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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美 IRA에 '전기차 리스' 확대하는 현대차…"문제는 수익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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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머니투데이

(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 = 26일 서울 시내 한 현대자동차 영업점에서 시민들이 차량을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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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대응책으로 '리스 판매 확대'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손실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초 현대차그룹은 수익성이 떨어지는 리스 판매 비중을 꾸준히 줄여왔지만, IRA 여파로 이를 다시 확대하게 됐다.

29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서강현 현대차 기획재경본부장은 지난 26일 "현재 미국에서 판매되는 전기차의 5% 미만이 리스"라며 "이 비중을 30% 이상으로 확대하는 한편 플릿과 구독 서비스 등 판매 채널 다변화를 통해 전기차 판매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아 역시 지난 27일 "올해 5만8000대를 판매할 계획"이라며 "리스 채널을 활용하고, 현재까지의 판매 동향을 보면 올해 목표는 무리 없이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체적으로 경쟁 압력이 커지거나 IRA로 인한 판매 차질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8월 발표된 IRA에 따라 북미에서 최종 조립되거나 핵심 광물 및 배터리 요건을 충족한 전기차만 최대 7500달러의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를 모두 국내에서 생산하기에 혜택을 전혀 받을 수 없었는데, 지난해 12월 미국 상무부가 상업용 친환경차는 제외하기로 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그간 조지아주 미국 공장 건설 등 중장기 대응 방안을 공개한 현대차그룹은 이에 지난 4분기 실적발표에서는 리스 판매 확대를 단기 대응 방침으로 발표했다.

숨통은 트였지만 좋은 상황은 아니다. IRA가 허용하는 상업용 차량은 렌터카·카셰어링(공유차) 등 법인에 판매하는 플릿(fleet) 방식을 통해 거래된다. 이에 따라 전체 판매량은 유지하거나 늘릴 수는 있지만 법인 대량 판매는 할인이 많이 적용돼 일반 소비자에 판매하는 것보다 수익성이 떨어진다.

중고차 시장에서도 플릿 차량이 대량으로 풀리면서 가격 하락과 함께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 기아가 추진해 온 '차량 제값 받기'와 현대차그룹이 제네시스 브랜드 출범 등을 통해 꾀한 브랜드 이미지 제고 전략의 의미가 퇴색되는 셈이다. 현대차는 지난 26일 "리스 비중 증가에 따른 중고차 가격 하락 우려 관련해서는, 인증 중고차 사업을 확대해 2~3년 후 발생 가능한 중고차 가격 하락 리스크에도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은 꾸준히 플릿 비중을 줄여왔다. 현대차 북미 법인 등에 따르면 2016년만 해도 현대차의 미국 연간 판매량 중 플릿 비중은 26%에 달했지만 2021년에는 6%로, 지난해에는 2.2%로 감소했다. 현재 전기차 판매량 중 상업용 차량의 비중도 약 5%에 불과하다. 미국의 자국우선주의 정책에 이를 다시금 7년 전보다 높은 30% 선으로 확대하게 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플릿 시장 전망도 밝지 않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현지시간) "자동차 리스(수량)가 팬데믹(대유행) 기간 급락했고, 회복되는데 수년이 걸릴 수 있다"고 보도했다. 반도체 공급난 등의 여파로 차량 공급이 줄자 각 완성차업체는 수익률이 높은 판매 전략에 집중했다. 이에 따라 소비자에게 보다 불리한 조건으로 차량을 리스했는데 결국 소비자들이 리스보다 구매를 선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하반기 미국 신차 판매 중 리스 비중은 16%로, 2009년 경기침체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리스 판매에도 장점은 있다. 현재 미국에서 전기차에 가장 큰 관심을 보이는 연령대는 50대 이상의 부유층과 MZ 세대다. 특히 MZ 세대의 경우 친환경차에 관심은 많지만 비싼 전기차를 구매하기는 어려워하는데 리스 시장이 그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리스 시장이 미국 시장의 약 16%인데, 전기차도 미국 시장의 6%"라며 "리스 시장으로 몰리는 MZ 수요에 초기 시장 선점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결국 현대차그룹의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 건설까지 시간을 벌기 위한 궁여지책에 그친다는 것이 업계의 시선이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궁여지책으로 전기차 물량 확보를 위해 리스 시장으로 뚫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며 "한 2년만 버티는 수단으로, 아예 없는 것보다는 낫다"고 밝혔다.

정한결 기자 hanj@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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