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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1·3대책 이후 급매물은 팔리는데…매도·매수 '눈치싸움' 극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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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단지들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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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이 호가를 낮춘 급매물만 조금씩 팔려요.”(서울 마포구 공인중개사)

“거래가 성사되고 가격도 다시 오릅니다.”(서울 송파구 공인중개사)

대대적인 부동산 규제 완화책이 담긴 ‘1·3 대책’ 이후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이 미세하게 변화하고 있다. 매수 문의가 늘면서 급매물을 중심으로 거래도 소폭 늘고 있다. 하지만 거래가 체결되는 가격 양상은 지역별로 다르다. 이른바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과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등 대부분의 지역은 실거래가가 여전히 하락세다. 반면 강남권 등 일부 지역은 조금씩 오른 값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바닥을 말하기엔 이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1·3 대책 이후 가장 눈에 띄는 현상은 ‘거래 증가’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거래량(신고일 기준)은 지난해 10월 559건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뒤 3개월 연속 증가세다. 이달 거래량은 428건으로 전월(828건)의 절반을 넘었다. 신고 기한이 한 달가량 남은 점을 고려하면 12월 거래량을 웃돌 것이란 전망이 많다. 강동구 상일동 고덕롯데캐슬베네루체는 지난해 12월엔 거래가 한 건도 없었지만, 이달 들어선 4건 거래됐다. 같은 기간 송파구 잠실동 트리지움(3→6건)과 노원구 월계동 미륭·미성·삼호3차(3→8건)도 거래가 늘었다. 잠실동에서 영업 중인 한 공인중개사는 “이달 들어 확실히 거래가 늘었는데 아직 신고를 안 한 경우가 많아 통계로는 안 잡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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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집값 하락 폭도 줄었다. 한국부동산원 조사 결과 지난 23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31% 하락해 1·3 대책 이후 낙폭이 3주 연속 축소됐다. 이 기간 서초구(-0.33%)와 강남구(-0.56%) 등 강남 3구의 하락 폭이 비교적 작았고, 강서구(-1.9%)와 도봉구(-1.57%), 노원구(-1.39%) 등은 1~2% 하락했다.

개별 단지별로는 분위기 차이가 크다. 강북권이나 도심권에선 이전 거래가격보다 낮은 값에 팔리는 단지가 많다.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84㎡(이하 전용면적)는 지난 25일 15억5000만원에 팔렸다. 직전에 거래된 지난해 7월(18억1000만원)보다 2억6000만원 낮은 금액이다.

반면 아직 규제지역으로 묶인 강남권에선 거래가격이 오른다. 지난해 10월 28억5000만원에 팔렸던 송파구 트리지움 149㎡는 지난 20일 34억원에 거래됐다. 서초구 서초동 롯데캐슬클래식 84㎡도 지난달 말 19억4000만원짜리 매물이 소화된 뒤 이달 중순 20억4000만원에 손바뀜됐다.

잠실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1월 들어 급매물이 거의 소진되면서 매도 호가가 바닥을 찍고 올라가고 있다”며 “집값이 떨어질 만큼 떨어졌다는 인식이 생긴 데다, 15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대출 규제가 풀린 것이 매수심리에 도움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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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하지만 시장 분위기가 반전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매수·매도자 간 ‘눈치싸움’이 극심해 거래가 확 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가격 조정을 덜 받은 곳에서 두드러진다. 광진구 광장동 광장힐스테이트 84㎡는 2021년 10월 21억1000만원에 팔린 뒤 1년이 넘도록 거래가 없다. 현재 호가는 19억~21억원이지만, 매수 희망자는 17억원대 매물을 찾는다.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는 “매수자는 집값이 내려가길 기다리고 매도자는 규제 완화를 호재로 보고 호가를 내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집주인과 집을 살 사람들이 ‘동상이몽’에 빠져 있다”며 “급매물을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질 수 있지만 상승세로의 반전이 아닌 매물 소화과정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당분간 고금리 부담과 경기 위축 우려가 크기 때문에 주택 거래나 가격 모두 본격적인 회복세로 이어지긴 어렵다”고 전망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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