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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굿해야 남편 극락왕생”… 동창생에 32억 뜯어낸 60대 징역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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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춘천지법 원주지원.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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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극단적 선택으로 고통받고 있는 초등학교 동창생에게 접근해 “극락왕생을 빌어야 한다”며 굿 대금 명목으로 32억원을 뜯어낸 60대 여성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춘천지법 원주지원 형사1부(재판장 신교식)는 특정 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혐의로 기소된 A(여·61)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고 29일 밝혔다.

A씨는 2013년 2월부터 2021년 2월까지 초등학교 동창생인 B씨에게 굿 대금 명목으로 모두 584회에 걸쳐 32억9800만여 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2013년 2월 중순 “굿을 하지 않으면 죽은 남편이 극락왕생하지 못한 채 구천을 떠도는 귀신이 된다”며 “돈을 주면 ‘할아버지’를 모시는 사람을 통해 굿을 해주겠다”며 B씨에게 접근했다. 당시 남편의 극단적 선택으로 괴로워하던 B씨는 70만원을 A씨에게 송금했다.

그러자 A씨의 범행은 더욱 대범해졌다. A씨는 “신기가 있다. 이를 막으려면 굿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들이 죽는다”며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에 달하는 굿 대금을 8년 동안 요구했다. 조사결과 A씨는 B씨를 위해 실제 굿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B씨는 이런 A씨의 말에 속아 전통시장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며 모은 부동산 등 재산 대부분을 날렸다. A씨는 사기로 벌어들인 금액 가운데 6억원을 현금으로 자신의 딸들에게 줬고, 딸들은 이 돈으로 각각 아파트 1채를 샀다.

A씨는 조사과정에서 “B씨에게 돈을 받은 것은 맞지만 빌린 돈이고 일부는 갚았기 때문에 32억원을 모두 편취했다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A씨가 B씨의 은행 계좌로 송금해 갚은 금액은 6800만 원뿐이고, 편취한 금액의 대부분은 자신의 생활비나 노후자금 등으로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를 위해 굿을 해주거나 무속인에게 굿을 부탁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음에도 8년이라는 장기간에 걸쳐 불우한 가족사를 이용해 거액을 편취한 점이 인정된다”며 “편취한 돈을 생활비나 자신의 가족을 위해 사용하는 등 범행 경위나 동기도 매우 불량하며 초범이지만 피해자와 그 가족에게 상당한 경제적 피해를 줬고 엄벌을 탄원하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김정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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