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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세계 최대 명품 그룹 회장, 韓면세점 우회 비판 "끔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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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비통·디올 보유 LVMH 베르나르 아르노

실적발표서 "수익 위해 中리셀러 의존 거부"

한국·따이궁 표현X "韓시장 언급한 것" 해석

'따이궁에 점령' 시내 면세점 세 곳 이미 철수

"돈들어도 브랜드에 옳은 결정" 방침강화 시사

면세점들 '脫중국' 글로벌 시장 뚫기 본격화에

'엔데믹 훈풍' 이달 마감 인천공항 입찰 열올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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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이미지에 그것만큼 나쁜 것도 없습니다. 끔찍합니다.”

세계 최대 럭셔리 그룹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사진)이 한국 등지에서 명품을 대량으로 구매해 중국 현지에서 재판매(리셀)하는 ‘따이궁(중국 보따리상)’과 이들에 의존해 수익을 늘려 온 한국 면세업계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명품으로서의 가치와 브랜드 자본을 지키기 위해 따이궁을 통한 제품 유통을 철저히 거부하겠다는 방침도 재확인했다. LVMH 뿐 아니라 다른 명품 브랜드들의 입장도 유사한 상황이어서 한국 면세업계의 고심이 깊다.

아르노 회장은 지난 2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22년도 실적 발표회’에서 “일부 거래처(peer)들은 펜데믹에 많은 매출을 창출하고자 ‘해외에서 제품을 구매한 뒤 이를 중국에서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는 리셀러’에게 물건을 파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며 이 같은 유통 방식을 거부하고, 이에 맞서 싸우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LVMH가 보유한 대표 브랜드 ‘루이비통’의 경우 최근 몇 년간 중국 현지 시장에 면세품을 통해 엄청난 물량의 제품이 쏟아졌고, 이는 브랜드 가치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지적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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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노 회장의 이날 발언에는 ‘따이궁’이나 ‘한국’이란 표현이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오랜 시간 따이궁에 매출 상당 부분을 의존해 온 한국 면세점 시장을 겨냥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영국 면세 전문지 무디리포트는 이 발언을 소개하며 ‘따이궁에 전적으로 기대 온 한국 면세점 시장을 명확하게 언급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국내 면세점들은 그동안 점유율 확대를 위해 높은 수수료를 줘가며 따이궁 유치에 열을 올렸다. 코로나 19와 중국 관광객 발길이 끊기자 따이궁 수수료는 더 불어났고, 이는 업계의 수익성 악화 요인이 됐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2019년 24조 8586억 원에 달하던 한국 면세점 매출은 지난해 17조 8164억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루이비통은 중국 보따리상에 점령당한 국내 면세점들이 자사 브랜드 가치를 떨어뜨린다며 지난해 대대적인 시내 면세점 매장 정리를 시사, 부산롯데·제주롯데·제주신라에서 잇따라 철수했고, 앞으로는 공항 면세점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이 핵심 시장이긴 하나 ‘싼값에 대량으로 풀린 루이비통’은 명품의 매력을 깎아 먹을 뿐이라는 게 아르노 회장의 판단이다. 그룹의 최고재무책임자 장 자크 귀오니도 “브랜드 가치를 보호하기 위해 전 세계 여행 소매에 있어 병행 채널을 통한 유통을 의도적으로 배제했다”며 “비용이 많이 드는 결정이지만, 시간이 지나도 우리의 매력을 유지할 수 있는 올바른 결정”이라고 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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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MH는 지난해 매출 792억 유로, 순이익 141억 유로로 최고 실적을 기록했는데 유럽(35%)과 일본(31%), 미국(15%)의 매출이 전년 대비 높은 신장률을 기록한 데 반해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는 0%를 기록했다. 중국 봉쇄와 따이궁 방지 조치 등이 영향을 미쳤다. 중국 부진으로 훼손된 수익성은 그러나 유럽과 일본, 미국이 상쇄해 루이비통은 사상 처음 연 매출이 200억 유로를 돌파했다. 글로벌 엔데믹 흐름 속에 중국의 여행 허용에 따른 시장 회복을 고려할 때 ‘따이궁에 의존하는 영업 방식을 철저히 배제하겠다’는 그룹의 방침은 더욱 강력하게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면세점들도 해외 진출을 통한 ‘탈(脫) 중국’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해외 6개국에 13개 매장을 운영해 온 롯데면세점은 최근 호주 멜버른 국제공항 면세점 운영권을 따냈고, 신라면세점도 중국 하이난성 면세 시장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이와 함께 엔데믹 훈풍으로 서서히 회복 중인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이번 입찰의 경우 인천공항공사가 기존 1·2터미널에 나뉘어 있던 총 15개 사업권을 7개로 통합조정했다. 가격경쟁력이 떨어진 향수·화장품 품목과 스테디셀러인 주류·담배 품목을 결합하는 식으로 통합이 이뤄져 업체들로서는 입찰 가격을 산정하는 데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공항공사 측은 제안서 마감일을 기존 22일에서 28일로 일주일 연기했으며 3월 중 입찰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송주희 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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