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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저급한 'SNL', 고데기 고문을 쥐포로 희화화…'더 글로리' 수준까지 떨어질라 [TEN피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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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아시아=우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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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에는 무게가 없다. 하지만, 코미디엔 격이 나뉜다. 웃음거리로 삼는 대상이 위로 향하면 풍자와 해학, 아래로 향하면 조롱이 된다.

개그든 인기 있는 작품의 패러디든 경계는 같다. 선을 지키지 못하면 대중은 불편함을 느끼고 '수준 미달' 도장을 준다. 혐오 개그로 연명하던 코미디언이 사라지고 개그 프로그램들이 폐지된 이유된 이유였다.

여적여(여자의 적은 여자) 구도에 MZ세대 비하 등 혐오가 바탕에 깔린 개그 소재로 비난받던 'SNL 코리아 시즌 3'가 또 다시 분별력 없는 기획을 내놓았다. 넷플릭스 화제작 '더글로리'를 패러디했는데 '웃기기'에만 급급하다보니 소재를 가리지 못한 것.

'더 글로리'는 유년 시절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한 여자가 온 생을 걸어 치밀하게 준비한 처절한 복수와 그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이들의 이야기. 학교폭력을 다룬 드라마다.

주현영은 학폭 가해자인 박연진(신예은, 임지연)을 이수지는 학폭 피해자인 문동은(정지소, 송혜교)을 맡아 화제가 된 '더글로리'의 명장면을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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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글로리'엔 박연진 패거리가 '고데기 열 체크'를 한다며 문동은의 몸을 고데기로 지지는 장면이 나온다. 'SNL'은 이 장면을 고데기로 쥐포를 익히는 것으로 패러디했다.

고데기 고문은 2006년 청주에서 실제로 일어난 학교 폭력 사건이다. 중학교 3학년 3명이 동급생 1명을 20일간 폭행했고, 고데기로 화상을 입혔다. 가해자는 피해자의 팔의 딱지가 아물기도 전에 손톱으로 떼어버리는 폭력도 가했다. 주범인 가해자 한 명은 구속됐고 학교 폭력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학교와 교사들은 행정처분을 받았다.

대본을 쓰면서 조사를 했다면 '고데기 사건'이 실제 일어난 사건임을 몰랐을 리 없다. 현실에서도 작품에서도 '고데기'는 피해자의 평생의 흉터이자 아픔으로 표현된다.

학폭은 개그 소재로 쓰일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피해자에겐 평생 트라우마가 될 학폭을 희화화하다니. 조금만 생각해도 답이 나오는 문제에 보란듯이 오답을 내놓은 건 'SNL'의 수준을 보여주는 것과 다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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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SNL' 속 문동은의 복수는 박연진과 박연진의 딸을 살 찌우는 것. 비만이 복수라니 '더 글로리'까지 우습게 만든 셈이다.

'SNL'의 소개가 브레이크 없는 과감한 풍자, 스트레스 날리는 스펙터클한 웃음으로 다시 돌아온 쿠팡플레이의 대체불가 코미디 쇼라고 되어 있다.

브레이크는 멈출 때 멈추라고 있는 장치다. 해야할 것과 하지말아야하 것을 구분하는 역할이고. 브레이크 없는 질주의 끝은 나락으로의 추락이다.

우빈 텐아시아 기자 bin0604@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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