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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멘털까지 잡은 호랑이 사발렌카, 생애 첫 테니스 메이저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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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첫 메이저 우승컵을 안고 기뻐하는 사발렌카.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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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마침내 '호랑이(쉽게 잡히지 않는 멘털)'를 길들이는 데 성공했다."

프랑스24는 아리나 사발렌카(25·벨라루스·세계랭킹 5위)가 2023 호주오픈 테니스 대회에서 우승하자 이렇게 분석했다. 사발렌카는 28일 호주 멜버른의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열린 호주오픈 여자 단식 결승에서 엘레나 리바키나(25위·카자흐스탄)에게 2시간28분 만에 2-1(4-6 6-3 6-4)로 이겼다. 이로써 사발렌카는 생애 첫 메이저 대회 결승 진출에 이어 우승 트로피까지 거머쥐는 기쁨을 누렸다. 호주오픈은 프랑스오픈, 윔블던, US오픈과 함께 테니스 4대 메이저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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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 트로피 촬영에서 드레스를 입은 사발렌카.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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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발렌카의 서브는 현역 여자 선수 중 최고 수준이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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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그는 준결승에만 세 차례 올랐다. 벨라루스 선수가 메이저 대회 여자 단식 챔피언을 차지한 것은 빅토리야 아자란카(24위)의 2013년 호주오픈 우승 이후 10년 만이다. 사발렌카는 우승 상금으로 297만5000 달러(약 36억7000만원)를 받는다. 또 다음 주 발표될 세계랭킹에서 2위로 올라설 전망이다.

사발렌카는 테니스 팬들에게 '호랑이'로 통한다. 왼 팔뚝에 큼지막한 호랑이 타투가 있어서다. 신인 시절이던 18세 때 '코트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호랑이처럼 용맹하게 싸우자'라는 의미로 새겼다. 플레이 스타일도 맹수처럼 상대를 몰아친다. 그는 1m82㎝의 큰 키와 넓은 어깨를 이용해 내리꽂는 강서브가 위력적이다. 이번 대회에서 사발렌카는 여자 단식 출전 선수 중 평균 서브 속도 4위(시속 193㎞), 서브에이스 2위(46개)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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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기량에도 사발렌카는 감정 기복이 심해 큰 경기에서 졌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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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가 현역 여자 선수 중에선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다. 포핸드도 서브만큼 강력한 무기다. 그의 포핸드 평균 속도는 시속 123.4㎞나 되는데, 여기에 2341rpm(분당 회전수)의 회전이 더해져 받아치기 어려운 '마구'처럼 변한다. 호주오픈 주최 측은 이번 대회에 샷의 속도와 회전수를 반영해 산출한 '공무게'라는 새로운 지표를 도입했는데, 사발렌카는 여자 단식 참가 선수 중 3번째로 높은 7.5를 기록했다.

문제는 큰 무대에서 쉽게 흥분하거나 감정 기복을 보이는 등 멘털 문제로 무너진다는 것이었다. 사발렌카는 17세이던 2015년 프로에 입문해 2년 만에 세계 100위권에 진입했다. 2018년부터는 10위권을 오르내렸다.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대회 단식에서 11차례나 우승했다. 하지만 메이저 대회에서는 좀처럼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했다. 실수를 저지른 뒤엔 평정심을 잃고 흔들리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결국 주요 대회 결승 문턱에서 번번이 미끄러졌다. 그는 2021년 윔블던과 US오픈, 그리고 지난해 US오픈에서 세 차례나 준결승 탈락했다. 프랑스24는 통제가 되지 않는 감정을 거칠고 길들이기 어려운 맹수 '호랑이'에 빗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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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 때 왼팔에 새긴 호랑이 문신.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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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이 확정되자, 코트에 드러누워 감격하는 사발렌카.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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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회 결승에서도 사발렌카는 1세트에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듯했다. 사발렌카는 1세트 몇 차례 실수를 범하자, 짜증을 내는 등 멘털이 흔들리는 것처럼 보였다. 경기력은 급격하게 나빠졌고, 결국 첫 세트도 상대에 내줬다. 하지만 사발렌카는 2세트부터 마음을 다잡았다. 침착한 표정으로 착실하게 점수를 쌓더니, 결국 승부를 뒤집었다. 특유의 강력한 서브도 살아났다. 사발렌카는 서브에이스(17-9)와 위너(51-31)에서 리바키나에게 크게 앞섰다. 사발렌카는 리바키나의 마지막 샷이 라인을 넘어 우승이 확정되자 코트에 드러누워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뉴욕 타임스는 "큰 위기를 극복한 사발렌카에게 큰 상이 주어졌다"고 칭찬했다.

사바렌카는 우승 후 "나의 멘털 치료사는 나 자신"이라며 감정을 추슬러 역전 우승을 일궈낸 자신을 대견해 했다. 그러면서 "당연히 긴장감이 컸지만, 스스로에게 '우승하는 게 쉬울 리 없잖아.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어. 이길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싸우는 방법뿐이야'라고 주문을 걸었다"고 밝혔다. 사발렌카는 "지금 내 감정을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엄청 행복하다. 나 자신이 자랑스럽다. 내 생에 최고의 순간"이라며 활짝 웃었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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