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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검찰-이재명, 소환부터 조사까지 유례없는 '기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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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2회・9시 반 출석" 李 "1회・10시 반 출석"
조사실서도 신경전... 李 "고의 지연" 항의하자
檢 "사실 무근… 조사할 게 많아" 이례적 반박
한국일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특혜 의혹 사건 관련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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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사업 특혜 의혹의 피의자로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조사 시작부터 종료 시점까지 검찰과 팽팽한 기싸움을 벌였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3부(부장 엄희준·강백신)는 이날 오전 10시 30분쯤부터 이 대표를 공직자의이해충돌방지법(옛 부패방지법) 위반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조사했다. 신문에만 9시간 이상이 걸렸으며, 이 대표의 신문조서 열람 시간까지 더하면 12시간 30분가량 진행된 장시간의 조사였다.

양측 신경전은 출석 시간을 정하는 문제부터 시작됐다. 검찰은 지난 16일 이 대표에게 출석을 통보하며 △최소 2번의 소환조사 △오전 9시 30분 출석을 요구했지만 이 대표 측은 △1회 조사 △오전 10시 30분 출석 입장을 고수했다. 검찰은 조사 당일까지 오전 9시 30분 출석을 기대했지만, 이 대표는 오전 10시 20분쯤 서울중앙지검 서쪽 도로에 모습을 드러낸 뒤 자신이 밝힌 오전 10시 30분에 조사실로 향했다. 검찰은 "거듭된 요구에도 지각 출석했다"며 이 대표에게 날을 세웠다.

이 대표는 포토라인을 검찰과 윤석열 대통령을 향한 공세의 장으로 이용했다. 청사 1층 포토라인에 홀로 선 그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A4 용지 한 장 분량의 입장문을 읽으며, 윤 대통령을 '윤석열 검사'라고 불렀다. 그는 "이 나라가 검사에 의한, 검사를 위한, 검사의 나라가 돼가고 있다"며 "검찰 주장이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 객관적 진실이 무엇인지 충분히 알 수 있을 것"이라고 검찰을 비난했다.

이 대표 의지에 따라 오전 10시 30분 차담(티타임) 없이 시작된 검찰 신문은 반부패1・3부 부부장급 검사 주도로 진행됐다. 이 대표 측에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아내 정경심씨 변호를 맡았던 법무법인 가로수의 김필성 변호사가 입회했다.

양측의 기싸움은 조사실에서도 펼쳐졌다. 이 대표는 대부분의 질문에 구체적 답변 대신 미리 준비해온 33쪽 분량의 서면 진술서로 갈음하며 사실상의 '묵비권'을 행사했다. 오후 조사 도중에는 "검찰이 반복적 질의와 자료를 제시해 고의로 조사를 지연하고 있다"며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그러자 이례적으로 반박 입장문을 냈다. 검찰은 "수사팀은 조사를 지연한 사실이 전혀 없다. 장기간 진행된 사업의 비리 의혹 사건으로 조사 범위와 분량이 상당히 많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한국일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특혜 의혹 사건 관련 검찰 조사를 마치고 나서 차량에 타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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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10시 53분쯤 조사를 마치고 나온 이 대표는 출석 때와는 달리 굳은 표정으로 취재진 앞에 섰다. 그는 "진실을 발견하기 위한 조사가 아니라 기소를 목표로 조작을 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윤석열 검사 독재정권의 검찰답게 수사가 아닌 정치를 한다"며 검찰을 향한 독설을 멈추지 않았다.

양측 신경전은 장외로도 번졌다. 서울중앙지검 서쪽 왕복 8차선 반포대로에선 이 대표 지지자와 보수 성향 시민단체들의 맞불집회가 이날 오전 8시부터 자정 무렵까지 16시간 동안 이어졌다. 양측은 도로 양편에서 대형 스피커를 동원해 "이재명 힘내라" "검찰 힘내라" 등을 외쳤다. 한때 1,000여 명의 이 대표 지지자가 몰리며 일대 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강지수 기자 s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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