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8 (목)

“물량에 장사없죠, 집주인이 화내요”···대단지 입주에 흔들리는 흑석·개포 전세시장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내달 흑석리버파크자이 입주 앞두고 시세 하락 이어져

인근 덩달아 전세가격 뚝···10억 →5.5억까지

개포프레지던스자이 입주장 시작된 개포동도 전세 ‘흔들’

서울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전세가격이 너무 떨어져서 화를 내는 집주인들이 종종 있어요.” (서울 동작구 흑석동 A공인중개사 대표)

집주인이 부동산에 역정을 낼 정도로 떨어진 전세가격은 어느 정도일까. 정확히 1년 전, 8억 5000만원(6층)에 세입자를 맞이했던 아파트 전세가격이 4억8510만원(10층)까지 떨어졌다. 서울 동작구 흑석동 롯데캐슬에듀포레 전용 81의 이야기다.

올해로 입주 6년차인 신축 아파트 전세가격이 속절 없이 떨어진 이유는 내달 28일 입주를 시작하는 초신축 아파트인 흑석리버파크자이에 있다. 흑석 3구역을 재개발한 이곳은 총 26개동, 1772가구가 거주할 수 있는 대규모 단지이자 롯데캐슬에듀포레의 이웃 아파트로, 본격적으로 입주 시기가 가까워지면서 흑석동은 물론 인근 지역인 상도동의 전세가격까지 끌어내리는 ‘트리거’가 되고 있다.

한 번에 많은 입주 물량이 풀리면서 흑석리버파크자이의 전세가격도 호가가 계속 내려가는 중이다. 동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지난해 하반기 7억~8억원대에 거래되던 전용면적 59㎡의 시세는 27일 현재 4억6000만원부터 시작, 5억원대에 수렴하는 모습이다. 이보다 면적이 큰 전용 84㎡ 타입은 10억원 수준이었던 지난해 겨울의 호가가 최저 5억5000만원까지 미끄러졌다. 다만 대부분의 물건은 6억원대에서 거래되는 중이다. 상도동 B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흑석리버파크자이의 경우 입주 시기가 점차 다가오면서 경쟁적으로 전세가격을 낮추는 경향이 있다”며 “물량 앞에는 장사가 없는데, 대규모 신축단지가 흑석동과 상도동에 동시에 들어섰던 2018년 말~2019년 초에도 있었던 현상”이라고 귀띔했다.

이처럼 초신축의 전세가격 하방이 뚫려버리자 인근 아파트들도 덩달아 전세가격을 내리는 도미노 현상이 관찰되고 있다. 흑석리버파크자이, 롯데캐슬에듀포레와 나란히 서 있는 흑석한강센트레빌2차 전용 84㎡도 지난해 9월 8억4000만원이었던 전세가격이 지금은 5억5000만원에 나와있다. 이들 3개 단지보다 흑석역과 가까운 흑석한강센트레빌 1차 전용 84㎡는 작년 3월 9억 8000만원까지도 계약됐지만, 지금은 8억원대 초반에 물건이 나와있다.

그러나 이렇게 떨어진 가격도 흑석리버파크자이의 전세 가격보다 높은 편이어서 비슷한 생활권인 아파트일수록 세입자 찾기가 난감하다는 것이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상도동의 C공인중개사 대표는 “흑석동 공인중개사 지인들한테 세입자 있으면 연결해 달라고 전화가 오는 경우가 왕왕 있다. 상도역 인근 신축 아파트에 거주 중인 고객 가운데 임차기간이 만료되는 이들에게 ‘저렴한 전세가 있다’며 옮기는 것을 권유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금리가 급상승하면서 ‘올 전세’를 찾는 세입자가 줄어든 가운데, 신축 입주까지 맞물린 결과다.

서울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대규모 신축의 입주를 앞두고 전세가격이 출렁이는 모습은 비단 흑석동에 국한된 사례는 아니다. 오는 3월 1일 입주 예정인 서울 강남구 대개포동의 개포 프레지던스자이(3375가구)역시 일대 전세시장을 휘어잡는 태풍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세가격이 본격적으로 떨어지기 전인 지난해 9월, 이 아파트의 전용 면적 84㎡ 전세 호가는 15억원을 넘나들었다. 그러나 높은 가격에 계약은 체결되지 않았고 12월에 접어들며 9억원까지 뚝 떨어졌다. 개포동의 D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연초부터 다소 회복해 11억원 수준에 전세거래가 체결되고 있다”면서도 “물량에 비해 임차 수요가 너무 적어 계약을 맺는 일이 적다”고 말했다.

서울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개포동도 초신축의 입주장이 열리면서 인근 3~4년차 아파트들의 가격도 함께 흔들리고 있다. 2019년 준공한 래미안블레스티지는 지난해 8월말에는 전용 84㎡의 전세가 15억 7500만원에 체결됐지만, 지금 나와있는 매물은 10억원부터 시작한다. 기존 세입자의 계약 연장으로 추정되는 건으로, 8억원(5층, 1월 18일)에 거래된 내역도 있다.

이러한 가운데 신축 아파트로 변신하지 못한 개포주공 567단지는 입주장의 영향을 더 강력하게 받고 있다. 주공5단지 전용 84㎡은 2021년 10월 9억원까지도 올랐지만 그 이후로 조금씩 가격이 조정되면서 작년 6월 7억 3000만원에서 9월에는 5억 6500만원, 12월에는 5억원으로 순차적으로 하락했다. 지금은 4억원대 물건도 제법 나와있다. 개포동 E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이 시세는 최근 2년간 전용 59㎡의 전세가격”이라며 “새로 임차인을 구하기 어려워진 집주인은 집을 비워두지 않기 위해 하락한 전세가격만큼 임차인에 돈을 주는 ‘역전세’를 제안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특정 지역의 전세 시장에서 약세장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지해 부동산 R114 리서치팀장은 “2021년에는 신규 계약과 갱신계약의 보증금이 단지에 따라 2중, 3중으로 다양하게 벌어진 만큼 올해 아파트 입주 물량이 몰리는 지역에서는 단기 폭등했던 지역들을 중심으로 전세금 반환 이슈가 사회 문제로 부각될 전망”이라며 “올해도 여전히 고금리 환경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상대적으로 많은 입주 물량이 예정된 곳이라면 역전세 가능성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예솔 견습기자 losey27@sedaily.com박민주 견습기자 mj@sedaily.com박정현 견습기자 jhpark36@sedaily.com정유민 견습기자 ymjeong@sedaily.com이수민 기자 noenemy@sedaily.com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