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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CD·CP·회사채 금리 떨어지는데… 증권사 빚투 금리는 '요지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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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 91일물 4.03%→3.64% 하락세

빚투 이자는 여전히 상단 10% 수준

올릴땐 민첩하다 내릴땐 인색 지적

최근 빚투 다시 늘어 16조1187억원

아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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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시장이 안정되면서 증권사들이 신용공여 이자율을 산정할 때 기준금리로 사용되는 양도성예금증서(CD)와 기업어음(CP), 회사채 금리가 떨어지고 있지만 '빚투' 금리는 조정되지 않고 있다. 이들이 자체적으로 산정하는 가산금리를 높여 최종 이자율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리 상승기에는 발 빠르게 이자율을 높였던 증권사들이 하락기에는 금리 조정분 반영에 인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7일 CD 91일물 금리는 전일 대비 1bp(1bp=0.01%포인트) 내린 3.64%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2월 기록했던 고점 4.03% 대비 39bp 낮은 수준이다. 직전 고점 대비 금리가 10% 가까이 빠진 것이다. 지난해 초 1.3%였던 CD 91일물 금리는 한국은행의 지속적인 기준금리 인상으로 꾸준히 상승했고 레고랜드 사태로 촉발된 자금시장 불안 등으로 인해 연말에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CP 금리는 전일 대비 3bp 내린 4.62%로 마감했다. 지난해 12월 고점 5.54% 대비 92bp 떨어졌다. 같은 날 AA- 등급 3년물 회사채 금리는 4.364%로 거래를 마쳤다. 레고랜드 사태 여파로 고점을 찍었던 지난해 10월 21일 5.736% 대비 137bp, 비율로는 20% 이상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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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4분기 이후 CD·CP·회사채(AA-) 금리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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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는 통상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산정할 때 CD와 CP, 회사채 금리 중 하나를 기준금리로 사용한다. 최종 이자율은 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결정한다. 이로 인해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국내 증권사들은 발 빠르게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인상해 수익성을 방어해왔다. 기준금리가 오르는 상황에서 인상분을 최종 이자율에 반영하지 않으면 역마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현재 국내 증권사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은 상단 기준 최고 10.2%에 달한다. DB금융투자가 10.2%로 가장 높고 삼성증권과 유안타증권이 10.1%, 신한투자증권이 10.0%, NH투자증권이 9.9%로 뒤를 이었다. 9.8%를 제시하고 있는 증권사는 △KB증권 △SK증권 △대신증권 △메리츠증권 △미래에셋증권 등이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 전에는 신용거래융자 이자율 상단이 8% 초반인 곳도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빚투 이자율이 최대 200bp 가까이 오른 셈이다.

문제는 금리 인상기에는 상승분을 신속하게 이자율에 반영했던 증권사들이 조정에 따른 하락분은 반영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27일 신용거래융자 이자율 상단을 기존과 같은 9.8%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최종 이자율은 기존과 같지만 기준금리는 5.45%에서 5.19%로 떨어졌고 가산금리는 전 구간에서 26bp씩 인상했다. 금리 하락분을 고스란히 수익으로 전환시킨 셈이다. 미래에셋증권은 무보증회사채 AA 1년 수익률을 기준금리로 사용한다.

다른 증권사들도 유사한 행보를 보일 것으로 추정된다. 증시 변동성 확대로 인해 거래대금이 예년 대비 급감하는 등 신규 투자자 유입을 기대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굳이 이자율 조정으로 마진을 낮추면서까지 경쟁할 유인이 작기 때문이다. 또한 이들 증권사가 자사에 자금을 예치한 투자자에게 제공해야 하는 투자자예탁금이용료율 인상에 인색했던 점도 신용거래융자 이자율 인하를 기대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2022년 증시 하락으로 실적 부진을 겪었던 증권사들은 한 푼도 아쉬운 상황"이라며 "지난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꾸준히 이익을 창출했던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낮추려 들 곳은 적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한편 15조원대로 감소했던 국내 증시 신용공여 잔액 규모는 이달 중순을 기점으로 상승세다. 신용공여 잔액은 지난해 말 16조5186억원에서 지난 11일 15조8102억원으로 8거래일 새 7084억원 급감했다. 하지만 다음날인 12일을 기점으로 상승세로 전환돼 지난 18일에는 16조182억원을 기록하며 16조원 선을 탈환했고 26일에는 16조1187억원으로 집계됐다.
아주경제=이재빈 기자 fuego@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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