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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중국은 ‘1000㎞ 주행’, 일본은 ‘꿈의 전지’…한국 비장의 무기는? [배터리는 Tech 전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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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제조업 공식 깨져…기술·대량생산 모두 갖춰야

상위 5~10개 업체가 향후 시장 독식·전략 모색 사활

헤럴드경제

전기차 배터리 이미지. [LG에너지솔루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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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제2의 반도체’ ‘미래 산업의 쌀’로 불리는 이차전지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한·중·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미 전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공급의 90% 이상을 담당하는 3국의 경쟁구도는 전통적인 제조업과 전혀 다른 양상으로 펼쳐지고 있다.

과거 일본이 전형적인 ‘퍼스트무버’, 한국이 ‘패스트 팔로워’, 중국이 ‘대량 공급자’의 역할을 담당했다면 신산업 배터리 분야에선 기술개발과 대량 생산이 동시에 추진되고 있다. 업계에선 압도적인 기술과 규모의 경제, 탄탄한 공급망을 초기에 구축한 상위 5~10개의 업체만이 살아남아 시장을 독식할 것으로 전망한다. 초기 주도권을 잡지 못하면 끝이란 위기의식이 커진 배경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배터리의 주행거리 향상, 차세대 신기술 개발, 대량 생산 체제 구축 등을 두고 한·중·일 3국은 저마다의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선두는 중국이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11월 중국 CATL은 전 세계 배터리시장의 37.1%를 담당했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성장률이 101.8%에 달한다. 테슬라 ‘모델3’ ‘모델Y’ 등을 비롯해 거대한 내수 시장을 장악하면서 거둔 성과다.

올해도 업계의 판도를 바꿀 제품을 선보인다. 한 번 충전으로 1000㎞ 주행이 가능한 ‘기린(Qilin)’ 배터리가 대표적이다. CATL은 지리자동차의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 ‘지커(Zeekr) 001’ 모델에 이 배터리를 탑재해 선보일 계획이다. 현재 시장에서 판매되는 전기차의 주행거리가 400~500㎞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2배나 더 달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분명한 사실은 1000㎞대 전기차 시대도 머지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CATL은 이 배터리에 그동안 주력해온 저가형 리튬·인산·철(LFP)뿐만 아니라 삼원계(NCM)를 양극재로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LFP 배터리는 가격이 저렴하고 화재위험이 낮다. 하지만 무겁고 에너지밀도도 낮아 삼원계보다 주행거리가 짧은 것이 한계로 지적됐다. 중국이 삼원계시장까지 공략하게 된다면 이를 중심으로 성장해온 한국 업체가 큰 위협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특수 모델 1000대에만 이 배터리를 탑재할 예정이라 대중화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란 분석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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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고체 배터리 이미지. [LG에너지솔루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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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배터리 종주국으로 불렸던 일본은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분야에 사활을 걸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양극과 음극 사이에서 리튬이온을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매개체인 전해액을 액체 대신 고체로 전환한 것이다.

발화위험을 낮춰 안전성이 높은 것은 물론 에너지밀도가 높아 주행거리를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다. 일본 정부는 2030년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세계 배터리시장 점유율 20% 회복을 목표로 삼고 투자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30년까지 총 5조6000억엔(54조5000억원)의 민관 투자를 단행하는데 전고체에는 2132억엔을 투입한다. 일본은 전 세계 전고체 배터리 특허의 37%를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이 분야에서 앞서 있다. 특히 토요타는 2021년 9월 세계 최초로 전고체 배터리자동차를 공개했다.

국내 배터리 3사도 이에 대응해 기술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하반기부터 테슬라에 공급할 ‘원통형 4680’ 배터리를 양산한다. 4680 배터리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2020년 9월 ‘배터리데이’에서 소개한 것이다. 지름 46㎜, 길이 80㎜의 원통형 배터리로, 기존 2170(지름 21㎜, 길이 70㎜) 대비 용량은 5배, 출력은 6배 높이고 주행거리는 기존 대비 16% 늘린 것이 특징이다.

테슬라는 일본 파나소닉과 함께 4680 배터리를 올해 양산할 계획이었지만 그 시기를 미뤘다. LG에너지솔루션이 예정대로 양산에 돌입한다면 승기를 잡는 셈이다. 배터리업계는 4680 배터리가 향후 전기차시장의 판도를 좌우할 ‘게임체인저’가 될 것으로 보고 투자를 확대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 역시 한국 오창공장에 7300억원을 투자하며 이 시설 확충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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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통형 배터리 이미지. [LG에너지솔루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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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해 SK온은 니켈 비중이 약 90%에 달하는 고성능 배터리를 2019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삼성SDI는 니켈 함량을 88% 이상으로 높인 제품 ‘젠5’를 생산하고 있으며, 니켈 함량을 91% 이상으로 높인 차세대 배터리제품 ‘젠6’를 현재 개발 중이다.

전고체 배터리도 국내 기업들의 연구가 돋보이는 분야다. LG에너지솔루션은 고분자계 전고체 배터리를 2026년까지,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는 2030년까지 상용화할 계획이다. SK온과 삼성SDI는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 중이다. 특히 삼성SDI는 배터리업체 중 가장 이른 시점인 2027년을 양산시점으로 잡았다. 업계 최초로 경기 수원연구소에 전고체 배터리 생산 파일럿 라인도 만들고 있다.

업계에서는 치열한 배터리전쟁에서 한국 기업들이 승기를 잡기 위해선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책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본부장은 “경쟁국 일본이 한국보다 투자 규모가 큰 J-배터리 부활 정책을 실행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도 국내 기업에 불리한 전기차 보조금 정책을 재검토하는 등 해당 전략을 수정·보완해야 한다”며 “배터리 핵심 광물에 대한 대중(對中) 수입의존도를 낮추는 등 관련투자도 차질 없이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jiy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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