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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A4용지 150여쪽 질문 쏟아낸 검찰, 33쪽 진술서로 혐의 전면 부인한 이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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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대장동·위례 개발특혜’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마치고 청사를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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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비리 의혹 피의자로 지난 28일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받는 혐의는 배임, 이해충돌방지법·부패방지법 위반, 부정처사 후 수뢰, 정치자금법 위반 등 크게 5가지다. 검찰은 12시간30분 가량 진행된 조사에서 A4용지 150여쪽 분량의 질문을 쏟아냈고, 이 대표는 33쪽 분량의 진술서를 토대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검찰은 2010년 성남시장에 당선된 이 대표가 ‘1공단 공원화’ 공약을 위해 민간업자들과 유착 관계를 형성했다고 본다. 이들에게 유리하게 대장동 사업을 진행하는 대신 1공단 공원화 비용을 부담토록 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대장동 민간사업자를 공모하기 1년 전인 2014년 민간업자들이 서판교 터널 개통, 공동주택 부지 용적률 상향, 임대주택 비율 축소 등을 요구했고, 이 대표가 이를 받아들였다고 본다.

검찰은 대장동 개발이 민관합동 사업으로 본격 추진된 2015년 공모지침서에 민간사업자의 초과이익을 환수하는 조항을 뺀 것, 건설사를 사업자에게 배제한 것도 이 대표가 승인했다고 판단한다. 그 결과 지분 50%를 가진 성남도시개발공사는 확정이익 1822억원만 가져간 반면 지분 7%에 불과한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 등 민간업자들은 총 7886억원에 달하는 수익을 챙겼다는 것이다. 검찰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이 공사 내부 비밀을 유출해 민간업자들에게 특혜를 준 것도 최종 결재권자인 이 대표가 승인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 대표는 진술서에서 “성남시는 대장동 개발 사업으로 총 5503억원을 환수했으며, 민간업자들에게 사업비용 1120억원을 추가 부담시켰다”고 반박했다. 대장동 사업을 통해 거액을 공적으로 환수했고, 최대한 환수하려고 노력했다는 취지이다. 초과이익 환수 대신 확정이익 취득 방식을 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행정기관 특성상 영리가 아닌 안정성을 추구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대장동 개발을 민관합동 방식으로 진행한 건 민간업자들의 요구 때문이 아니라 성남시의회 내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의 반대 때문이었다고 했다. 당초 대장동 사업을 공공개발 방식으로 추진했으나 새누리당 의원들 반대로 무산됐다는 것이다. 이후 민관합동 개발 방식으로 바꿔 개발이익을 일부나마 환수했다는 게 이 대표 측 주장이다. 이 대표는 개발 사업 내부 정보가 새나간 것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고 했다.

검찰은 이 대표가 사업 편의를 제공한 대가로 대장동 사업자인 김만배씨로부터 ‘천화동인 1호’ 지분 절반을 약속받았다고 본다. 유 전 본부장,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김씨로부터 천화동인 1호 지분 24.5%(배당금 428억원)를 약속받았고, 이 대표가 이를 승인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진술서에서 “천화동인 1호의 지분은 김씨와 유 전 본부장의 것”이라고 반박했다. 자신(이 대표)의 돈이라면 김씨가 마음대로 쓸 수 있었겠냐고 했다.

정진상 전 실장과 김용 전 부원장이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이 대표의 선거자금 명목으로 받았다는 돈이 이 대표에게 흘러갔는지도 쟁점이다. 검찰은 정 전 실장이 성남시 정책비서관·경기도 정책실장이던 2013∼2020년 선거자금 명목으로 2억4000만원을, 김 전 부원장이 2021년 대선자금 명목으로 8억4700만원을 받았다고 본다. 정 전 실장과 김 전 부원장은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선거자금 명목으로 돈을 받은 사실 자체가 없다고 주장한다. 이 대표는 진술서에서 이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검찰은 이 대표의 혐의를 뒷받침하는 주된 근거로 민간업자들 진술을 들지만 대장동 재판에서 이들의 진술은 엇갈렸다. 남욱 변호사, 유 전 본부장, 정영학 회계사 등은 ‘대장동 사업의 최종 윗선은 이 대표’라는 큰 틀에선 의견이 일치하지만 이 대표의 개입 정도와 의도에 대해선 진술에 차이가 있다. 유 전 본부장과 남 변호사는 천화동인 1호 지분 24.5%가 이 대표와 그의 측근들의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김만배씨는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한다. 검찰이 ‘전언’ 이상의 직접 진술이나 물증을 확보했는지가관건으로 보인다.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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