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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경찰의 흑인 구타’ 영상 공개…美사회 충격에 빠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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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멤피스=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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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테네시주 멤피스 경찰들이 흑인 운전자를 무차별 폭행해 숨지게 한 영상이 공개되자 미 사회가 충격에 빠졌다. 멤피스 경찰은 가해 경찰 5명을 파면하고 이들이 소속된 특수조직 ‘전갈(스콜피온) 부대’를 해체하겠다고 밝혔다.

멤피스시는 경찰 몸에 부착한 촬영기기 보디캠과 인근 폐쇄회로(CC)TV에 7일 사건 당시 녹화된 구타 영상을 27일 온라인에 공개했다. 가해 경찰들이 2급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지 하루 만이다.

총 67분 분량 4개 영상에는 교통단속을 하던 흑인 경찰 5명이 피해 자 타이어 니컬스(29)가 난폭운전을 했다며 운전석에서 끌어내 무차별 구타하는 장면이 담겨있다. 영상에서 니컬스는 “나는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 “집에 가는 길이었다”고 말했지만 경찰들은 니컬스를 위협적으로 차에서 끌어내 욕설을 하며 바닥에 눕힌 뒤 최루액을 뿌렸다. 니컬스가 도망치자 경찰들은 전기충격기를 손에 들고 뒤쫓아가 붙잡은 뒤 곤봉과 주먹, 발로 폭행했다. 니컬스는 “엄마”를 외치며 비명을 질렀지만 심하게 저항하지는 못했다.

이후 니컬스는 피를 흘리며 길바닥에 방치돼 있다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사흘 만에 신부전에 이은 심장마비로 숨졌다. 유족이 의뢰한 부검을 마친 병원 측은 “심각한 구타로 광범위한 출혈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세를린 데이비스 멤피스 경찰서장은 28일 전갈부대 해체를 전격 결정했다. 전갈부대는 2021년 이른바 ‘범죄와의 전쟁’을 위해 꾸린 우범지역 전담 조직이다. 앞서 데이비스 서장은 26일 CNN방송에서 전갈부대가 “훌륭한 성과를 내왔다”고 주장한 바 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데이비스 서장은 “(가해) 경찰들 행동은 악랄하고 난폭했으며 비인간적이었다”고 인정하며 “니컬스가 난폭운전을 했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멤피스 지역 시민활동가 키드런 프랭클린은 NBC방송에 “전갈부대는 (경찰이 아니라) 작은 갱단”이라고 비판했다.

영상 공개 후 멤피스를 비롯해 미 주요 도시에서는 경찰 폭력에 항의하는 시위가 잇달았다. 일부는 폭력 시위로 번졌다. 멤피스에서는 “정의 없이 평화 없다” 같은 구호를 외치는 시위대가 한때 고속도로 일부 구간을 점거하기도 했다. 뉴욕 워싱턴 보스턴 도심에서도 시위대가 거리로 몰려 나왔다. NBC방송은 27일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발생한 폭력 시위 관련 시민 3명이 체포됐다고 전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고 “격분했다”며 강력한 조사를 지시하면서도 시위대에게 평화 시위를 당부했다.

2014년 비무장 흑인이 백인 경찰 총에 맞아 숨진 뒤 경찰 폭력을 막으려 도입된 보디캠에 대한 회의론도 나오고 있다. 당시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경찰에 보디캠 5만대 분 예산 7500만 달러(약 926억 원)를 지원했지만 워싱턴포스트(WP)는 경찰 총격으로 숨진 사람이 2016년 958명에서 지난해 1096명으로 되레 늘었다고 보도했다.

홍정수기자 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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