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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ESG 최하등급 상장사 17배 폭증···"기업현실 고려 안해" 아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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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다로워진 ESG 평가기준

KCGS, 이사회의 경영 역할 강조

코스피 상장사 D등급 12곳 → 256곳

주주행동마저 강화···기업 골머리

"불투명한 기준에 추세 못따라가"

"요구 많아지는건 불가피" 의견도

국내 기업들을 향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대표적인 국내 ESG 평가 기관인 한국ESG기준원(KCGS)이 지난해 말 ESG 평가 기준을 강화하면서 최하 등급인 D등급을 받은 코스피 상장사가 무더기로 급증한 가운데 올해는 다른 기관까지 갈수록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 지배구조 개편 및 주주 환원 강화를 요구하는 행동주의 펀드와 소액주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기업들의 고민이 커져가는 모양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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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사 10곳 중 7곳 ESG 개선 노력 要”···KCGS의 일침=지난해 말 KCGS가 발표한 2022년 정기 ESG 통합 등급 평가 결과 최하 등급인 D등급을 받은 상장사는 총 342곳으로 집계됐다. 2021년 20곳에서 17배가량 증가한 규모다. 코스피 상장사는 12곳에서 256곳으로 20배 급증했으며 코스닥 역시 8곳에서 86곳으로 10배 넘게 증가했다. KCGS는 B+를 기준으로 ESG 수준이 양호한지, 취약한지를 판단하는데 B+ 이상 기업 비율은 2021년 36.9%에서 지난해 27.1%로 크게 줄었다.

ESG 등급이 무더기 하향된 이유는 KCGS의 평가 기준 강화다. KCGS는 2022년 등급 평가에서 글로벌 동향을 반영하는 것과 동시에 ESG 경영에 대한 이사회의 역할을 강조하는 쪽으로 기준을 강화했다. 실무진 중심의 ESG 경영이 종전까지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면 의사 결정권을 가진 이사회 및 최고경영진이 얼마나 ESG 경영을 위해 노력하는지가 이번 평가에 반영된 것이다. KCGS 관계자는 “그간 제도만 갖춰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면 운영뿐 아니라 성과까지도 평가에 반영하게 되면서 전반적인 등급 하향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민간 연구기관인 경제개혁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코스피 상장사 792곳 중 ESG 관련 소위원회를 이사회 산하에 설치한 곳은 188곳(23.74%)에 그쳤다.

KCGS는 매년 코스피 상장사 700여 곳과 코스닥 상장사 200여 곳에 대한 ESG 정기 평가를 진행한다. KCGS는 지속가능발전소와 함께 국내 대표 ESG 평가 기관으로 꼽힌다. 1년에 한 번 정기 평가를 진행한 뒤 10~11월 통합 등급이 부여된다. KCGS가 부여한 ESG 평가 등급은 한국거래소의 ESG 지수 상품에 활용된다. 2020년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ESG 투자를 천명한 뒤 기관투자가들이 투자에 ESG 등급을 반영하는 추세가 강화되고 있다.

◇모호한 기준에 거세지는 요구···고민 깊어지는 기업들=실무진 중심의 표면적인 ESG 경영이 난무했다는 점은 KCGS의 기준 강화가 설득력을 얻는 부분이다. 하지만 기업들은 통일되지 않고 불투명한 기준으로 현재 추세를 따라가기 버겁다는 입장이다. ESG 공시 등 구체적인 기준이 정립되지 않는 상황에서 무차별적으로 기업의 활동을 옥죈다는 것이다. 해외 협력사들이나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기업들에 일정 수준 이상의 ESG 등급을 요구하고 있어 모른 척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한국거래소 등 여러 기관의 협찬으로 운영되는 KCGS가 투명하지 않은 기준으로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기업들은 ESG 등급을 평판 측면에서라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지만 정작 평가 기관들은 평가 기준이 지식재산권(IP)이라면서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짚었다.

실제 KCGS의 평가에 이의 제기를 한 기업이 속출했다. KCGS는 7~8월까지 1차 정량 평가를 마친 뒤 그 결과를 토대로 기업과 직접 피드백 절차를 진행한다. 2020년 피드백에 참여한 기업들의 비중은 20~30%에 머물렀지만 지난해에는 평가 대상 기업 중 49.4%가 피드백에 참여했다.

◇ESG 압박에 들불처럼 번지는 주주 행동도···독일까, 약일까=국내 기업들의 ESG 관련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는 모습이다. KCGS의 기준 강화뿐 아니라 주주 행동마저 강화되고 있어서다. 3월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국내 대표 행동주의 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가 7대 금융 지주사를 상대로 주주 행동에 나서고 있을 뿐 아니라 소액주주들마저도 주총에서 표 대결을 예고하는 등 주주 행동은 들불처럼 번져나가고 있다.

기업의 경영 체질 개선에 대한 목소리는 높아지고 있지만 구체적인 의견은 갈리는 모습이다. 먼저 기업들에 대한 요구가 탁상공론이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현재 경기 상황에서 기업들이 처한 환경에 대한 고려 없이 이상적인 요구만 빗발친다는 것이다. 다만 동시에 기업들에 대한 요구 수준이 높아지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KCGS 관계자는 “평가 기준이 자꾸 변경되고 강화되는 것이 기업들에 부담이 된다는 것은 알지만 이런 과정을 거쳐서 업계 전반적으로 한 단계 경영 문화가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심기문 기자 do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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