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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모건스탠리 "한국 명품소비 세계1위 비결은 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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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은행 모건스탠리 명품 소비 보고서

"부동산 소유층, 자산가격 증가에 소비"

"청년층은 '집은 어차피 못 사' 심리에"

부동산 가격 급등이 한국의 1인당 명품 소비액을 세계 1위로 끌어 올렸다는 분석이 나왔다. 주택 보유자의 자산이 증가하면서 명품 등 고급 재화 소비에 탄력이 붙었다는 것이다.

미 경제 매체 '블룸버그'는 26일(현지시간)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명품 소비 보고서를 인용, 한국이 세계 1위의 1인당 명품 소비 국가로 등극했다고 보도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인 1인당 명품 소비액은 325달러로 추산된다. 세계 1위의 경제대국인 미국인(280달러)은 물론 중국인(55달러) 1인당 소비액보다 훨씬 큰 액수다. 전체 명품 시장으로 환산하면 한국의 지난해 명품 시장 규모는 168억달러로 전년 대비 24% 증가했다.

치솟은 집값이 명품 시장 호황 불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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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명품 브랜드 '디올' 홍보대사인 블랙핑크 지수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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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방역 조처, 물가 급등 등 경제적 악재가 산재했던 지난 수년간 왜 명품 시장만 급성장할 수 있었을까. 블룸버그, 모건스탠리 등은 '집값'에서 그 원인을 찾았다.

그동안 폭등한 부동산 가격 덕분에 주택 소유자의 순자산(net worth)이 큰 폭으로 증가했고, 덕분에 명품을 비롯한 사치재 소비도 늘었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은행(한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한국 가계의 순자산은 11% 증가했다. 또 한국 가계의 자산 구성비를 보면, 부동산은 전체 자산의 76%를 차지한다. 부동산 가격의 향방이 한국인의 부를 결정지을 만큼 중요한 요인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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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잠실 아파트 단지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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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등한 주택 가격은 부유한 소비자의 명품 구매 심리를 부추기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서민층 또한 명품을 사게 만든다는 게 블룸버그의 주장이다. 터무니없이 높은 집값 때문에 한국의 젊은이들이 주택 구매를 포기하고, 여유 자금을 고가품 소비에 썼다는 것이다.

한 30대 한국인 청년은 '블룸버그'에 "한국의 젊은 세대는 '욜로(YOLO·인생은 한 번뿐) 모토를 가지고 있다. 집이 너무 비싸서 살 수가 있는데 저축을 할 필요가 있나"라고 반문했다.

먹구름 낀 부동산…명품 호황 꺾일까
국내 명품 시장은 올해 이후로도 이전과 같은 '상승 모멘텀'을 이어갈 수 있을까. 일각에선 회의적인 전망도 나온다. 한국인 중산층 소비 심리의 지지대가 됐던 부동산 시장이 침체 국면에 접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펴낸 '아시아태평양 지역 주택시장 안전성과 적정 부담' 보고서에서 "아시아 지역 내 많은 국가의 집값에 상당한 하방 위험이 있다"라며 "한국, 일본의 경우 주택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 기대감 강화가 집값 상승에 기여했었다"라고 짚었다.

이창용 한은 총재 또한 지난 18일 열린 외신기자간담회에서 "부동산 문제가 경제 전반에 퍼지지 않도록 유동성을 공급하거나 정부 지원을 통한 금융 안전을 도모하는 정책을 펼 수 있다"라고 했다.

소비 심리도 위축되고 있다. 지난 15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소매유통업체 5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1분기 소매유통업경기전망지수'는 64로 집계돼 3분기 연속 악화했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지수(73)나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이던 2020년(66)보다도 더 낮게 집계됐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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