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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미국인도 반한 90년 전 금강산 만이천봉 절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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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이브즈 코리아 1930-1940'에 담겨

영자원, 캐나다서 입수…희귀 장면 대거 포함

"복수 카메라·초기 컬러 규격, 영상 풍부해"

제임스 헨리 모리스(1871~1942)는 미국의 시설 사업가다. 조선 최초의 전차 운행에 일조했다. 1920년대부터는 영화 배급, 자동차 등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조선에 머물던 각국 외교관 등과 친분을 쌓으며 선교사업 등도 주도했다. 발자취는 16㎜ 필름 일곱 릴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푸티지 모음집 '아카이브즈 코리아(Archives Korea) 1930-1940'이다. 한국영상자료원이 2020년 캐나다 유나이티드 처치 아카이브에서 입수했다. 러닝타임이 5시간 14분에 달하고 희귀 장면이 많아 한국 근현대사 기록영화로서 높은 가치를 지녔다고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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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이브즈 코리아 1930-1940'에 담긴 청룡리 남사당패(추정) 풍물놀이 중 '4층 무동.' 최상 층에 아이가 올라간 모습 (1935년 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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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스는 여러 대의 카메라를 동시에 사용해 당시 광경을 포착했다. 이화학당 창립 50주년 기념행사(1936)를 비롯해 미국 남장로교의 전주 선교기지와 캐나다 장로교의 평양 선교기지(이상 1933~1935), 경성신사 봉축대제와 조선신궁 예대제 행렬(1936), 정동 영국공사관 대영제국 기념일 가든파티(1937), 일본-핀란드 친선 육상경기(1932) 등이다. 덕수궁 작약꽃 화단 조성(1937), 경복궁 후원 행사(1929·1935), 창경원 춘당지 정경 및 벚꽃놀이, 파고다공원·정동 인근 놀이터 시설, 박연폭포와 고모담(이상 미상) 등 일제강점기 전통문화와 자연의 일면도 담았다.

보물 같은 영상은 한국영상자료원이 운영하는 한국 영화 데이터베이스(KMDb) 컬렉션 서비스에서 확인할 수 있다. 1900년대 초부터 1950년 무렵까지 근현대 한국의 모습을 담은 기록영상 113편을 지난 26일부터 순차로 공개한다. 지난 30년간 열 나라에서 발굴·수집한 자료들로, 한국인의 생활상·민속문화·자연경관·도시 풍경 등을 생생하게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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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이브즈 코리아 1930-1940' 속 금강산 구룡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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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이브즈 코리아 1930-1940'을 비롯해 닛카츠 도쿄촬영소 '금강산 공중촬영(1930)', 교토시 소학교 학사시찰단 '만선여행(1932)', 버나드 리치 '한국 방문 기행 영상물(1935)', 일본 철도성 국제관광국 영화부 '동경-북경(1939 추정)' 등에서는 금강산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버튼 홈즈 '특이한 한국문화(1901·1913)'·'유일무이한 도시 서울(1917)'과 파테 프레르 '고요한 아침의 나라: 한국(1908)', 미국 자연사 박물관 '경성 기록영상(1910 추정)' 등은 1900년대 초 조선의 풍경을 품고 있다.

미국공보원 '한국농촌생활(1948)'과 콜린 로스 '카메라로 본 세계(1925)', 조선총독부 '이왕가고전(1931)', 조지 오브리 가우 '한국 기록필름(1931~1935)' 등은 당시 유행한 전통무용을 보여준다. 화랑창극, 춘향전 무용극, 기생 무용, 처용무, 승무 등이다. 조선인의 벼농사 과정을 조명한 영상도 있다. 프레드 엘스·루스 엘스 '한국의 농사: 동양의 서사시(1932)'와 제커리어 버코위츠 '평양풍물(미상)'이다. 일부 영상은 역사적 인물이나 사건을 다룬다. 알베르 칸 '영친왕 프랑스 여행, 순종황제 장례행렬(1927)'과 명혜회·산오피스 '이은왕세자, 이방자비의 추억의 기록필름(1908~1970)', 아사히 신문사 '안중근 체포(1909)', 고몽 '백범 김구 선생의 장례식(1949)'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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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이브즈 코리아 1930-1940'에 담긴 일본(조선)-핀란드 친선 육상경기. 1932년 9월 22일에 경성운동장에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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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호 한국영상자료원 선임연구원은 "다양한 주제의 당시 영상을 모아 최상의 화질로 공개하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원본 필름 자체의 생산 정보, 복사 흔적까지 추적해 연구 정확도를 높였다"라고 자평했다. "'아카이브즈 코리아 1930-1940'의 경우 초기 컬러 규격을 도입해 영상이 풍부하기까지 하다"라며 "기독교 선교사, 도시사, 교육사, 병원사, 민속학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에게 좋은 참고자료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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