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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구본준 반도체 뚝심 통했다"…새 역사 쓴 LX세미콘, 첫 '2조 클럽' 가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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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단일 팹리스 업체 중 첫 성과…전방산업 부진 속 신성장동력 발굴은 '과제'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구본준 LX그룹이 '미래 성장 동력'으로 키우고 있는 반도체 설계(팹리스) 업체 LX세미콘이 단일 국내 팹리스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지난해 연 매출 '2조 클럽'에 입성했다. 구 회장의 '반도체 뚝심'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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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준 LX홀딩스 회장 [사진=LX홀딩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X세미콘은 지난해 매출 2조1천193억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연간 매출이 2조원을 넘었다. 2020년 1조원을 첫 돌파한 지 2년 만으로, 종합반도체회사(IDM)인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를 제외하면 국내에서 반도체 설계 분야로만 거둔 첫 성과다.

이 같은 호실적은 이미 지난해 상반기부터 예고됐다. LX세미콘은 지난해 상반기에만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8.5% 늘어난 1조1천842억원을 거뒀다. 지난 2021년 연 매출(1조8천900억원)의 절반 이상을 상반기에 달성한 것이다.

다만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6.0% 하락한 3천10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 들어 글로벌 경기 침체 본격화로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TV, 스마트폰, PC 등의 판매가 급감한 탓이다. 고객사 수요가 줄어들면서 LX세미콘에 들어오는 주문이 대폭 감소했다.

특히 최대 고객사인 LG디스플레이의 부진이 큰 타격을 줬다. LX세미콘은 디스플레이 구동칩(DDI)이 주력인 회사로, LG디스플레이를 통해 LG전자, 애플 등 기기에 DDI를 탑재한다. DDI는 액정표시장치(LCD),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디스플레이를 동작하는 반도체다.

이에 지난해 3분기부터 LX세미콘의 실적은 하향세다. 지난해 3분기 매출(4천786억원)은 전기 대비 20.1%, 전년 동기 대비 5.3% 줄었다. 이 기간 영업이익(604억원)은 전기 대비 44.9% 전년 동기 대비 53.2% 감소했다. 매출은 전기 대비 4.6%, 전년 동기 대비 15.2% 감소한 4천565억원, 영업이익은 전기 대비 79.0%, 전년 동기 대비 85.2% 줄어든 127억원에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토종 팹리스로서 LX세미콘이 매출 2조원을 돌파한 것은 고무적이지만 하반기 들어 전방산업 부진으로 수익성이 악화됐다는 점은 매우 아쉽다"며 "상대적으로 기술력이 부족한 우리나라 팹리스 기업이 연 매출 1조원을 넘기기도 힘든 부분을 감안하면 의미 있는 기록"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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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X세미콘 대전캠퍼스 전경 [사진=LX세미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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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X세미콘은 연 매출 2조원 돌파로 세계 10대 팹리스 기업에도 올랐을 가능성이 높다. LX세미콘이 세계 12위를 기록했던 지난 2021년 기준 글로벌 10위는 대만 하이맥스로, 당시 하이맥스의 매출은 약 1조9천억원 수준이었다.

이 같은 성과를 두고 업계에선 구 회장의 뚝심이 통했다는 평가다. 구 회장은 LX세미콘 양재캠퍼스에 별도의 집무실을 꾸릴 정도로 반도체 사업에 애착이 크다. 또 지난 1985년 금성반도체 부장을 시작으로 LG반도체 대표 등을 역임했는데, 1997년 외환위기 당시 5대 그룹 빅딜 과정에서 당시 대표로 있을 때 LG반도체를 현대그룹에 넘긴 아픈 과거가 있다.

LG 시절부터 미래 사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했던 구 회장은 2020년 11월 LG그룹의 계열 분리 당시 LG의 유일한 반도체 계열사였던 실리콘웍스를 LX에 포함시켰다. 사명은 2021년 6월 LX세미콘으로 변경됐다. 구 회장은 2021년 5월부터 미등기임원으로서 회사 경영에 참여할 정도로 LX세미콘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고 있다.

다만 구 회장이 신경을 쏟는 것에 비해 LX세미콘이 신성장동력 발굴에 다소 소홀하다는 지적도 있다. 또 코로나 엔데믹 여파와 전방산업 악재에 따라 모바일과 디스플레이 관련 DDI 수요가 올해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잇따르는 만큼 이에 대한 대비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분석이다. LX세미콘의 올해 연간 매출액은 전년 대비 10.7% 줄어든 1조8천900억원, 영업이익은 23.9% 감소한 2천365억원으로 전망됐다.

이에 LX세미콘은 제품 다양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대표적으로 꼽히는 것이 스마트폰용 OLED DDI다. 주요 스마트폰 업체들이 폼팩터(외형)·스펙을 개선 경쟁에 나서고 있어 지속적인 수요 창출이 기대된다.

자동차 전장 분야로도 사업 확장을 추진 중이다. 자동차 부품에 들어가는 전력 반도체,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방열기판 등이 대표적이다. 앞서 LX세미콘은 지난 2021년 10월 LG화학이 보유한 일본 FJ머티리얼즈 지분 30%와 유무형 자산 등을 인수하면서 방열 소재 분야에 뛰어든 바 있다. 또 LG이노텍으로부터 넘겨 받은 실리콘카바이드(SiC) 반도체 부문도 새로운 먹거리로 주목 받고 있다.

그러나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던 매그나칩 M&A와 관련해선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매그나칩반도체는 일찍부터 OLED DDI 시장에 뛰어든 선두주자로, LX세미콘이 매그나칩반도체를 인수하게 되면 OLED 기술력 확보는 물론 고객사 확대에도 유리할 것으로 관측된다. LX세미콘은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다각도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매그나칩 인수가 성사되면 LX세미콘이 종합반도체 기업(IDM)으로 성장할 가능성도 있다"며 "LG그룹에서 계열 분리 후 구 회장이 LX세미콘을 그룹의 주축으로 키우기 위해 힘을 쏟고 있는 만큼,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해 이를 중심으로 M&A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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