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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동업자 정신 잊은 MVP 후보, 최악의 사태 막은 베테랑들, 그리고 무능한 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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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순간이었지만 많은 것을 지켜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수원 kt와 고양 캐롯의 4라운드 경기가 열린 27일 수원 kt소닉붐 아레나. 전반 종료 직전 정성우의 단독 속공 찬스에서 나온 전성현의 하드 파울은 하루가 지난 지금까지도 비판과 비난의 집중포화를 받고 있다.

전성현의 하드 파울은 개인 감정이 섞이지 않으면 나오기 힘든 보기 드문 장면이었다. 상대 선수가 점프하는 상황에서 고의로 밀치는 행위는 큰 부상을 불러올 수 있어 사실상 금기시하는 것이다. 경기 내내 정성우와 전성현은 거친 몸싸움을 할 수밖에 없었고 이 과정을 통해 벌어졌다고밖에 설명이 되지 않는다.

매일경제

단 한 순간이었지만 많은 것을 지켜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사진=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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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대처도 아쉬웠다. 정성우가 쓰러진 후 곧바로 일어나 전성현을 향해 달려들었고 두 선수는 서로 설전을 펼쳤다. 어떤 말이 오갔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말을 나눌수록 더욱 격해졌던 만큼 결코 좋은 뜻은 아니었을 것으로 보인다. 전성현이 곧바로 고의가 아니었음을 사과했어야 했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승자와 패자만이 남는 프로 세계에서 경쟁이 최우선인 건 사실이다. 그러나 동업자 정신이라는 말이 있듯 서로 다치지 않는 선에서 경쟁하는 건 굳이 규정에 없더라도 지켜야 하는 최소한의 예의다. 전성현은 이날 평정심을 잃었고 자신의 바닥을 드러냈다.

이때 kt와 캐롯의 베테랑들이 보여준 모습은 그들이 왜 최고참인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하드 파울 이후 정성우와 전성현이 설전을 벌이자 김영환과 김강선이 달려와 두 선수를 적극적으로 말렸다. 만약 그들마저 감정적인 대응을 했다면 최악의 경우 벤치 클리어링까지 벌어질 수 있었다. 야구와 달리 농구에선 벤치 클리어링이 일어나는 순간 제재 수위가 대단히 높게 올라간다. 테크니컬 파울 정도로 끝나는 것이 아닌 출전 정지까지도 감수해야 한다. 추가 징계도 가능하다.

김영환과 김강선이 보여준 베테랑의 품격이 최악의 사태를 막았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특히 김영환의 경우 팀 동료가 하드 파울을 당했음에도 중심을 지키며 상황을 정리했다. 그가 왜 오랜 시간 kt의 주장이었는지 다시 한 번 알 수 있었다.

베테랑들이 멋진 모습을 보여줬다면 코트 위에서 당시 상황을 지켜보고도 비디오 판독한 심판의 무능함은 상당히 대조적이었다. 근거리에서 하드 파울 장면을 정확히 보고도 단 한 번의 주저함 없이 비디오 판독을 선택했다. 언스포츠맨라이크 파울이 명백했는데도 말이다.

그동안 언스포츠맨라이크 파울이 당연한 장면에서도 자신의 판단을 신뢰하지 못해 비디오 판독에 의지한 것이 KBL 심판들이다. 그러나 전성현의 하드 파울은 당연한 것을 넘어서 확실한 언스포츠맨라이크 파울이었다. 규정에만 있다면 곧바로 퇴장 조치했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심판의 선택은 비디오 판독이었다. 이러니 심판들의 판정을 그 누구도 신뢰하기 힘들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단 한 순간이었지만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는 장면이었다. 동업자 정신을 잃은 선수, 최악의 사태를 막은 베테랑들, 마지막으로 벌어진 상황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 무능한 심판까지 KBL의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확인할 수 있었다.

[민준구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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