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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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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버티기 정책… 금리 정점론과 위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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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아름 기자]

부동산 규제는 2023년 초 대부분 해제됐다. 집값이 더 오르기는커녕 2022년 8월 급격하게 떨어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임대차 2법 탓에 터질 것이라던 전세난은 되레 '역전세난'으로 돌아왔다. 윤석열 정부는 돈이 없어 무너지려는 부동산 시장에 대출 보증 등으로 처방을 내렸다. 과연 현실에 걸맞은 처방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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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부동산 시장의 문제로 꼽았던 높은 집값과 전세 대란은 취임 1년도 되지 않아 정반대로 발생했다.[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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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은 지난 1년간 진폭을 크게 겪었다. 2022년 3월 20대 대통령 선거가 이뤄지던 때 후보 시절의 윤석열 대통령은 부동산 시장의 첫번째 문제로 '너무 강한 규제'를 꼽았다. 지나치게 많은 규제에 휩싸인 다주택자가 자신들을 옭아맨 부담을 세입자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재건축ㆍ재개발을 가로막는 규제를 해제해야 주택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질 것이란 입장도 내비쳤다.

두번째 문제로는 '전세 대란'을 꼬집었다. 다가올 7월(당시 기준) 계약갱신청구권(보증금 인상 5% 제한)을 이용한 매물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면 전셋값이 가파르게 뛰어오를 것으로 봤다. 계약갱신청구권과 갱신 계약시 임대료 상한선을 못 박은 '임대차 2법' 때문에 세입자만 힘들어졌다는 게 윤 대통령의 생각이었다.

[※참고: 임대차2법은 계약갱신청구권과 갱신계약시 임대료 상한선을 정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말한다. 2020년 7월 31일자로 시행됐다. 이날 이후 세입자는 2년간 계약갱신청구권을 보장받았는데, 임대료 상승폭은 기존 임대료의 5% 이내로 제한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걱정했던 문제들은 현실을 조금씩 비껴갔다. 급등했던 주택 가격은 떨어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5월 윤 대통령이 취임한 후 3개월 만인 8월부터 서울 아파트 가격은 하락세로 전환했다. 2022년 1월 100.00포인트에서 7월 100.64포인트로 상승하던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KB부동산 기준)는 12월 96.81포인트로 곤두박질쳤다.

아파트 가격 하락세의 원인은 2022년 1월 1.25%에서 2023년 1월 3.50%으로 1년새 2.25%포인트 인상한 기준금리에 있었다. 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시장에 '돈'이 마르자 가격 하락세가 시작된 거였다.

7월말 예상됐던 전세대란도 벌어지지 않았다. 되레 전세 시세가 떨어지며 후임 세입자를 받아도 기존 세입자의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는 '깡통주택'이 늘어났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세보증보험 사고가 증가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세보증사고 규모는 2022년 11월을 기준으로 1903억원, 발생 건수는 869건이었다. 집주인이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한 경우가 그만큼 많았다는 거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 앞에 놓인 '부동산 시장'은 후보 시절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높은 집값도, 전세 대란도 아닌 '금리 부담'과 '역전세난'이 윤석열 정부의 과제로 떠올랐다. 여기에 부동산 시장에서 돈이 돌지 않는 문제까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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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가장 두려워하고 있는 문제는 미분양·역전세 등으로 인한 자금 경색이다.[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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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윤 정부는 어떤 처방전을 내놨을까. 예상대로 정부의 처방은 규제 완화와 금융 지원에 맞췄다. 1월 3일 세금, 재건축ㆍ재개발 등 부동산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현장을 지원하겠다는 의지도 분명히 했다.

예컨대, 주택보증공사(HUG)는 7000억원대 규모의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의 사업비를 보증하고 나섰다. 사실 둔촌주공은 정당 계약률(1월 17일 종료)이 80%대만 나와도 7000억원 규모의 대출(1월 19일 만기)을 상환할 수 있었지만, HUG가 보증을 서면서 작은 위험까지 덜어냈다.[※참고: 올림픽파크포레온은 1월 17일 정당계약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정확한 계약률은 공개되지 않았다.]

현장뿐만이 아니었다. 정부는 집을 가지거나 가지려고 하는 이들을 위한 금융지원폭을 늘렸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로 부담을 떠안은 개인에겐 7%대 금리를 4%대까지 낮출 수 있는 '특례 보금자리론'의 기회를 줬다. 이자 부담에 집을 팔아버리려던 사람들을 멈춰 세운 거다.

고가 주택의 중도금 대출 제한도 해제했다. 자금이 모자라 주택 청약을 넣지 못했던 사람들이 청약 시장에 뛰어들 수 있도록 만들었다. 부동산 시장에서 돈이 빠져나갈 틈을 틀어막고 부동산 시장에 매물이 늘어나 가격이 급락하는 걸 막으려고 한 거다.

보증금 대출이자 지원 등 전세시장에서 돈이 나가는 걸 막는 정책도 펼쳐놨다. 돈 없는 집주인이 보증금 반환을 위해 집을 급매하는 등의 일을 막겠다는 의도에서다.

이런 정책의 평가는 엇갈린다. 한편에선 시장의 급락을 막기 위해 꺼내든 대책이 일정 부분 효과를 내고 있다고 평가한다. 공인중개법인 집토스의 진태인 아파트 중개팀장은 "집값이 40%, 50%씩 떨어지면 대출 담보가치가 깨질 위험이 있는데 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해 특례 보금자리론을 도입했다고 본다"며 "정부는 채권시장의 불안이나 담보 가치 하락을 우려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예상하기 어려운 앞날에 얼마나 대처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란 지적도 숱하다. 이태경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은 "정부가 두려워하는 건 미분양의 폭증이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에 매물이 늘어나는 걸 막으려는 게 정책의 의도로 보인다"면서 "미국 물가의 움직임이 결국 그 나라의 기준금리를 결정하고 우리도 거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매매가 반등 시점이 언제가 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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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만에 국내 주택 시장은 완전히 뒤집혔다. 천정부지로 솟구쳤던 집값은 하락세를 타고 있다. 이 때문에 규제 완화에 초점을 맞춘 윤 정부의 정책을 두고 한편에선 '집값을 올리는 수단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집값이 너무 높은 건 사실"이라면서 현재의 대책이 집값을 올리기 위한 게 아니라고 주장했다. 급격한 하락도 급격한 반등도 원하지 않는다는 거다.

문제는 정부의 인식은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풀 수 있는 모든 규제를 해제하고, 주택 시장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돈을 최대한 차단한 정책은 지나치게 '극단적'이다. 사실 이번 집값 하락의 근본 원인은 건설로 주택을 공급하는 '시장'이 아닌 '금리'에 있다. 금리 인상 기조가 바뀌면 집값은 다시 꿈틀댈 게 분명하다. 윤 정부의 '규제 해제' 등의 전략은 이때 문제를 양산할 수 있다. 윤 정부는 빠른 변화에 대응할 준비를 갖춰놨을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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