등장한 구도다.

최 회장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유니슨-엠비케이 컨소시엄과 손잡고 ‘공동경영’ 카드를 꺼낸 셈이다. 유니슨은 오스템임플란트 주식 거래정지사태 발생 직후부터 이미 최 회장에게 지배구조 재편과 내부통제 시스템 개선을 목적으로 한 경영권 인수(혹은 공동경영)를 제안하고 논의해온 것으로 알려진다.

이번 공개매수가격은 주당 19만원이다. 공개매수 발표 전 1~3개월간 가중산술 평균 종가에 40%~51%의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이다. 공개매수가 공시된 지난 25일 오스템임플란트 주가는 전일 대비 14.6% 올라 18만6300원까지 올랐다. 이튿날인 26일 종가는 18만6000원이다. 공개매수 예정 주식 수는 239만5천주~1117만7천주로, 향후 미상환 전환사채가 전부 주식으로 전환되는 경우 새로 발행될 보통주식을 합산한 잠재발행주식총수(1557만6505주)의 15.4%(최소)~71.8%(최대)까지다. 공개매수 최대치 수량으로 잡으면 매입에 필요한 실탄은 2조원에 육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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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매수 최소 수량인 잠재발행주식총수의 15.4% 이상을 확보하면 거래가 성사돼 공개매수가 완료되지만, 이에 미달하면 딜이 불발돼 공개매수 응모 전량은 자동 철회된다. 오스템임플란트 주식을 가진 모든 주주가 공개매수에 응하면 유니슨-엠비케이 컨소시엄은 최 회장의 지분을 포함해 90.7%의 지분을 확보한다. 공개매수 기간은 3월 정기주총을 앞둔 2월24일까지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최대주주에게 제공하는 경영권 웃돈 가격을 모든 소액주주들한테도 제공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며, 사실상 국내 첫 사례다”라며 “그동안 인수합병(M&A) 과정에서 소외된 소액주주의 권리를 보호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관건은 유니슨-엠비케이 컨소시엄이 과연 공개매수에 성공할 것인지에 달려 있다. 공개 매수로 15.4% 이상의 지분을 확보해야 딜이 성사되는데, 과연 공개매수에 응하는 기존 주주들의 지분합계가 그만큼 될 것인지, 아니면 15%를 밑돌아 딜이 깨질 것인지가 관심이다.

컨소시엄의 최 회장 지분 매수는 ‘공개매수에 성공할 경우’라는 조건이 붙어 있다. 즉 공개매수에 실패하면 이번 딜은 자동으로 깨진다. 다만 시장에서는 공개매수 가격이 매우 높고, 총 발행주식의 15.4% 이상만 공개매수에 응하면 되는터라 성공 가능성이 꽤 높을 것으로 전망하는 분위기다. 공개매수가(1주당 19만원)는 52주 최고가(16만2800원)보다 16%가량 높고, 최근 증권사들이 제시한 최고 목표 주가와 같다.

강성부펀드도 이번 딜을 일단 “환영한다”고 논평했다. 투자한 오스템임플란트의 기업 내재 가치가 높다는 점을 다시 평가 받은데다 공개매수가 성공할 경우 강성부펀드(지분 평균매입가는 주당 13만원 안팎) 또한 장기투자자로 남는 전략보다는 주당 19만원에 주식을 팔아 차익을 실현할 수 있다. 강성부펀드가 즉각적인 대항 행동에 나서지 않고, 기업가치 제고 노력 등을 지켜보면서 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큰 편이다.

반대로 강성부펀드가 당장 공개 매수에 응하지 않고 경영권 확보를 시도하며 추가 지분매집에 나선다면 예측불허 상황으로 전개될 수도 있다. 오스템임플란트 주가가 또 한번 요동치면서 공개매수 가격보다 더 오르게 되고, 그러면 기존 투자자들이 공개 매수 응모를 꺼려해 이번 딜이 실패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얘기다. 3월 정기주총에서 강성부펀드가 주주 제안과 이사회 진입, 경영진 교체를 시도하며 반격에 나설 수도 있다.

그렇다면 개인 주주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주당 19만원은 1~3개월간 가중산술 평균 종가에 40%~51%의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이다. 더구나 26일 시장 주가가 공개매수 가격에 이미 근접한 만큼 개인투자자들은 공개매수 시한까지 기다리지 않고 대부분 차익실현에 나설 공산이 크다. 다만 경영권 분쟁에 따른 추가적인 주가 상승이 변수다. 주가가 조만간 19만원 이상을 오를 거라고 믿는다면 공개매수에 응하지 않는 투자자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유니슨-엠비케이 컨소시엄이 최소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공개매수 시도가 실패도 돌아가고 주가가 크게 떨어지며 조정을 받을 거라는 판단이 작용하면서, 매수에 응모하는 쪽으로 태도를 정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오스템임플란트 지분을 보유한 기관투자자들(미국계 자산운용사 라자드에셋매니지먼트 7.18%, 국민연금 5.04%, 케이비(KB)자산운용 5.04%)이 유니슨-엠비케이 컨소시엄의 공개매수에 응해 투자금을 회수할지, 다른 선택을 할지도 관심사다. 투자은행업계는 “기관들은 시장가의 40~50%에 달하는 프리미엄을 받고 투자를 회수할 수 있는 기회가 온 만큼 공개매수에 응할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기관 투자자들은 공개매수가 만약 실패로 돌아가는 상황이 벌어지면 오스템임플란트 주가가 종전 수준으로 다시 하락할 가능성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개매수 성사 여부는 큰손인 기관의 동향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특히 유니슨-엠비케이 컨소시엄이 이번 공개매수에 실패해 향후 더 높인 공개매수가격을 제시하며 제2차 공개매수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그러면 개인·기관·강성부펀드 모두 차익실현 측면에서 더 좋은 구도가 펼쳐지게 된다.

시장에선 유니슨-엠비케이 컨소시엄이 공개매수를 통해 오스템임플란트의 경영권을 확보한 후 자진 상장폐지까지 추진할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향후 추가적인 지분 공개매수를 통해 95% 이상의 지분을 확보한다면 자진 상장폐지가 가능하고(증권거래법), 거래량 기준 미달로 관리종목으로 지정돼 상장폐지 절차를 밟을 수도 있다. 최 회장 입장에서 볼때 상장이 폐지되면 경영권 공격이 원천 봉쇄되는 터라 본인에게도 좋은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기존의 다른 투자자들을 고려할 때 공개매수 방식으로 95% 이상의 지분을 확보하기는 어렵다는 전망도 많다. 엠비케이 측도 현재로선 “공개매수 성공 이후 상장이 유지되는 것이 장기적으로 기업가치 극대화 가능성이 가장 높다”며 상장폐지 전망을 부인하는 편이다.

조계완 선임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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