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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혈세’ 5억짜리 괴산 가마솥 “꼼짝마…초라한 몰락 보여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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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충북 괴산군이 5억원을 투입해 제작한 대형 가마솥. [연합]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충북 괴산군이 5억원의 국민성금을 들여 만든 ‘초대형 가마솥’이 애물단지 신세로 전락한 가운데, 김영환 충북지사가 공개적으로 이전하지 말자는 뜻을 밝혔다.

김영환 충북지사는 26일 페이스북에 “괴산의 초대형 가마솥은 그 자리에 영구보존해야 한다”는 글을 올려 이같이 밝혔다. 김 지사는 “팥죽은 물론 쇠죽도 끓일 수 없는 기네스북 도전 실패의 가마솥은 처량한 신세로 세월을 낚고 있다”며 “우리에게 예산의 거대한 낭비와 허위의식의 초라한 몰락을 보여준다”고 적었다.

문제의 가마솥은 괴산읍 고추유통센터 광장에 있는 지름 5.68m, 높이 2.2m, 둘레 17.8m, 두께 5㎝의 국내 최대 규모다. 지난 2003년 김문배 전 군수가 군민 화합을 도모한다는 취지로 제안했고, 2년의 제작 기간을 거쳐 2005년 완성됐다.

군 예산과 주민들의 성금 2억3000만원까지 제작비로 총 5억원을 썼다. 들어간 주재료인 주철만 43.5톤에 달하고, 일부 주민들은 솥 제작을 위해 갖고 있던 고철까지 기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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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괴산군이 5억원을 투입해 제작한 대형 가마솥.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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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된 가마솥은 ‘세계 최대’ 크기를 내세워 기네스북에 도전했지만, 이보다 더 큰 호주 질그릇에 밀려 등재에 실패했다.

이후 군은 가마솥 활용 방안으로 밥 짓기, 옥수수 삶기, 팥죽 끓이기 등 이벤트를 진행했지만 가마솥 바닥이 두꺼워 실사용이 불가했다. 산발적 이벤트 역시 2007년부터는 맥이 끊겼다. 가마솥을 관광명소인 ‘산막이옛길’ 입구로 옮기는 방안도 제기 됐지만, 6~7㎞ 운반에만 2억 원이 들어 ‘배만큼 큰 배꼽’이란 비판이 나왔다.

이에 김 충북지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한때 동양 최대, 세계 최고를 좋아하던 낡은 사고와 성과주의가 어떤 초라한 결과를 보여주는지 징비(懲毖·지난 잘못을 경계하여 삼감)의 설치미술로 그 자리에서 한 발자국도 옮겨서는 안 된다. 꼼짝 마라”라며 “괴산의 거대한 가마솥은 우리의 실패학 교과서의 빼놓아서는 안 될 메뉴가 됐다”고 적었다.

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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