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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르포]마스크 의무 해제 첫날…지하철역서 마스크 쓰고 '눈치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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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10월 의무화 이후 27개월만

의무 해제됐지만…"썼다 벗었다 귀찮다"

병원·대중교통에선 착용 의무 유지

"아직 변이 위험성 존재한다"

아시아경제

일부 시설을 제외하고 실내마스크 착용이 의무에서 권고로 전환된 30일 서울 서대문구 지하철2호선 신촌역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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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명도 없는데요?"

서울역 지하철역에서 노점을 운영하는 고주영씨(가명·67)는 30일 아침 호기심을 가득 안고 출근길에 올랐다. 지하철역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마스크를 벗고 있을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마스크를 벗고 지하철을 기다리는 사람은 없었다. 다들 마스크를 쓴 채로 지하철을 기다렸다가 문이 열리면 올라탔다. 지하철에서 내린 사람은 밖으로 나서는 출구로 갈 때까지 계속해서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이씨는 "몇 명이나 마스크를 벗고 지하철을 기다릴지 궁금했는데 아직 사람들이 눈치를 보는 듯하다"며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된 것도 아닌데 눈치 보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30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부터 마스크 착용 의무는 해제됐다. 대중교통과 병원 등 일부 시설을 제외하곤 실내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 2020년 10월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한 이후로 27개월 만에 사라진 방역조치다. 지하철역이나 기차역, 버스정류장, 공항 등 대중교통을 기다리는 장소 역시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대상이다. 방역당국은 코로나19 겨울철 재유행이 정점을 지났고 위중증·사망자 발생도 안정세에 접어들어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환기가 어려운 밀폐·밀집·밀접 공간에 있거나 다수가 밀집하면서도 함성과 대화 등으로 비말 생성행위가 많을 경우엔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고 강력 권고했다.

마스크 착용 의무는 해제됐지만 사람들은 아직 받아들이지 못했다. 어차피 대중교통에서 써야 하고 마스크 착용이 크게 불편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되는 길거리나 서울역 기차역 내에서 사람들 대부분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일부 사람들은 마스크를 벗고 전화 통화했지만 행인들의 시선을 받곤 했다. 서울 지하철 불광역에서 김영한씨(80)는 "평상시와 다를 바 없고 날씨도 추우니까 따로 마스크를 벗을 생각하지 않았다"며 "썼다가 벗었다가 하는 것도 귀찮다"고 말했다.

아직 마스크를 벗기가 눈치 보인다는 호소도 있었다. 코로나19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기에 혹시라도 다른 사람에게 병을 옮길까봐 우려되기 때문이다. 지난 22일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9227명으로 1만명 아래로 떨어졌지만 3일 만에 다시 3만5096명까지 늘었다. 직장인 이유민씨(29)는 "실내에서 꼭 마스크를 벗어야겠다고 다짐하면서 출근했지만 사무실에 모든 사람이 마스크를 쓰고 있어 포기했다"며 "마스크를 벗으려면 다짐까지 필요하다는 것 자체가 아직 사람들이 정책을 받아들이지 못한 근거"라고 설명했다.

마스크 쉽사리 벗지 못하는 사람들…병원·약국선 혼선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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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전 7시46분께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야외에서 마스크로 입만 가렸던 내원객들도 지상 출입문 앞에서 마스크를 고쳐 쓰는 등 대부분은 마스크를 철저히 착용하고 병원으로 들어왔다./사진=황서율 기자 chest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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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마스크 착용 전면 해제가 아니라 일부 공간에선 써야 하는데 사람들이 숙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세브란스병원에서 일부 환자들은 턱까지 마스크를 내리고 대화하는 등 제대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병원 내에선 "마스크 착용을 의무하고 있습니다. 특히 진료실과 병실에선 마스크 착용을 부탁드립니다" 등 안내 방송이 이어졌다. 개인병원 간호사 이모씨(32)는 "아직까지 마스크 미착용으로 크게 문제 되지는 않았다"면서도 "다른 실내에선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돼 혼선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복합시설에 위치한 약국도 마찬가지다. 마트나 기차역 등에선 마스크를 벗을 수 있지만 건물 내에 위치한 약국을 방문할 땐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서울역 역사 내에 위치한 약국 관계자 김모씨(37)는 "갈수록 마스크를 벗는 사람이 늘어난다면 일일이 마스크 착용을 안내하는 등 혼선이 우려된다"며 "실내에서 마스크를 계속 쓰는 사람이 유지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변이 발생 가능성이 있는 만큼 시민들이 아직 코로나19를 경계하는 중이라고 해석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마스크 착용 의무는 없어졌지만 시민들은 권고사항에 더욱 무게를 둔 것"이라며 "중국발 입국 규제로 변이 바이러스 감염 현황을 관리하고 있지만 여전히 위험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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