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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中선 톱5 반도체장비 못쓴다 … 삼성·SK 현지공장 '초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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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이 지난해 6월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ASML 본사에서 차세대 극자외선 노광장비(EUV)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 제공=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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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중국에 대한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에 네덜란드와 일본 정부가 동참하기로 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시장 판도가 달라질 전망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미래 전략에도 복합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번 규제는 지난해 10월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중국에 대한 반도체 장비 규제의 연장선에서 이뤄졌다. 당시 미 상무부는 미국 기업이 18㎚(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 플래시, 핀펫(FinFET) 기술 등을 사용한 로직칩(16㎚ 내지 14㎚)보다 기술 수준이 높은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장비·기술을 중국에 판매하려면 별도로 허가를 받도록 했다.

미국·일본·네덜란드 3국 간 협상으로 미국 기업뿐 아니라 일본과 네덜란드 등 동맹국에 본사를 둔 기업들도 수출 규제에 동참하게 된 것이다. 이로써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스(AMAT), 램리서치, KLA 등 미국 기업뿐 아니라 네덜란드 ASML, 일본 도쿄일렉트론(TEL) 등 글로벌 '톱 5' 반도체 장비 기업이 모두 중국에 첨단 장비를 공급하지 못하게 됐다.

수출이 통제되는 장비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것은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다. 최첨단 장비인 EUV 노광장비는 7㎚, 5㎚, 3㎚ 등 최첨단 반도체 칩에 이용되고 있다. 이 장비는 ASML이 사실상 독점적으로 공급하고 있는데, ASML은 아직까지 이 장비를 중국에 수출한 적이 없다.

눈에 띄는 부분은 EUV 노광장비뿐 아니라 심자외선(DUV) 노광장비 중 액침 노광장비까지 범위를 확대했다는 부분이다. EUV 노광장비보다 이전 세대인 DUV 노광장비는 스마트폰이나 PC 등 범용 반도체 칩을 만드는 데 쓰이는 보편적인 장비다. 중국 파운드리 기업 SMIC는 7㎚ 반도체 칩을 DUV 장비를 이용해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기업 니콘이 개발한 액침 노광장비는 DUV 장비에 해당하지만 5㎚ 반도체 칩 생산도 가능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이 액침 노광장비를 수출 규제 항목에 포함한 것은 사실상 7㎚ 이하 초미세 공정에 대한 진입을 차단하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 같은 제재 효과가 반영되면 중국은 현재 생산되는 반도체 칩 외에 차세대 반도체 칩 생산을 위한 장비에 대한 접근이 대부분 막히게 된다. 삼성전자, TSMC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지난해 3㎚ 이하 공정에서 양산을 시작했으며, 2025년 전후에 2㎚ 양산을 시작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시간이 지나면서 중국 기업들이 경쟁에서 뒤처질 것인 만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1990년대 미국과 일본의 반도체 마찰이 국내 기업에 반사이익으로 작용했던 것도 사실"이라며 "YMTC 등 중국 반도체 기업이 빠른 속도로 한국 반도체를 추격해온 상황에서 한숨 돌리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파운드리 1위 기업 TSMC가 더 이상 중국 기업들을 '테스트베드'로 활용할 수 없다는 점 역시 삼성전자 등 한국 기업에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TSMC는 새로운 공정을 개발하면 중국 주요 협력 기업들과 함께 테스트를 진행하곤 했지만, 미국 제재가 시작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하지만 중국이 한국 반도체 수출에서 60% 이상을 차지하고,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중국 내 공장 운영에도 제한 요인이 발생할 수 있어 부정적인 영향 또한 클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 시각이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과 쑤저우에서 각각 낸드플래시 생산 공장과 반도체 후공정(패키징) 공장을, SK하이닉스는 우시 D램 공장·충칭 후공정 공장과 인텔에서 인수한 다롄 낸드 공장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 10월 미 상무부의 대중 반도체 수출 제한 조치가 발표된 이후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심각한 타격을 입지 않았다.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현지 공장에 대해서는 1년 동안 미국 정부에 허가를 신청하지 않고도 장비를 수입하도록 유예 조치를 적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1년간 제공됐던 이 같은 유예 조치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는 예상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일본과 네덜란드 정부가 자국 기업의 출혈을 감수하면서까지 미국의 대중 압박에 동참한 부분 또한 한국 정부에 부담이 될 수 있다. 만약 추가적인 장비 반입이 어려워지는 시점이 온다면 중국 내 반도체 생산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최대 시장인 중국을 놓치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제재가 중국 정부 입장에서 '반도체 독립'을 가속화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반도체가 글로벌 패권 경쟁에서 필수적인 요소로 꼽히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 막대한 지원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중국은 1조위안(약 183조원) 규모에 달하는 반도체 지원법을 준비 중이다.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 역시 "중국이 반도체 장비를 구할 수 없다면 스스로 개발할 것"이라고 최근 인터뷰에서 밝히기도 했다.

[최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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