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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콧대 높던 벤처, 몸값 떨어졌네”…인수자금 쌓는 대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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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기업 현금 확보에 사활
SK(주)·LG·포스코·한화 등
고금리에도 자금 조달 서둘러
소재·그린 등 신사업에 투자


매일경제

LG에너지솔루션 [사진출처 = 연합뉴스]


고금리에도 불구하고 실탄을 쌓는 기업이 늘고 있다.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2%를 밑돌 거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경기가 어려운 때 ‘옥석 가리기’를 통해 좋은 기업에 투자하거나 새로운 사업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29일 재계와 금융투자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 자금 시장이 위축된 이후에도 3~4%대 금리에 자금 조달을 꾸준히 진행하는 기업이 줄을 잇고 있다. 이들 기업이 자금을 모으는 가장 큰 이유로는 기업 인수·합병(M&A)을 위한 실탄 마련과 벤처 투자가 꼽힌다.

벤처 투자를 위해 자금을 조달한 대표적인 곳은 SK(주)다. 투자회사로 변모한 SK(주)는 지난해 말 최장 5년 만기, 연 5.45~5.49%의 금리로 29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SK(주) 관계자는 “금리 인상과 경기 위축으로 금리가 올랐지만 올해가 좋은 기업 매물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투자할 적기로 보고 있다”며 “이를 위해 선제적으로 회사채를 발행했다”고 말했다. SK(주)는 첨단소재와 그린, 바이오, 디지털 분야 기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금리 인상이 본격화된 지난해 하반기부터 유망 스타트업의 기업가치가 곤두박질치고 있다”며 “실적이 없는 기업은 물론이고 실적이 있는 기업의 평가도 떨어지면서 지금이 ‘옥석 가리기’를 위한 시기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도 지난해 4분기 이후 최근까지 55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다섯 차례에 걸쳐 연 4.02~5.73%의 금리로 자금을 조달한 것이다. 좋은 기업 지분을 합리적인 가격에 사들일 수 있다면 연 4~5%의 고금리를 주더라도 자금을 조달할 만하다는 판단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강화하고 콘텐츠 제작사에 지분을 투자하기 위한 목적의 자금”이라며 “메타버스나 로봇 같은 미래 먹거리 분야에도 투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주력 사업의 확장을 위해 투자를 서두르는 기업들도 회사채 시장서 자금 조달을 이어가고 있다. LG화학은 지난 27일 80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만기는 2·3·5년으로 금리는 연 3.73~3.81%로 수준이다. 시장금리 대비 1%포인트 이상 낮은 수준이다. LG화학은 이 가운데 5800억원은 만기가 도래한 기존 채권의 상환에 쓰고, 남은 금액과 보유 현금은 미국 테네시주 양극재 공장 등에 투자할 계획이다.

재계 관계자는 “반도체 등 주요 기업들 경기가 나쁘지만 배터리만은 예외”라며 “배터리 기업이 소재인 양극재와 음극재 등을 만드는 기업들에 대해서도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설비투자를 전년 4조3000억원 대비 50% 이상 늘리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케미칼도 GM과 합작해 캐나다 퀘벡에 추진 중인 양극재 공장 등에 투자를 이어갈 계획이다.

올해 초부터 자금 시장의 조달 여건이 개선된 점도 투자 기회를 노리는 기업들에게는 긍정적이다. SK지오센트릭은 이달 2000억원 규모로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1조원이 넘는 주문을 받았다. 이에 따라 발행 규모를 3000억원으로 늘렸다. 금리도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연 4.17~4.54%에 형성됐다. GS에너지도 2500억원을 연 3.9~4.09% 금리에 조달하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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