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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법쩐’ 이선균-김홍파 일진일퇴 치열..전략적 우위는 이선균 [김재동의 나무와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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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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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재동 객원기자] 일진일퇴, 양보없는 공방이다. 열흘 사이 24차례 주인이 바뀌었다는 백마고지 전투라도 보는 듯하다.

SBS 금토 드라마 ‘법쩐’이 회마다 공수가 바뀌는 다이내믹한 전개로 시청률을 끌어 모으고 있다. 28일 방송된 8회에서 최종보스 명인주(김홍파 분)는 자신의 회심의 역작 바우펀드 파산을 결정했다.

8회분 시청률은 닐슨 코리아 기준 수도권 10.7%, 전국 10.7%, 최고 시청률 13.2%를 기록했다. 전 채널 같은 시간대 1위는 물론, 토요일 방송된 전 채널 미니시리즈 평균 1위를 차지했다.

앞서 교도소의 은용(이선균 분)은 명인주의 사위 황기석(박훈 분)과 손을 잡았다. 대권의 꿈을 위해 정치권 입문을 앞두고 있는 황기석은 ‘사채꾼 사위’란 타이틀이 늘 거북했다.

그 장인 돈에 힘입어 특수부 부장을 거쳐 차장검사까지 승진했지만 꼬박꼬박 지불해야 되는 명회장 뒤처리는 지저분하고 추했으며 무엇보다 깨끗이 닦여 있어야 될 대권가도에 자리잡은 지뢰였다. 자신을 금고 지키는 개 취급하는 명인주로부터 받아온 모멸감도 차곡차곡 쌓여 폭발 직전이다.

그런 황기석에게 명인주를 무릎 꿇리고 그 막대한 재산을 아내 명세희(손은서 분) 손에 쥐어줄 수 있다는 은용의 유혹은 귀에 너무 달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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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은용은 손잡을 가치가 있었다. 황기석이 정계진출을 위한 도약대로 출범시킨 증권 범죄 특별 수사단에 대중의 시선을 확 잡아끌 스토리 있는 사건들을 줄줄이 제공한다. 수사기획을 사전에 명인주에게 제공, 떼돈을 벌게 해준 것도 명인주를 더 깊은 수렁에 빠뜨리기 위해 은용과 약속한 시나리오였다.

명동 사채꾼에서 바우펀드 대표라는 어엿한 금융인으로 신분 세탁 중인 명인주는 돈에 약한 사채꾼 근성을 어쩌지 못하고 황기석이 리스트 업한 회사들에 펀드 자금을 무분별하게 쏟아붓는다.

그리고 상황이 무르익자 황기석의 증권 범죄 특별 수사단은 방아쇠를 당겼고 명인주의 투자금은 모두 동결되고 만다. 후발 가입자의 돈으로 선발 가입자의 이익을 보장해 주는 폰지형태로 운영되던 바우펀드에 있어 투자금 동결은 사망선고와 같다. 때맞춰 명인주를 찾아온 딸 명세희는 자신에게 바우펀드 대표 자리를 넘겨줄 것을 요구한다.

결코 황기석일 수 없는 수법, 너무나 은용다운 수법. 그제서야 명인주는 알아차렸다. ‘이것들이 은용과 손 잡았구나!’ 딸과 사위는 자신을 제끼자고 자신의 숙적 은용과 결탁한 것이다. 제 자식들의 괘씸한 속내는 알았으니 다음은 은용의 속내를 알아볼 차례.

명인주는 황기석의 후배인 이영진(박정표) 부장검사를 이용해 은용을 밤나들이 시켜 만난다. 대통령이 될 지 모를 황기석의 목줄이라며 USB 2개에 6,000억 원을 지불하라는 거래를 제안한다. 그리고 은용의 수락. ‘알았다. 놈은 내 목 보다 우리 사위의 목을 더 간절히 원하는구나!’ 그렇다면야 거래할 이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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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우펀드의 환매중단. 그렇게 최대 3조원대 금융사고가 터지고만다. 명인주는 아껴두었던 측근 이수동(권혁 분)을 총알받이로 던져준다. 설거지 변호사로 키워서 바우펀드 부사장까지 앉혀줬으니 이제 제 받아먹은 값을 환수할 타이밍이다.

소금 먹은 놈이 물 켠다고 검찰의 높으신 분들은 제 안위를 위해서라도 명인주의 안위를 신경 쓸 것이다. 대신 황기석만 닥달할 것이고 ‘셰프 사위’ 황기석은 이수동 선에서 어찌어찌 사건을 마무리 지을 것이다. 사건이 이수동의 자살로 종결되면 펀드 손해는 온전히 개미들이 떠안을 것이고... 벌 돈은 못벌었지만 사위 교육, 아니 금고지기 개새끼 교육비로 퉁치면 큰 손해는 없다.

게다가 사위 목 값이 은용에게 6,000억 원 가치는 있는 걸로 확인됐으니 사위 자리가 높아질수록 그 목 값은 복리로 늘어날 것이다. 이번 교육을 뼈에 새겼다면 사위 스스로 그만큼의 수익을 물고 와 줄 지도 모르고. 다만 한가지, 자신에게 고상한 금융인 탈이 안어울린다는 사실만이 씁쓸할 뿐이다.

은용에게 명인주는 그렇게 겪어봤으면서도 적응하기 힘든 인물이다. 은용이 번번히 명인주에게 되치기를 당하는 이유는 그 몰염치, 그 비열함, 그 비인간성이 언제나 은용의 예상치를 넘어서기 때문이다. 결국 명인주를 향한 은용의 공세는 개미투자가를 향하고 말았다.

뼈저린 자책과 새 전략 구상에 뜬 눈으로 맞은 다음 날, 황기석이 찾아와 조카 장태춘(강유석 분)을 바우펀드 사태 주범 이수동의 공범으로 만들 계획임을 천명한다. 은용으로선 충분히 예상했던 반응. 9화에 다시 시작될 은용의 반격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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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까지 은용과 명인주의 전투는 일진일퇴 비등했다. 하지만 전략적인 우위는 확실히 은용이 가져갔다. 은용은 자칫 박준경(문채원 분)을 잃을 뻔 했지만 기사회생했고 장태춘이 직무정지 당했지만 원상복구됐다.

반면 명인주는 제 손으로 한때 든든했던 뒷배 오창현(이기영 분)을 제거했고, 사위 황기석과는 척을 졌으며, 검찰라인의 신뢰도 잃었다. 제거하려던 불법 뒤처리 전문 이진호(원현준 분)는 박준경에게 빼앗겼고, 합법 뒤처리 전문 이수동도 제거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내몰렸다.

남아있는 전투자산이 별로 없다. 교도소에 들어앉은 김성태(이건명 분)나 새롭게 가세할 공산이 큰 황기석의 심복 이영진 부장 검사 정도가 다다. 이영진의 경우 황기석이 버리는 카드로 이용할 계획임을 눈치채고 명인주로 말을 갈아타는 낌새다.

“아버지 빼고 모두가 적!”이라는 딸 명세희의 말처럼 점점 고립무원으로 몰리고 있다.

‘돈으로 문제가 해결 안된다면 돈이 부족한 것일 뿐’이란 말이 있다. 명인주는 돈으로 권력을 샀지만 명인주의 적 은용은 명인주보다 돈이 많다. 돈으로 구축한 통제는 더 많은 돈을 앞세울 때 균열이 생긴다.

인간성을 잃지 않은 글로벌 돈장사꾼 은용과 독사같은 심성의 명동 사채꾼 명인주의 전투. 고작 4회를 남겨두고 있지만 매회 통렬하고 기상천외한 반격과 재반격이 이루어지는 열전이다 보니 나머지 4부 능선도 아득해 보인다.

/zaitu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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