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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이슈 국방과 무기

북, '美우크라 지원·북러 무기거래설' 왜 싸잡아 비난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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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권정근 연쇄 담화…"美의혹 제기 맞대응·우크라전 심각하게 인식"

"대러지원 노골화 가능성"…'김정은의 입' 김여정 업무 국제관계로 확장 주목

연합뉴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전차 지원 계획을 발표하고 북한과 러시아와의 무기거래설을 계속 폭로하는 데 대해 북한 고위 인사들이 연달아 발끈하는 담화를 내놓아 관심을 끈다.

우크라이나전이 북한의 대외정책을 비롯해 대미·대남정책 등 한반도 정세와 갈수록 밀접하게 연관되고 있다고 판단, 일정한 목소리를 내면서 간접적으로 개입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미국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맹비난하는 것은 최근 자신들의 대러 무기 거래 관련 미국의 의혹 제기에 맞대응하려는 의도가 강한 것으로 관측된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 27일 심야 담화를 통해 미국의 우크라이나 전차지원 계획에 대해 강력 규탄하고 "로씨야 군대와 인민과 언제나 한 전호(참호)에 서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부부장은 미국이 러시아를 파멸시키기 위한 대리전쟁을 확대해 패권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흉심에 따른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다만, 북한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돕는 러시아 민간 용병회사 '와그너 그룹'에 무기를 공급했다는 지난달 미국 백악관 발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아 눈길을 끌었다.

북한은 김 부부장 담화가 나온 지 33시간 만인 29일 오전 9시께 외무성 고위관리 담화를 또 내놨다.

권정근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은 이날 담화에서 미국의 우크라이나 전차 지원 계획을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발표한 북한과 러시아의 무기거래를 '자작 낭설'이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김 부부장이 언급하지 않았던 미국의 '북-러 무기거래 발표'를 권 국장이 부인하면서 미국을 거칠게 비난한 것이다.

권 국장은 "미국은 이번에 또다시 무근거한 '조로(북러) 무기거래설'을 꺼내 들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저들의 무기 제공을 정당화해보려고 어리석게 시도했다"며 "있지도 않은 일까지 꾸며내여 우리의 영상(이미지)을 폄훼하려드는 것은 (…) 반드시 반응하지 않을 수 없는 엄중한 중대도발"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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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근 북한 외무성 국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북한이 이처럼 동일한 이슈를 놓고 연쇄적으로 중량감 있는 담화를 낸 것을 두고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김여정 담화에서 북러 무기거래에 대한 '무언급'이 인정이라는 여론 흐름을 차단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두 담화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5일(현지시간) 연설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31대의 M1 에이브럼스 전차를 지원하겠다고 밝힌 계획을 맹비난한 것은 일종의 '맞대응 전략'이라고 풀이했다.

양 총장은 "미국의 우크라이나 탱크 지원을 '불법성'으로 규정한 것이 특징"이라며 "최근 자신들의 대러 무기 거래 관련 미국의 의혹 제기에 맞대응하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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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자료사진]


북한이 우크라이나전 양상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강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양상의 변화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것이 북한의 대외정책, 대미·대남정책 등 한반도 정세와 밀접하게 관련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 개입한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 입장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은 한반도 전쟁 상황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전장인 셈"이라고 말했다.

홍 실장은 특히 "북한이 미국의 탱크 지원을 직접 거론한 것은 북한의 군사 지원 정당성을 우회적으로 강조한 것"이라며 "향후 대러 군사지원을 우크라-러시아 전황에 따라 공식화하거나 공식화하지 않더라도 노골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대미·대남을 총괄하는 역할의 김여정 부부장이 우크라이나-러시아 문제를 직접 거론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홍민 실장은 "김여정이 러시아 지지 입장을 공식화한 것은 기존에 외무성과 국방성 실무급 책임자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건조하게 대응하던 방식과는 다른 태도"라며 "김정은 위원장의 최측근이 우크라-러시아 상황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보여주기 위한 차원"이라고 말했다.

양무진 총장도 "과거 대남 메시지에 할애했던 김여정 담화 방식을 대미 혹은 대외관계 이슈에도 활용한 것"이라며 "김여정 담화는 결국 김정은의 뜻이 담겨있기 때문에 북한의 공식 입장이므로, 향후 김여정 담화의 이슈 확장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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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레오파드2 전차
[연합뉴스 자료사진]


cla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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