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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퍼펙트 스톰’ 앞 기업들 몸 사리는데…‘자율’에만 기대는 양성평등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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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근로공시제, 유연근무 지원 등

기업 자율에 따른 변화 기대

“올해 기업환경 악화…자율로는 한계” 지적

헤럴드경제

정부가 일·가정 양립, 기업 내 성차별 요소 개선 등을 위해 다양한 과제를 설정했지만 대부분 기업의 자율에 기대는 내용이어서 실효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아빠가 아이의 등굣길을 함께하는 모습.[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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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도현정 기자]정부가 ‘남성과 여성이 함께 일하고 (아이를) 돌보는’ 환경을 조성하겠다 밝혔지만, 계획 상당 부분을 ‘기업 자율’에 맡겨 실효성 우려가 일고 있다. 자율이 지니는 한계가 분명한데다, 올해 기업환경이 더욱 녹록치 않을 전망이어서 기업으로서는 환경 개선에 나설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양성평등위원회(위원장 한덕수)가 제3차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에서 정한 대과제 중 하나는 성별근로공시제도다. 기업의 채용부터 근로, 퇴직 단계까지의 성비를 공시하는 것으로, 고용노동부는 “기업이 외부에 공시하면서 격차를 스스로 인지하고 이를 개선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법 개정을 통해 올해 하반기 공공기관에 성별근로공시제도를 의무적용하고, 오는 2025년부터는 500인 이상 대기업에 적용할 계획이다. 그러나 공시에만 그치는 제도라는 점에서, 실제 성차별 개선 효과에 대해 의문이 제기된다.

남녀 피고용자수의 성별 격차는 이미 2014년부터 300인 이상 기업에 고용형태공시제를 통해 외부에 공시되고 있다. 성별 격차를 보여주는 자료가 10여년간 공시됐지만, 이로 인해 성차별 요인이 완화됐다 보기는 어렵다. 한 기업교육·인크루팅 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8월 시행된 자본시장법 개정안처럼 ‘행동’으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 아니고서는 공시만으로 성차별 개선 효과를 내긴 어려울 것”이라 전했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인 상장사의 이사회가 특정 성별로만 구성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사회 구성이 남성에 치우친 현실을 감안하면 사실상 여성 이사가 있어야 한다는 조항이다. 개정안이 시행된 이후 국내 100대 기업 사외이사 중 여성 비율은 2021년 15%에서 1년새 21%로 올라갔다.

일·가정의 양립을 위해 재택근무 범위를 중소기업까지 넓히겠다는 내용도 결국 기업 자율에 기대는 것이어서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재택·원격근무는 근로자의 출퇴근 부담을 덜고 일·가정 양립에 기여하며, 기업에는 생산성 향상 효과도 있다”며 “중소·중견기업에는 인프라를 지원하고, 영세기업에는 재택근무 컨설팅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취지는 공감할만 하지만 현 기업 환경과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는 재택근무를 대대적으로 도입했던 대기업들도 일제히 ‘회사 복귀령’을 내려 노사간 갈등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카카오는 6개월만에 전면 재택근무 종료를 결정했고 이에 반발하는 직원들이 노동조합에 가입, 노조 가입자가 과반을 넘어설 정도가 됐다. 3N으로 불리는 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도 지난해 6월부터 전원 사무실 출근으로 돌아섰다. ICT 대기업도 중단한 재택근무를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도 끝나는 현 시국에 중소·중견기업이 도입할 요인이 없다는게 기업 관계자들의 목소리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올해는 에너지나 유동성 위기, 경기 침체 등이 예상보다 영향이 커 기업마다 몸을 사리는 추세”라며 “지금은 생존이 문제일 정도인데, 유연근무 등 새로운 제도를 시도해보기는 어려울 것”이라 전했다.

kate0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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