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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엄마' 외치며 경찰 5명에 맞아 숨진 흑인… 영상 공개되자 미 '발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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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 항의 시위에 '제2 플로이드' 우려
한국일보

27일(현지시간)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에서 흑인 청년 타이어 니컬스를 죽음으로 몰고 간 경찰의 과잉 진압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 멤피스=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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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청년이 경찰 5명에게 몰매를 맞고 숨진 상황이 고스란히 담긴 영상이 공개되면서 미국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미 전역으로 경찰의 과잉 진압에 항의하는 시위가 번질 조짐이다.

27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미국 테네시주(州) 멤피스 경찰은 지난 7일 흑인 청년 타이어 니컬스(29)를 때려 사망에 이르게 한 당시 상황이 담긴 약 67분 분량의 보디캠 영상을 공개했다. 경찰 몸에 부착돼 촬영된 이 영상을 보면, 교통 단속을 하던 경찰은 오후 8시 30분쯤 니컬스의 세단 차량을 난폭 운전을 이유로 멈춰 세운다. 한 경관이 운전석 문을 열고는 니컬스의 멱살을 잡고 끌어냈고, 니컬스는 바닥에 엎드리라는 경찰 지시를 따랐다.

잠시 후 자리에서 일어서려는 니컬스와 경찰이 몸싸움을 벌이던 중 경찰관 2명이 그를 에워싸고 동시에 주먹과 발로 때리기 시작했다. 옆에 서 있던 다른 경찰관은 통증과 눈물을 유발하는 '페퍼 스프레이'를 뿌렸고, 이를 맞은 니컬스는 "엄마"라고 외치며 울부짖었다. 한 경찰관은 "너한테 몽둥이질을 해주겠다"고 말하고는 진압봉을 꺼내들어 위협을 가했고, 축 늘어진 니컬스가 붙들어 일으켜지자 다른 경찰관은 얼굴에 폭행을 이어갔다.

현장에서 니컬스에 몰매를 가한 경찰관 5명은 모두 흑인이었다. 니컬스는 체포된 후 고통을 호소하며 병원으로 옮겨졌고, 사흘 뒤인 10일 신부전과 심장마비로 숨졌다. 그는 희귀 질환인 크론병을 앓고 있었다. 해당 경찰관들은 모두 해고됐으며, 대배심은 전날 이들을 2급 살인과 가중 폭행 등 혐의로 기소할 것을 결정했다.

세를린 데이비스 멤피스 경찰서장은 "경찰관들의 행동은 악랄하고 난폭했으며 비인도적이었다"며 "체포 당시 니컬스에게 적용된 혐의인 난폭 운전과 관련해 보디캠에 촬영된 영상은 없다"고 AP에 말했다. 데이비스 서장은 "니컬스의 차량이 처음 정차했을 때부터 경찰관 10명가량이 몰려들었다"며 "이들이 공격적이고 소란스러운데다 욕설 표현을 사용하는 바람에 니컬스가 처음부터 매우 겁먹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멤피스와 워싱턴DC, 보스턴 등 도시에서는 경찰의 과잉 진압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거리에서 행진을 벌였다. 미국 내에서는 이번 사건이 2020년 5월 미네소타주에서 비무장 상태였던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사망했을 당시와 마찬가지로 전국적인 항의 시위를 불러올까 우려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당시 플로이드는 경찰에 제압당할 당시 "숨을 쉴 수 없다"며 살려달라고 반복적으로 말했고, 이 모습이 담긴 영상이 소셜미디어에 퍼지며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BLM)'을 외치는 시위가 들불처럼 일어난 바 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니컬스의 죽음을 불러온 구타가 담긴 끔찍한 영상을 보고 격분했으며, 깊은 고통을 느꼈다"며 "이 영상에 사람들이 분노하는 것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의를 추구하는 이들은 폭력이나 파괴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며 "니컬스의 유족과 마찬가지로 시위가 평화롭게 진행되기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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