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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오로지 진실만’ 검사 선서에 빗대...이재명 “수사로 세상 바꾸려 하면 ‘검찰 파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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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개발 로비 의혹’ 소환 조사 당시 제출한 검찰 진술서 SNS서 공개…약 1800자 서문 포함

서문서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형사 사법 권력 행사는 오직 증거에 입각해야” 지적

세계일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8일 오후 ‘위례 신도시·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검찰의 소환 조사를 마친 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청사에서 나와 차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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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성남FC 후원금 의혹’ 소환 조사 1주일 후 진술서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번에는 ‘위례 신도시·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소환 조사 출석 시간에 맞춰 검찰에 제출한 진술서를 SNS에 띄웠다.

이번 진술서는 ‘성남FC 후원금 의혹’ 반박성 글로 시작했던 지난번과 달리 새로 임용되는 검사가 마음가짐을 엄숙히 다짐한다는 취지로 낭독하는 ‘검사 선서’를 포함한 점이 특히 주목된다.

검찰 수사를 ‘야당 탄압’ 등으로 비난했던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검찰이 정치가 아닌 오로지 증거에 입각해 본래 주어진 임무인 충실한 수사를 해야 한다는 의미를 내포한 것으로 읽힌다.

앞서 이 대표의 서울중앙지검 출석일인 지난 28일 오전 10시30분쯤, 그의 SNS에 ‘검찰진술서 서문’이 올라왔다. 약 1800자 서문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며 “국민으로부터 주권이 박탈되거나, 주권자를 부당하게 억압하면 민주공화국은 죽은 것과 다름없다”는 말로 시작한다.

이 대표는 서문에서 형사사법 권력 행사는 중립적이고 정의로워야 한다면서 “오직 증거에 입각해 행사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억압적 공권력 행사를 통해 세상을 바꾸려는 오만을 견제해야 한다”며, “수사로 세상이나 제도를 바꾸려 하면 ‘검찰 파쇼’가 된다는 말은 시대를 막론하고 늘 되새겨야 한다”고 했다.

특히 “모든 검사가 하는 취임 선서에는 이런 선언이 담겨 있다”며 ‘불의의 어둠을 걷어내는 용기 있는 검사, 힘없고 소외된 사람들을 돌보는 따뜻한 검사, 오로지 진실만을 따라가는 공평한 검사, 스스로에게 더 엄격한 바른 검사’라는 말을 이 대표는 인용했다.

‘검사 선서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검사는 취임 시 약 270자로 이뤄진 ‘검사 선서’에 따라 선서해야 한다. 선서문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혼신의 힘을 다해 국민을 섬기고, 국가에 봉사할 것을 나의 명예를 걸고 굳게 다짐한다’는 말도 적혀 있다.

하지만 국민이 ‘언론 뒤에 숨은 비겁한 검사’, ‘대통령 정적 제거에만 몰두하는 차갑고 불공정한 검사’, ‘검찰 관계자들에게만 관대한 검사가 되고 있지 않는가’를 우려한다면서, 이 대표는 이를 검찰이 스스로 묻고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가짜뉴스와 조작 수사로 잠시 속일 수는 있어도 영원히 진실을 감출 수 없다”면서, 이 대표는 ‘사필귀정(事必歸正)’을 언급했다.

지난해 이 대표의 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 됐을 때, 국민의힘 논평에 있던 이 말을 가져온 이 대표는 “순리와 진실의 힘을, 국민을 믿겠다”면서 “역사와 대화하고, 소명을 되새기며 당당히 맞서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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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지난 28일 올라온 검찰 진술서 일부. 이재명 대표 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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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이날 약 12시간 반 만에 피의자 조사를 마친 후 서울중앙지검 청사 밖으로 나와 “윤석열 검사 독재정권의 검찰답게 수사가 아닌 정치를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진실 밝히기 위한 조사가 아니라 기소를 목표로 조작한다는 기분을 지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엄희준 부장검사)는 같은 날 오전 10시30분부터 진행된 조사에서 위례 신도시 개발 과정에서 민간업자들에게 성남시 내부 기밀을 알려줬다는 혐의(부패방지법)를 신문했고, 오후에는 반부패수사3부(강백신 부장검사)가 대장동 개발 사업의 배임,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를 조사했다.

이 대표가 심야 조사에 동의하지 않아 신문은 오후 9시에 종료됐고, 피의자 신문조서의 기재 내용을 열람하는 절차까지 진행됐다.

검찰은 조사 내용 검토 후 이 대표에게 추가 출석을 몇 차례 더 요구한 뒤, 응하지 않으면 앞서 수원지검 성남지청에서 이뤄진 성남FC 후원금 의혹 조사의 제3자 뇌물공여 혐의와 묶어 구속영장을 청구할 전망이다.

다만, 1월 임시국회 회기 종료 즉시 2월 임시국회 회기가 이어져 체포동의안 표결을 거쳐야 하고, 민주당이 원내 과반을 차지하는 만큼 당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 부결 시 검찰은 이 대표를 불구속기소 할 것으로 보인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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