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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규제완화보다 무서운 ‘금리’···하락폭 다시 커진 ‘금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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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의 아파트 단지 모습. 성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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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도·강’과 함께 영끌족들의 ‘패닉바잉(공황구매)’을 이끌었던 ‘금·관·구’의 아파트값 하락폭이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집값 급상승기 당시 ‘풀 대출’을 받아 내집 마련을 한 2030세대들이 잇따른 규제완화책에도 불구하고 금리인상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급매물을 내놓은 결과로 분석된다. 현장 중개업자들은 “이 지역은 급매로 나와도 여전히 비싸다는 인식이 커서 거래도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29일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살펴보면 이번주 금천구 아파트값은 0.55% 하락해 전주(-0.45%)보다 하락폭이 커졌다. 관악구 역시 0.45%하락해 전주(-0.37%)보다 낙폭이 커졌다. 지난주와 동일한 하락폭(-0.50%)을 기록한 구로구는 올해 들어 낙폭이 단 한 차례도 줄어들지 않았다. 반면 서울 평균 아파트값은 4주 연속 하락폭이 감소했다.

서울에서 상대적으로 중저가 아파트가 몰려있는 금천·관악·구로구는 노원·도봉·강북구와 더불어 지난 2020~2021년 ‘영끌 대출’을 받은 2030세대들의 ‘패닉바잉’이 집중된 지역이다.

한국부동산원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 자료를 살펴보면 2019년 12월 기준 금천구 아파트 평균가격은 4억1023만4000원으로, 당시 서울 아파트 평균가격(8억2722만8000원)의 절반에 불과했다. 구로구는 5억3568만2000원, 관악구는 5억18만6000원이었다. 노·도·강 역시 4억3000만~4억8000만원 수준으로 해당 지역은 영끌족들이대출을 최대한 끌어 살 수 있는 서울의 ‘마지노선’으로 평가됐다. 당시 기준금리는 0.5~1.0%의 초저금리였다.

그 결과 2030세대 서울아파트 매입비중은 2020년 1월 34.2%에서 2021년 1월 44.7%까지 상승했다. 금천구의 2030 매입비중은 50.5%까지 치솟았고 관악 47.1%, 구로 48.3%를 기록했다.

초저금리에 ‘영끌족’ 몰렸던 ‘금관구’ 낙폭 ↑


하지만 지난해 잇따른 금리인상으로 기준금리가 3.5%까지 상승하면서 ‘금·관·구’의 아파트값은 속절없이 하락하고 있다. 대출금리를 감당하기 어려운 영끌족들이 급매물을 던지면서 정부의 규제완화에도아파트값 하락폭은 되레 커지는 분위기다.

금천구 독산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정부 1.3대책 발표 이후 매수문의는 늘었는데 거래는 한 건도 못했다”면서 “집주인들이 매물 가격을 야금야금 낮추고 있는데도 아직 매수자들의 기대치랑 갭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지하철 1호선 금천구청역 보도권에 위치한데다 생활인프라가 풍부해 금천구 대장아파트로 꼽히는 롯데캐슬골드파크 1차 전용면적 84㎡은 한때 최고가 13억7000만원에 거래됐지만 최근 9억5000만원까지 떨어졌다. 4억2000만원이나 하락한 셈이다. 해당 거래 이후 9억원대 급매물이 나오고 있지만 실제 거래로 이어진 경우는 없다. 인근 공인중개사는 “물가상승 등을 고려하면 9억원대 매물은 잡아도 손해보는 게 아닌데 ‘아직 많이 비싸네요’ 하고 끊어버린다”면서 “얼마 정도까지 원하시냐니 ‘5~6억원’이라는데 그 가격까지 내려갈 수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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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붙은 분양권 안내문.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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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구 신도림푸르지오3차 역시 전용면적 84㎡(13층)이 지난 18일 8억35000만원에 거래되면서 직전 최고가(12억4500만원)보다 4억1000만원이나 하락했다.

부동산 중개플랫폼 직방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서울 아파트의 직전 대비 5% 이상 대폭 하락거래 비율은 51.6%며, 구로구(83%), 금천구(66%), 관악구(60%)의 하락거래비율은 서울평균보다 높았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노·도·강’은 ‘금·관·구’에 비해 거래가 꾸준히 있는 편이고, 특히 노원은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도봉은 GTX 설치에 대한 기대감이 있지만 ‘금·관·구’는 현재 뚜렷한 호재가 없는 것이 원인일 수 있다”고 말했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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